문화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남다른 흥행기록을 세우고 또 수많은 비평과 해석을 낳는 영화는 상당히 매혹적인 텍스트가 된다. 한 편의 영화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반향과 다양한 해석은 영화의 작품성, 스타마케팅, 막대한 자본의 투입 등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는 곧 사회적 불안과 모순, 그리고 사회적 욕망과 판타지가 교직하면서 빚어낸 문화적 징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010년 말 개봉하여 2011년 초 이미 중국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한 지앙원(姜文) 감독의 <랑즈딴페이(讓子彈飛)>탄환, 날아라는 확실히 눈길을 끄는 영화다. <랑즈딴페이>는 개봉하자마자 중국 최고 흥행기록을 갱신한 것은 물론,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 영화에 대한 온갖 ‘혁명적’ 해석들이 들끓는, 상당히 예외적인 텍스트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혁명적인 해석들은 21세기 중국에서 영화라는 문화상품의 주 소비층이 대도시, 화이트칼라, 청년을 중심으로 한 소위 중산층임을 염두에 두었을 때 더욱 기이해진다. 왜냐하면 1980년대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이 개혁개방 정책을 고수한 이래 중국사회에서 혁명이라는 말은 철저히 금기시된 ‘과거’가 되었고, 대체로 ‘억압적인’, ‘반인륜의’, ‘폭력적인’ 등의 형용사를 동반하여 부정적인 아우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젊은 문화소비층은 바로 이러한 ‘고별 혁명’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세례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며, 특히 빠링허우(八零後)의 이 혁명에 대한 거부감 내지 무지는 자유주의 세계에 속한 우리의 그것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그런데 2011년 <랑즈딴페이>를 둘러싼 해석 속에서 이 혁명이라는 말은 꽤나 긍정적으로 재·생산되거나 심지어 혁명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랑즈딴페이>의 감독이자 마적두목을 연기한 지앙원과 중국혁명의 지도자 마오쩌둥을 연결시키는 해석1은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논리적 연관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한 편의 오락영화가 어떻게 혁명 이야기를 낳았을까, 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상반기 중국영화계 최고의 아이콘을 꼽자면 단연 영화감독 지앙원과 그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랑즈딴페이>가 될 것 같다. <랑즈딴페이>는 2010년 연말 개봉하여 약 7억 위안한화기준 약 1,166억 원의 흥행몰이를 했으며, 이 영화의 흥행으로 지앙원은 일약 장이머우(張藝謀)에 견줄만한 국민감독으로 거듭났다. 연초 베이징(北京)의 신문잡지 가판대에서 지앙원을 표지모델로 한 잡지들이 줄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지앙원과 2011년 그의 신작 <랑즈딴페이>의 문화적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다.
<랑즈딴페이>는 우리에게 홍콩느와르의 총잡이로 익숙한 저우룬파(周潤發)와 중국의 국민배우 거요우(葛優), 그리고 우리에게 <홍까오리앙(紅高梁)>붉은 수수밭(1988)의 주인공으로 익숙한 지앙원, 이렇게 남성미 물씬 풍기는 세 남자 사이의 힘과 지략의 대결을 볼거리로 하는 중국식 서부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920년대 마적단의 두목 장마쯔(張麻子)지앙원 분, 매관매직의 달인인 현령 라오탕(老湯)거요우 분, 그리고 어청(鵝城)의 패도한 세력가 후앙쓰랑(黃四?)저우룬파 분이 막대한 보물을 쟁탈하기 위해 싸우고 그리하여 결국 마적두목이 민중의 힘을 빌려 후앙쓰랑에게 승리한다는 내용으로 마적두목이 패도가인 후앙쓰랑을 타도한다는 플롯은 우리의 의적이야기와 비슷하지만, 또 “지주를 타도하고 그 토지를 몰수, 분배하는” 중국의 사회주의 경험을 포함2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울 것 없는, 오히려 상당히 식상할 수 있는 ‘부패한 패도가를 혼내주는’ 식의 의적이야기가 최근 영화로 새롭게 각색되자마자 상상하지 못했던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랑즈딴페이>는 개봉하자마자 또우빤(?版) 등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상에서 영화에 대한 비평과 해석이 대량으로 출현하는 동시에 곧 인터넷 공간을 통해 빛의 속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처럼 관객에 의한 비평의 재·생산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며, 실은 상당히 특별하다. 더구나 <랑즈딴페이>에 대한 비평들은 대부분 부패한 세도가와 대적하는 마적두목에게서, 그리고 세도가를 향한 인민대중의 분노에서 ‘정치적 은유’를 찾기에 열심이다. “<랑즈딴페이>, 마오쩌둥 식의 혁명 이상”, “고별 혁명”, “계속 혁명”, “감독 지앙원은 좌파인가 아니면 우파인가?”, “홍기를 쳐들고 홍기에 반대하는”, “총은 발사되었는데 왜 아직도 혁명하지 않나?” 등 이 영화를 통해 혁명의 의미를 찾으려는 비평들이 주저 없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쏟아지는 ‘정치적’ 해석들은 상당히 난데없는 구석이 있다. 영화 속에서 중국어에 약한 저우룬파는 시종일관 소위 과묵한 ‘큰형님’ 포스를 풍기며 앉아있고 지앙원은 말 타고 총 쏘며 서부사나이에 못지않은 남성미를 과시한다. 말하자면 <랑즈딴페이>는 좋게 말해 세 남자의 힘의 각축 속에서 빚어지는 남성미의 경연이지, 거기 어디 혁명이 낄 자리가 있겠는가.
생각해보면 <랑즈딴페이>에 대한 이러한 혁명의 념(念) 속에는 ‘의적 vs. 패도가’ 식의 대결구도에서 선악의 가치를 가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즉 악한 패도가를 처단함에 있어 그것이 의적에 의한 것이든 혹은 민중에 의한 것이든 절대적인 정당성을 가질 때만이 비로소 혁명의 념은 널리 공유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극중 패도가인 후앙쓰랑이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로 하여금 죽어도 마땅하게 했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극중 후앙쓰랑은 신해혁명(辛亥革命)에 참여했다가 성공한 혁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혁명특권층’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혁명특권층이자 어청의 보이지 않는 탐욕스러운 현령으로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이러한 혁명특권층에 대한 마적두목의 분노는 후앙쓰랑을 향한 어청인민들의 잠재된 분노를 촉발시킨다. 그런데 이 혁명특권층에 대한 마적두목과 인민들의 분노가 영화 밖의 혁명담론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분노’에 대한 현실 층위에서의 무의식적인 합의와 동일시가 그 기반이 되어야 한다. 즉 그것은 현 중국에서의 빈부의 양극화, 신분의 고착화, ‘부자 2세’, ‘권력 2세’ 등으로 대표되는 권력형 비리와 부패가 연속되는 상황에서 소위 ‘혁명귀족’을 향한 중산층의 불만과 분노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현실적인 조건 하에서 가능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혁명적 비평의 연속 속에서 모종의 ‘편향성’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만일 세도가를 물리친 마적두목이 성공한 ‘혁명가’라면 그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혁명을 이루었는가라는 측면에서 해석이 갈리는 것이다. 한쪽은 영화의 세부적인 설정이나 인물설정 등을 마오쩌둥, 마르크스 레닌주의, 구(舊) 소련 등 과거 중국혁명의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시키는 ‘좌편향적’ 해석을 내놓는다. 이러한 해석에서 마적두목의 혁명은 신해혁명과 중국식 사회주의 혁명의 경험을 교묘하게 결합시킨 혁명이 된다. 다른 한쪽은 극중 혁명특권층인 후앙쓰랑에게 절대 굴하지 않는 마적두목의 자세로부터 큰 의미를 찾는다. 특히 마적두목의 “나는 (후앙쓰랑에게)무릎을 굽히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我能站着??)”는 대사는 부패한 특권층에 대한 불복의 정신과 자세라는 의미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사실 <랑즈딴페이>에 대한 두 가지 비평방식은 각각 현재 중국사회가 맞닥뜨린 각종 사회문제의 근원을 1980년대 이래 자본주의의 팽창에서 찾는 좌파적 문제의식과 집정당인 공산당의 억압적인 지배방식에서 찾는 우파적 문제의식의 발현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데 그것이 좌파적이든 혹은 우파적이든 그 혁명의 대상 혹은 문제의 근원이 기득권층, 즉 혁명특권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현 중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특수성이다. 또 바로 여기에서 혁명특권층인 후앙쓰랑의 목을 치는 것에 절대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무의식적 합의 또한 마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랑즈딴페이>에 대한 이러한 혁명적인 비평과 해석이 진정 혁명을 호환하는 것인지 또는 진정 부패한 특권층을 타도한 이후의 새로운 사회건설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면 나는 물론 아마 감독 자신도 역시 영화 속에서 발사된 탄환의 궤적처럼 ‘물음표’로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어청인민들은 후앙쓰랑의 재물을 ‘분배’하는 것으로 그들의 혁명을 이루고 마적단원들은 거사를 마친 후 상하이(上海)의 푸둥(浦東), 즉 21세기 중국 자본주의화의 첨병인 도시로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 이후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혁명기득권층인 후앙쓰랑의 처단에는 절대적인 정당성이 있었지만 그 혁명기득권층에 대한 타도는 재산의 약탈로 귀결되었고, 마적두목 역시 어청을 떠났다. 그렇다면 후앙쓰랑과 마적두목이 떠난 어청에는 과연 평등과 평화로운 사회가 찾아왔을까. 영화는 대답하지 않는다. 영화가 멈춘 곳에서 진정한 비평은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과연 ‘탄환’은 무엇을 위해 날아갔나.

1 지앙원과 그의 영화 <랑즈딴페이>에 대한 관심과 해석이 폭주하면서 지앙원의 마오쩌둥에 대한 “숭배” 역시 재조명을 받는다. 지앙원은 2007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마오쩌둥을 숭배해 왔으며, 마오쩌둥은 중국역사에 있어 영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아깝지 않은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2 <랑즈딴페이>는 마쉬투(馬識途)의 혁명소설 『이에탄쉬지(夜譚十記)』 중 「따오꾸안지(盜官記)」를 각색한 것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따오꾸안지」는 1930년대 국민당의 경악할만한 매관매직의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