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러한 내적 분석보다 베이징올림픽을 개최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컨텍스트’ 안에서 〈적벽대전〉은 훨씬 더 많은 논쟁적인 이슈들을 만들어낸다. 경제적 급성장으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중국이기에 중화주의(中華主義)가 영화에 저절로 배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적벽대전〉은 중화라는 이름의 제국주의 텍스트인가? 몇 년 전 장 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영웅(英雄)〉(2002)이 한국에서 개봉되자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 숨겨진 중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크게 비판했다. 진시황제(秦始皇帝, BC259~BC210)천 다오밍(陳道明) 분를 암살하려던 자객리 롄졔(李連杰) 분이 결국 암살을 포기하는 마지막 장면은 중화주의 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면에 1980년대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성장한 중국의 경제적 자부심이 서려있음은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장 이머우, 천 카이거(陳凱歌) 등 중국 5세대 감독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러한 중화인민공화국의 부활을 영화로 대변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장 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이번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그 절정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5세대 감독들의 대표인 장 이머우와 천 카이거가 함께 만든 데뷔작 〈황토지(黃土地)〉(1984)에 비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인 셈이다.

반면 중국독립영화의 대표자인 지아 장커(賈樟柯)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아 장커는 그후 도시가 아닌 산시성(山西省) 싼샤(三峽)댐 근처의 수몰지구에서 만든 〈스틸라이프Still Life〉(2006)로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으니 선배 영화인들의 ‘변절’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또 영화 근본주의자인 왕 빙(王氷) 역시 선배들을 비판하면서 〈철서구(鐵西區)〉(2003)라는 걸출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낸 바 있다. 그러나 중국영화시장은 할리우드를 위협할 정도로 급격히 팽창해 있다. 아마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보다 더 엄격해지고 소위 말하는 다오반(盜板)불법해적영화DVD 영화들이 시장에서 힘을 잃게 되면 극장은 큰 자본을 얻어낼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중국어문화권의 유력한 감독들이 중국시장에 목을 매고 진입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페이스 오프Face Off〉(1997),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2〉(2000) 등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우 위썬 감독마저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적벽대전〉이 가지고 있는 제국주의적 속성에 대한 비판은 상당히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제국주의적 속성에 대한 비판이 여전히 온당하다 하더라도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결여하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적벽대전〉에 대한 중화주의 비판을 거꾸로 되돌려 한국에 적용시켜보면 간단하게 드러난다. 중국 혹은 일본, 나아가 동남아시아에서의 한류(韓流)가 지닌 제국주의적 속성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엄격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가? 최근 〈님은 먼곳에〉(2008)의 경우와 〈적벽대전〉 둘 중 어느 것이 더 남성중심주의적이며 이데올로기적으로 오염되어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어렵다.

                                                     영화<적벽대전>의 전쟁터 전경

〈적벽대전〉의 위치는 어디일까? 제국주의적이며 한족중심주의를 설파한다는 점에서 보면 〈적벽대전〉은 최악의 영화일 것이나 한국이 일본, 중국과 함께 합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비판의 칼날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제국주의적 속성을 설파하고 있는 영화를 보면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가능한가? 혹은 〈적벽대전〉이라는 텍스트를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추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답은 아마도 관객의 공간적 ‘위치’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공간적 차이를 도드라지게 하는 것은 〈적벽대전〉을 수용하는 관객의 비판적 태도에 달려있을 것이다.

朴富植 1973년 대구생. 〈무비위크〉 스탭평론가. 최근 글로 「영화적 환상에 관한 정신분석적 연구」, 「아이콘으로서의 주성치」등 seinund@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