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 1924)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을 공연한다는 것은 의미있고 또 흥미로운 일이다. 일본이 미국에 의해서 개항한 곳이 바로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인 나가사키(長崎)항구였다면, 한국에서는 인천이 바로 그러한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인이 한국에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인 인천에서, 그동안 꾸준히 활동해오던 인천오페라단(단장 황건식)이 제12회 정기공연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 올렸다.

〈나비부인〉 하면 우선 화려하고 선명한 벚꽃풍의 무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마치 카부키(歌舞伎)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연극 무대처럼 색채미가 가득한 무대에 청중은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인천오페라단의 무대는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략한 무대에 빨간 토리이(鳥居)신사(神社)입구에 세운 두 기둥의 문를 집 위와 옆에 배치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무대는 수수하고 소박한 색채를 띤 일본가옥의 특징과 고유의 침착함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무대에 많은 것을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점이 무대의 사실성을 더욱 살려준 셈이다.

 막이 열리자 중매쟁이 고로와 함께 등장한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 역의 한윤석은 첫 아리아 〈양키들은 어느 곳에서나Dovunque al mondo lo Yankee vagabondo〉를 파워풀한 성량과 매끄러운 라인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어 등장한 주인공 나비부인 초초상 역의 김은정은 첫 음을 내는 순간부터 나비부인 역할에 신뢰를 갖게 했다. 결혼식 후 두 주인공이 〈사랑의 2중창Bimba dagli occhi pieni di mala〉을 노래하는 부분은 무척 아름답고 음악적 성취도가 높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2중창 장면 중 핑커톤이 일본 친척들에게 버려진 초초상을 감싸 안는 애틋한 장면에서는 바이올린 솔로가 전혀 다른 음을 내 음악적 분위기가 깨졌다.

소프라노 김은정은 리릭(lyric)서정적 표현에서 드라마틱한 표현까지 모두 소화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3년간 돌아오지 않는 핑커톤을 기다리면서 부르는 〈어떤 갠 날Un bel di〉에서 풍부한 성량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애처로움과 희망, 결연한 의지 등을 드라마틱하게 소화해 내 타고난 나비부인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합창의 경우 1막 결혼식 장면에서는 고른 화음을 들려주었으나 2막의 가장 유명한 허밍 코러스에서는 앙상블 조절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유부단한 미국 영사(領事) 샤플레스 역의 바리톤 한경석과 간사한 고로 역의 박진형, 충직한 스즈키 역의 김재희 등도 고른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주었고 성악적 앙상블도 좋았다. 2막 후반 핑커톤이 나가사키로 돌아와 초초상 집 앞에서 부르는 작별의 아리아 〈안녕, 꽃피는 사랑의 보금자리Addio, fiorito asil〉에서 한윤석은 다시 한번 아름답고 서정적인 라인과 뛰어난 가창을 들려주며 무대를 사로잡았다. 특히 터져나오듯 깨끗한 강질의 고음은 한윤석의 매력 포인트였다.
이 날 인천오페라단이 보여준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은 수준급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무엇보다도 탄탄한 성악진과 목소리에 맞는 정확한 캐스팅이 돋보였다. 앞으로 인천오페라단이 어떤 작품을 올릴지 무척 궁금해진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힘과 매력일 것이다. 인천오페라단은 그런 매력을 갖고 있었다. 정기공연을 할 때마다 꼭 다시 찾아가 인천오페라단이 정성스레 만든 오페라를 감상하고 싶다. 인천시민은 이렇게 훌륭한 뜻과 실행력을 갖춘 좋은 오페라단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미지 제공_ 인천오페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