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장애인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7월 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내의 전시장에서 <와장창展>을 개최했다. 장애인 창작스튜디오는 사단법인 장애인협회에서 2007년부터 2010년 12월까지 운영하다, 2011년부터 서울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게 되었다. 즉 <와장창전>은 장애인 창작스튜디오가 서울문화재단의 운영 하에서 맞이한 첫 전시였던 셈이다. 전시제목인 ‘와장창’은 참여작가 문승현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으로 “와! 장애인 창작스튜디오”의 줄임말임과 동시에 장애인에 대한 높은 편견의 장벽이 와장창 무너지길 기대하는 입주작가들의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불볕더위 속에서 아직은 부족한 스튜디오 시설에도 감사하며, 창작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던 제4기 입주자 열네 명 중에는 미술대학 출신의 전공자들과 비전공자들이 섞여 있었다. 이 때문인지 전시의 내용은 다소 산만한 편이었다. 작가들의 열정은 분명 비장애 작가들의 그것을 능가했으나 첫째, 주제 면에서 강조점이 부재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시제목인 와장창과 같이 사회의 편견에 도전하는 주제 아래 통일성 있는 목소리를 보여줬다면 달랐겠지만 실제 전시된 작품들이 마치 ‘과제 전시회’처럼 보이는 것이 아쉬웠고, 둘째, 주제의 산만함에 더해, 서양화, 한국화, 정각공예, 설치 등 각각의 장르가 연계됨 없이 따로따로 펼쳐지기만 한 것은 서울문화재단의 야심찬 시작의 결과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작가들의 작품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입주작가들 중 가장 중증장애를 가지고도 표현주의적 양식으로 자신의 ‘손’을 그린 김재호의 <손>시리즈, 이동의 불편함을 딛고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찾아다니며 화폭에 담아낸 문승현 작가의 풍경화, 대나무를 세심히 표현해 낸 작품을 보여 준 박경묵, 참여작가들 중 유일하게 비구상 작품을 보여준 박관우의 <밀고 끌고 당기다>시리즈, 청각장애인 작가 한형학의 극사실주의 회화 등이 그것이다. 이들의 작품을 비평할 때 작가들의 개인적 핸디캡을 다루어야 하는가에 있어 주저함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들의 장애를 알고 작품을 보는 것이 비평에 도움을 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장애의 편견은 와장창 깨어져야 하되, 그것이 작품의 정확한 이해를 돕는다는 미묘한 경계 사이에서 아래의 작품들은 시사점을 남긴다.
한형학의 <갈겨니>는 냇물을 살아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를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극사실주의 작가 리차드 에스티즈(Richard Estes)의 작품처럼 차가웠다. 크고 작은 조약돌의 배치와 구성,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는 두 마리의 물고기는 잔잔하게 고인 시냇가의 정겨운 풍경이건만 움직임이 없어 의아했다. 알고 보니 한형학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또 다른 작품 <트라웃(TROUT) 미늘>은 낚시바늘에 낚여 올라오는 숭어의 그림인데도 물고기의 펄떡거리는 동작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 아주 세심하게 그려진 물결의 움직임과 물고기의 모습은 마치 생물도감을 보듯 뛰어난 작가의 집중력을 강조한 작품이다.

문승현의 <제부도 9월>은 전시 중 가장 사이즈가 큰 작품이었다. 100호 정도 되는 크기의 풍경화에는 일렁이는 제부도 바다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작가는 놀랍게도 가만히 앉아있기조차 힘든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그가 매주 수요일마다 카메라를 메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노력과 열정을 끊임없이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웃어야 할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지만 밝고 천진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 묻어났다. 모네(C. Monet,1840~1926)의 인상주의 작품처럼 야심찬 풍경이 아니어서 일까? 오히려 행복을 줄줄 알고 감사를 표현할 줄 아는 작품이라 여겨진다.
어릴 적 한쪽 팔을 잃은 작가 박경묵의 한국화는 겸재(謙齋) 정선(鄭?, 1676~1759)처럼 대담함과 꼼꼼함이 공존해 있다. 특히 그는 대나무 숲을 자주 그려왔다고 하는데 전시되어 있는 <자신> 에는 대나무 숲속에 작은 돌하르방 같은 바위가 그려졌다. 작가가 보여 준 전시 브로슈어에도 대나무 숲에 암자며 탑 등이 그려졌는데 작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지닌 이러한 물체들은 조용하면서도 강한 성품의 자신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와장창전>이 완성도 면에서 비장애인들의 화려한 전시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핸디캡을 감추기에 급급하기보다는 그것을 오히려 ‘다름’으로 제시할 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무너질 수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전시임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