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부터 서울서 열리고 있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라는 음악축제가 있다. 한국 인디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장르를 따지지 않고 출연해 음악적인 다양성을 선보이는 데다가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이라는 친환경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공연이라 많은 음악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매년 가을에 성대히 열리던 것을 올해는 영역 확장의 의미로 지난 5월 초 라는 이름의 중형축제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공연을 주최하고 있는 민트페이퍼는 공연 말고도 자신들의 기획 아래 일정 주제의 옴니버스 앨범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이 역시 마니아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있다. 지난 2007년에 동시 발매된 <고양이 이야기>와 <강아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2009년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 등은 ‘여러 아티스트가 음악적 그리고 인간적으로 교류한다’는 것과 ‘소소한 우리네 일상을 감성적으로 담았다’는 모토로 발매돼 멜론과 도시락을 비롯한 음원 제공 사이트의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수위를 달렸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음반판매 성적도 준수한 결과를 거두었다.

이렇듯 공연과 음반업계에서 크진 않지만 소박하고도 작은 파형을 만들고 있는 민트페이퍼에서 그 세 번째 시리즈가 발매됐다. 라고 되어 있는 음반의 제목을 가만 보고 있으니 마치 이전에 발매된 옴니버스 앨범들의 ‘1차적 정리’ 쯤으로 이해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수록곡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한 결과, 그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 는 사랑과 이별, 추억, 휴일, 애완동물 등 우리네 이웃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아니 어쩌면 자신들 스스로가 경험하고 있는 소소한 모습을 담은 저자극성 앨범이다. “오빠 나 해도 돼?” 같은 말초신경 자극제의 역할에 충실한 요즘의 가요들과 달리, ‘흔해 빠졌다’는 소리마저 들을 법한 감성의 순수함이 서린 잔잔한 표면과 그 표면 속에 숨은 뮤지션들의 뜨거운 열정이 팔딱거리며 청자들의 감성에 아로새겨지게끔 하고 있다.

‘고양이 & 강아지 이야기’를 비롯한 일련의 앨범을 통해 ‘아워멜츠’와 ‘노 리플라이’ 등의 신인들을 선보였던 민트페이퍼는 신작 에서도 전작들의 노선과 마찬가지로 인디 씬(scene)의 신진 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본작에 담긴 의 주인공 ‘랄라스윗’과 근래 주목 받고 있는 ‘옥상달빛’ 등은 풋풋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감성을 전달하기에 전혀 부족함을 보이고 있지 않다. 여기에 ‘데이브레이크’와 ‘몽구스’, ‘세렝게티’ 등 이전부터 이름을 알려왔던 뮤지션들의 곡들은 자칫 조용하고 밋밋하게만 끝날 수 있었던 앨범의 분위기를 상큼한 빛깔로 살려주고 있어 전체적으로도 뛰어난 균형미를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의 솔로곡, ‘뜨거운 감자’의 김C와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가 의기투합한 ‘론리 허스 밴드’, ‘줄리아 하트’의 브레인 정바비가 새로이 만든 프로젝트 ‘가을방학’ 등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끔 할 만한 일종의 화제성을 갖추고 있다.(특히 김C와 이선규의 조합은 인디 음악을 잘 모르는 팬들이라도 그럴 것이다) 여기에 요조, 타루 등과 함께 ‘홍대 인디 씬의 3대 디바’로 각광받고 있는 한희정이나 인디 필드 최고의 리퀘스트 송 중 하나인 의 주인공 ‘스웨터’의 이아립 등의 트랙 역시 그 주목도 면에서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항들은 어디까지나 앨범의 외면적인 이야기다. 내면적으로 이 앨범은 표면 아래 외로움을 동반하고 있다.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와 같은 곡에서 나타나는 노골적인 외로움이 아니더라도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외로운 정서는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다. 누군가가 앨범을 듣고 무엇이 남더냐고 묻는다면, 말로는 설명 불가능한 쓸쓸함 같은 것이라고 답할 듯하다.

인생(Life)이라는 것이 어차피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그래서 ‘삶에 대한 정의’를 찾는 것보다는 내가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의 말 때문일까. 아니면 외로움이란 현대인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의 인터뷰 때문일까. 그건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앨범은 말해주고 있다. 그 외로움도 우리가 살아가는, 그래서 앨범을 듣는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모두가 느끼고 있는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 그게 인생이지”라는 흔해 빠진 한 마디처럼.

ⓒ민트페이퍼 l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