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는 얼핏 산만한 영화로 보인다. 영화가 시작되면 주인공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제시 아이젠버그 분는 카페에서 여자 친구를 앞에 놓고 쉴 새 없이 떠벌린다. 마치 우디 앨런(Woody Allen) 영화처럼 수다스럽다. 그런데 우디 앨런 영화의 대사에서 느껴지는 지성과 해학이 없다. 하버드대 학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유치한,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찌질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의 관심은 하버드대 학생 중에서 상위 1%가 가입한다는, 루즈벨트(T. Roosevelt, 1858~1919) 대통령도 가입했다는 클럽에 가입하는 것뿐이다. 대화의 중심은 늘 자기 자신이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다. 심지어 그 상대방이 여자 친구라 할지라도. 수능만점을 받은 자신을 치켜세우던 그는 “기껏 보스턴대학에 다니면서”라며 여자 친구의 가슴에 비수를 박고 이별을 통보받는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Peter Shaffer's Amadeus>(1984)의 모차르트(W. A. Mozart, 1756~1791)처럼 쉴 새 없이 떠들어대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이 지독한 ‘소통치’는 기숙사로 돌아와 블로그에 여자 친구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하버드 기숙사 정보를 털어서 여대생들의 신상정보를 확보한다. 그리고 두 명씩 짝지어 누가 더 섹시한지를 남학생들이 선택하게 만든다. 그의 최초 히트작 페이스매시(Facemash)는 이렇게 등장한다.
엄청난 숫자의 동시접속을 기록한 이 페이스매시 덕분에 마크는 유명인사가 되지만 하버드대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그런데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윈클보스 형제아이미 해머, 조쉬 펜스 분가 그를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끌어들인다. 하버드 커넥션(Harvard Connection)이라는 하버드대 학생들의 인맥 사이트를 함께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들이 주도하는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되자 마크도 흔쾌히 동의한다. 그런데 생각이 바뀐다. 자신이 주도해서 인맥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진 것이다.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그는 약속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할 뿐이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바로 페이스북(Facebook). 페이스북은 하버드와 아이비리그(Ivy League)를 거쳐 미국 전역의 대학으로 퍼지고 전 세계에 전파되어 5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실화에 근거한다. 1984년 5월 14일생으로 만 26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 보여주듯 선배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친구를 배신하며, 동업자를 음모로 제거한 뒤 그는 페이스북 왕국을 건설한다. 여자 친구는 물론 친구며 선배, 동업자,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 그가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구축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인간적으로 볼 때 마크 주커버그는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사업가로서는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페이스북 가입자가 급증하자 유력 IT기업들의 매력적인 제안이 쏟아졌다. 2005년 MTV는 그의 회사를 7,500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거절당했다. 다시 2006년 야후가 10억 달러에 매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역시나 거절당했다. 이미 그는 고등학교 시절 아메리칸 온라인(AOL)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일자리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환산한 이 콧대 높은 젊은이의 재산은 69억 달러한화로는 약 8조원. 미국 갑부서열 35위다. 애플 마니아들이 추앙해 마지않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61억 달러(42위)보다도 재산이 많다. 아직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더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 아직 성장궤도에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 포스터

2007년 말 미국의 IT 전문 블로그언론 <테크 크런치Tech Crunch>는 페이스북의 2010년 매출을 9억 7,000만 달러, 이용자 수를 4,800만 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2009년 이미 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용자는 이미 5억 명을 넘어섰다. 하루 방문자 수 또한 구글을 넘어섰다. 페이스북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IT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IT 칭기즈 칸(Chingiz Khan)’, 마크 주커버그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모두와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실현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인터넷의 디폴트(default)기본값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주커버그의 말 중에 경쟁업체들을 가장 후덜(?)거리게 만들었던 말은 아마도 “아직 내가 구상한 서비스의 절반도 내놓지 않았다”는 말일 것이다.
그가 단언한대로 페이스북 등의 SNS는 인터넷의 디폴트가 되고 있다. 휴대전화가 라이프 스타일의 디폴트였다면 포털 사이트(portal site)는 인터넷의 디폴트였고, SNS는 모바일(mobile)의 디폴트다. 휴대전화가 각종 IT기기들의 기능을 잠식했듯이, 포털 사이트가 인터넷 사이트의 기능을 흡수했듯이 SNS도 블로그, 메신저, 메타블로그(metablog)블로그의 집합체, 블로그 허브, 블로그 포털로도 불림, 커뮤니티, 짤방, 아고라 등의 기능을 무섭게 흡수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하철 무가지 시장까지도.
SNS는 집단지성을 구현하는 최고의 실시간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이슈(issue)의 패자부활전도 가능하고 전 국민 아니 전 세계 비상연락망을 통해 일상의 기적도 구현된다. 국내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 이용자는 각각 250만 명 정도로 국내 최대 일간지인 <조선일보> 발행부수180만 부를 훌쩍 뛰어넘는다. 중요한 것은 아직 발전 도상에 있다는 사실이다. 조만간 방송사 메인뉴스 시청자 숫자 또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창립 초기모습을 담고 있다. 상처와 배신과 음모를 뚫고 페이스북은 마침내 회원 100만 명을 넘긴다. 그 환희의 순간 조용히 자신의 방에 들어온 마크는 옛 여자 친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친구요청을 보내놓고 계속 다시고침 버튼을 눌러댄다. 5억 명을 이어준 뒤에 자신을 위한 소통을 복원한 것이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마크 주커버그가 세계 최대의 ‘사교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단점에서 서비스의 장점을 구현해냈다. 서비스를 시작할 무렵의 페이스북은 그를 닮아 매우 폐쇄적이었고, 하여 하버드대 학생들만이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아이비리그를 거쳐 미국과 전 세계의 대학으로, 그리고 이제 13세 이상 전 세계인으로 확장되었다.
마크 주커버그에게 프로그램을 의뢰했던, 남자 바비인형을 연상케 하는 몸짱 훈남 윈클보스 형제가 애초 구상했던 것은 하버드대 클럽의 폐쇄적인 네트워크 모형이었다. 그 아이디어를 차용했지만 점점 개방형 모델로 개선해 미국의 대학생들과 전 세계의 대학생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 미메시스(mimesis)를 이룬 것은 마케팅사를 다시 쓴 것이었다.
영화에서 엘리트클럽에 들고 싶어 안달이 난 마크 주커버그에게 여자 친구는 “가장 좋은 클럽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클럽”이라고 충고한다. 그 충고를 받아들인 것일까. 그는 페이스북을, 구글을 능가하는 오픈 플랫폼 서비스(Open Platform Service)로 바꿔놓았다. 그리고 페이스북 첫 페이지에 “페이스북의 임무는 더 열린사회를 만들고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라고 명시했다.

 
페이스북의 메인 페이지(좌) /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우)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네이버 미투데이, 그리고 트위터를 넘어서는 최고의 SNS로 떠오르고 있다. 트래픽(traffic)사용자 이용총량 점유율에서 트위터를 앞섰지만 트위터의 경우 모바일 이용자가 많아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으로 젊은 층에서 페이스북 이용자가 늘면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퍼진 까닭에 20대가 페이스북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40~50대가 페이스북의 헤비 유저(Heavy User)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20~30대 여성싸이월드, 10대미투데이, 30~40대트위터가 이미 다른 서비스를 활발하게 쓰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데 <소셜 네트워크>를 계기로 판도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지 제공_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高在烈 1975년 전남 영광생. <시사IN> 문화팀장. 최근 저서로 『기자로 산다는 것』(공저) 등. gosisa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