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아뜨르 다락은 올해 인천 중앙동에 다락 소극장을 개관하고 7월에 <챕터 투>를, 9월에 <신포동 연가>를 그리고 10월에 <삶×3>을 무대에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무대에서 공연되는 세 작품은 떼아뜨르 다락이 심고 가꾸는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챕터 투>라는 뿌리에서 <신포동 연가>라는 줄기가 뻗어났고, 그 줄기에서 <삶×3>이라는 가지가 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관 기념작인 <챕터 투>는 미국 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의 작품으로 인생의 제2장을 새로이 여는 네 남녀의 이야기이고, <신포동 연가>는 <챕터 투>를 번안한 작품이며, <삶×3>은 “<챕터 투>에서 <신포동 연  가> 그리고 다음 작품에 이르는 그 일련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리뷰는 나무의 줄기만을,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는 성장 과정에 있는 나무의 한 순간만을 이야기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신포동 연가>는 1977년 미국의 뉴욕시 맨해튼에서 “챕터 투”를 맞이하는 죠지와 제니의 이야기를 2011년 한국의 인천시 신포동에서 연가를 부르는 동수와 형아의 이야기로 번안한 작품이다. 번안을 하면서 제목과 배경이 바뀌었고 이 점을 통해서 <신포동 연가>가 오늘날의 사랑과 그리움을 다루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두 공연의 리플릿을 통해서 “모든 만남은 달콤하고, 갈등은 아리고, 화해는 따뜻하다”라는 문구가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것. 이 문구는 <신포동 연가> 속 사랑의 공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대 위에는 서로 다른 두 공간, 동수의 방과 형아의 방이 교집합을 이루듯 포개져 있다. 동수의 방은 스탠드가 책상을 비추고 있는 한밤의 시간을, 형아의 방은 따뜻한 햇살이 방 안 가득 들어온 해질녘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두 방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다른 공간과 다른 시간이지만 다르다고 하기에는 참으로 닮아 있다. 스탠드 빛과 창을 통한 햇살의 빛깔, 밖으로 향하는 두 개 문의 위치, 벽을 따라 가구가 놓여있는 모습, 두 사람의 눈과 마음이 향하는 액자와 창까지 대칭을 이루고 있다. 커다란 거울로 방의 한 쪽 면을 비추자 거울 속에 그 그림자가 나타나 하나의 방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 떠오른다. 이 순간과 무대의 다른 점이라 하면, 거울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 하나를 만들어 내지만 무대는 각각의 방은 물론이고 두 방이 만들어 낸 하나의 방마저도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무대는 서로 다른 둘과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 내고자 했으나 방 안을 채우고 있는 것은 단조로움이다.
 

<신포동 연가>에는 서로 다른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사랑 없는 삶으로 인한 괴로움을 저마다 안고 있다. 주인공 동수와 형아는 각각 사별과 이혼을 겪으며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아프다. 동수는 사랑을 잃고 우울증을 앓았고, 형아는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을 마치고 머리가 복잡하다. 그런데 이들이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자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져 단번에 결혼식을 감행한다. 동수와 형아는 서로가 서로에게 진통제처럼 아픔을 잊게 하고, 다시 활기찬 생활을 하게 한다. 또 다른 인물인 동규는 아내의 불평, 불만을 참을 수 없는 바람둥이이며, 지희는 열정이 없는 부부 관계에 싫증이 나 외도를 꿈꾸는 중년이다. 동규와 지희는 같은 욕구를 갖고 있을 뿐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커플에게 만남은 당의정처럼 쓴맛을 감춘 단맛이다. 단맛이 사라지고 쓴맛이 번지기 시작한다. 동수와 형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동규와 지희의 밀회는 매번 불발로 끝난다. 결국 각자가 자기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공식에 따라 화해의 순간이 다가온다. 동수는 자기만의 시간을 마치고는 자신의 소설 제목을 형아에게 말해준다, “제자리 찾기”. 동수는 형아의 곁으로 돌아오고, 지희는 남편의 곁으로 돌아간다. 각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온기를 얻고자 한다. 여기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온기를 구하는 차가운 손이 따뜻해지기도 전에 연극은 끝이 난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자신이 머물고 싶은 곳으로 새로이 만들어 내려는 모습 없이 피상적으로 따뜻함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신포동 연가>에는 아쉽게도 신포동이 없다. 지명이 몇 번 등장한다고 해서 그 장소의 고유함이 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통해 즉 생활 속에서 그것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저런 곳에 저런 사람이 살았겠다 싶은 구체성이 없다. 인물들이 지금 어디에서, 누구를 보고, 무슨 말을 듣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표현되지 않고 있다. 사랑 얘기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표현을 요구한다. “모든 만남은 달콤하고, 갈등은 아리고, 화해는 따뜻하다”는 사랑의 공식이 새로워질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한다면, 즉 구체적이고 생생하지 못하다면 철 지난 유행가와 다를 바가 없다.

 
이미지 제공_ 떼아뜨르 다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