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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 실패가 다가 아니다 한국 최초 3D 디지털 캐릭터 영화 <미스터 고>의 성과는?
통권 : 41 / 년월 : 2013년 9,10월 / 조회수 : 3261
영화 <미스터 고>

7월 17일 개봉한 영화 <미스터 고>가 8월 10일까지 전국 관객 132만 7,381명을 모았다. 이 영화는 제작이 발표된 2011년부터 기대를 모아온 작품으로, 당초 2013년 여름 극장가를 달굴 대작으로 점쳐졌다. 전국 관객 132만 명은 그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꽤 초라한 흥행 성적이다.
<미스터 고>가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는 우리나라 최초의 3D 디지털 캐릭터를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 둘째는 <오! 브라더스>(2003, 314만 8,748명) <미녀는 괴로워>(2006, 661만 9,498명) <국가대표>(2009, 848만 7,894명) 등 이른바 ‘한국형 웰메이드 상업 영화’로 흥행 연타석 홈런을 기록해온 김용화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이었다.
<미스터 고>는 허영만이 1985년 발표한 만화 <제7구단>에서 ‘야구하는 고릴라’라는 모티브를 빌려와 이야기를 새롭게 꾸민 작품이다. 야구하는 고릴라는 처음부터 기술적으로 ‘실사 같은 CG(컴퓨터그래픽) 캐릭터’를 필요로 하는 설정이었다. 그 점을 고민하던 김용화 감독에게 <아바타>(2009)의 성공은 큰 해답을 줬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를 통해 만든 CG 캐릭터들을 내세운 3D 영화. 모션 캡처는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감지기를 달아 그 움직임을 디지털 정보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히 <아바타>는 사람 눈동자와 혀의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포착하는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 기술로 영화 시각효과 분야의 신기원을 이룩하며 전 세계 극장가에서 27억 8,227만 5,172 달러(약 3조 925억 원)의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 역사상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이모션 캡처는 배우의 감정까지 잡아낸다는 뜻에서 기존의 모션 캡처 기술과 차별화하기 위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붙인 이름이다.
<미스터 고>의 정성진 시각효과감독은 이 영화의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실사 같은 CG로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나라 시각효과 기술의 커다란 분수령이 될 거라고 자부했다. “자국의 기술로 시각효과를 담당하면서 계속 영화를 생산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된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기존의 우리나라 시각효과 기술이면 할리우드의 B급 영화는 만들 수 있다. <미스터 고>는 시각효과 중에서도 A급 기술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완성하면 우리 시각효과 기술을 B급에서 A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주간지 『매거진M』과의 인터뷰에서 정성진 시각효과감독이 한 말이다.
최근 한국영화에 등장한 CG 캐릭터는 <괴물>(2006)의 괴물, <차우>(2009)의 멧돼지 등이다. 두 편 모두 할리우드 시각효과 전문가의 기술이 동원됐다. 심형래 감독의 SF 영화 <디 워>(2007)에 나오는 이무기 등의 괴수 캐릭터는 제작사 영구아트와 우리나라 시각효과 전문 업체 넥스트비주얼이 100퍼센트 국내 기술로 완성한 것.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을 만드는 건 그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디 워>의 괴수들이 영화의 일부분에 출연하는 것과 달리 <미스터 고>의 링링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한다. 10대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와 벵골 호랑이의 망망대해 표류기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2012)와 견주어도 <미스터 고> 링링의 출연 분량은 압도적으로 많다. 링링과 마찬가지로 100퍼센트 CG로 만든 호랑이가 <라이프 오브 파이>에 등장하는 장면은 약 150컷, 링링은 무려 1,000여 컷에 달한다. CG로 만든 거대한 고릴라가 나오는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2005)에서도 킹콩은 영화가 시작한 지 한참 지나서 등장하는데, <미스터 고>의 링링은 영화의 첫 장면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나온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볼 때 <미스터 고>의 가장 큰 성과는 CG 캐릭터의 털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데 있다. 정성진 시각효과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CG로 털을 자연스럽게 그리는 기술은 전 세계 시각효과 업체 중에서도 몇 곳만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고급 기술”이다. <어벤져스(2012)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ILM, <토이 스토리> 3부작(1995~2010)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반지의 제왕> 3부작(2001~2003)과 <호빗> 시리즈(2012~)로 유명한 웨타 스튜디오에 이어 <미스터 고>의 시각효과를 맡은 덱스터 디지털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이 기술을 개발한 것. 2년 동안 대략 20명의 기술진, 그 중에서도 3인이 핵심이 돼 ‘질로스 퍼(Zelos Fur)’란 프로그램을 완성한 결과다. 이 과정에만 연구개발비 19억 원이 쓰였다.
3D 그래픽 기술 연구개발 업체 FXGear의 황정석 연구원 역시 이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미스터 고>에 대해 『매거진M』에 기고한 글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동물 털을 사실적인 CG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영화를 제작했다는 건 많은 의미를 지닌다”면서 “링링의 피부 느낌과 털의 사실적인 질감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 표현됐다”고 평했다. 그의 말대로 이후 ‘질로스 퍼’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 기술로 털 형태를 한 물질은 잔디부터 옷에 난 보풀까지 모두 만들 수 있다.
거기다 링링은 <디 워>의 괴수나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보다 훨씬 적극적인 감정 연기를 한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평범한 고릴라처럼 보이던 링링의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 드라마가 본궤도에 오르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진짜 야구하는 고릴라를 데려다 영화를 찍은 것처럼 링링의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묘사됐을 뿐 아니라, 링링이 사람 배우들과 유기적으로 어울려 상황에 맞게 연기하는 점이 놀랍다.
<미스터 고>는 국내 기술로 완성한 CG 캐릭터 링링의 자연스러움을 자랑하는 걸 넘어, 링링이 소녀 조련사 웨이웨이(서교), 야구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와 어울리며 감정을 주고받는 가슴 찡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CG 캐릭터를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CG 캐릭터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슬로 모션으로 털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얼마나 세세하고 자연스러운지 살피는 장면이 <미스터 고>에는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3D의 돌출 효과를 과시하는 장면이 두드러진다. 링링이 우리나라 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스케치하는 부분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서 링링이 친 야구공이 마치 객석으로 날아오는 것처럼 묘사되는데 그 3D 효과가 아주 실감난다. <미스터 고> 제작진은 3D 촬영 카메라를 직접 구입해 우리나라 영화 제작 환경에 최적화해 사용하는 방법을 직접 개발했다. FXGear의 황정석 연구원 역시 “<미스터 고>의 3D 영상은 매우 편안했다”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 역시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미스터 고>가 3D 기술에 비해 CG 캐릭터를 과시하지 않은 건 이 영화의 주제를 살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미스터 고>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의 화해와 공생을 추구한다. 화해와 공생은 김용화 감독의 영화에서 줄기차게 발견되는 주제다. 화해와 공생의 범위가 <오! 브라더스>의 가족,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의 사회에서, <미스터 고>에 이르러 인간과 동물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이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 링링에게 커다란 승리를 안기는 대신, 인간이고 동물이고 할 것 없이 모든 캐릭터에게 정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을 만들어 준다. 디지털 캐릭터 링링을 다른 인간 배우들과 다름없이 ‘소박하게’ 다룬 건, 동물을 인간의 시각에서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미스터 고>의 주제와 CG 캐릭터 링링에 접근한 태도가 한층 성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 결과를 놓고 볼 때 관객들은 그 점을 낯설게 받아들인 것 같다. CG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는 제작비가 높아지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록버스터 영화의 형태를 띠게 된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보다 많은 관객의 마음을 끌기 위해 영화의 거대한 규모에 걸맞은 역동적인 볼거리를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CG 캐릭터 영화=블록버스터=거대한 볼거리’의 공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공식에 근거할 때, <미스터 고>의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은 소박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이 영화가 링링을 보여주는 방식은 볼거리를 적극적으로 전시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문법과 거리가 멀다. 김용화 감독 역시 『매거진M』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흥행 실패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야구하는 고릴라가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에 만화영화로 규정돼 버렸다.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의도하지 않은 가족 영화가 돼버렸다.” 실제로 할리우드의 3D 디지털 캐릭터 영화 <퍼시픽 림>이 <미스터 고>보다 한 주 먼저인 7월 11일에 개봉했는데, <퍼시픽 림>이 개봉 첫 주(7월 11~17일)에 169만 2,669명을 모은 데 반해, <미스터 고>는 개봉 첫 주(7월 17~23일)에 83만 5,321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퍼시픽 림>은 어마어마하게 큰 외계 생명체와 그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거대 로봇의 싸움을 그린 SF 영화다. 
김용화 감독은 “10년쯤 지난 뒤 <미스터 고>가 한국영화사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연 그 평가는 어떤 것일까. 그 평가는 2013년 관객들이 보인 반응과 전혀 다를까. 이 영화의 기술적 성과가 앞으로 한국영화사에 어떤 뿌리를 내릴지 궁금하다.




#저자 약력
張成蘭
1982년 서울 생. 영화 주간지 『Magazine M』 기자. 영화 월간지 『스크린』, 영화 주간지 『무비위크』에서 활동했음.
hairpin@joongang.co.kr
글쓴이 : 장성란
작성일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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