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는 <후인마이의 편지展>이 열렸다. 이 전시는 지난 2007년 남편의 폭력으로 살해된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후인마이(Huynh Mai) 사건을 호명하여 편견과 차별에 희생된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으며, 전시된 작가 17인의 작품을 동화책으로 출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메시지에 대한 효과적인 전달을 전면에 내세운 이 전시의 의도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시를 주관하는 주체들이 밝히는 기획의도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획의도에 나타난 이 전시의 목적은 ‘후인마이를 비롯해 대한민국 다문화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들을 위한 것’이며, ‘후천적 한국인이 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반성의 의미를 찾는 것’과 ‘우리 모두가 후천적 한국인에게 암암리에 상처를 주고 있음을 반성토록 하는 것’이다. 

추모와 폭력의 경계
그러나 전시가 만들어낸 시선은 후인마이 개인에 대한 추모와 감정적 동질화를 통해 개인의 인생을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드러내는 위험성을 비켜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의 목적이 ‘다문화 사회에 한국인을 위한 메시지’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주자를 바라보고, 평가하고, 재단하는 한국사회의 일상적인 시선들을 되짚어보고 그 경계를 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에도 전시는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슬프고 기구한 한 이주여성의 불쌍한 삶’에 대한 추모를 ‘이주여성’=‘좌절된’과 병치시켜 한국사회에서 생산하고 있는 이주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규정을 되풀이할 뿐이다.
이주노동자를 무시하고 결혼 이주여성을 차별하고 그 2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풍토는 개인, 가족, 학교, 병원, 직장 등 다양한 사회적인 조직내부에서 발생하고 세분화되어 암적인 파시즘의 양태를 띄고 있다. 상황과 권력에 지배받는 인간은 어느 순간, 자신의 행위가 타인을 향한 폭력인지 잊게 된다. 이러한 순간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 약자에 대한 온정주의적인 시선이다. 그러나 온정주의에 기반을 둔 약자를 향한 시혜적 시선은 이전의 폭력만큼이나 위험하다. 시혜적 시선에서 규정되어 왔던 대상이 더 이상 시선으로부터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순간, 시선 주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고의 안일한 도피처에서 벗어나 해석되기 어려운 타자로 시선의 대상이 다시 존재하는 순간이 발생한다. 여기서 발생되는 사회적 폭력은 언제나 그 정도를 더해왔음을 상기해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소수자를 주제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예술적 행위에는 적극적인 인정투쟁을 통해 소수자 존재의 정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전시장 내부 전경

당신은 이주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전시의 시선은 후인마이의 사건에 대한 법원판결문1에서 드러난 한국사회의 반성정도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작가(한국인)와 이주자 사이에는 다양한 모습의 현실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는 이미 내재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권력구조에서 기인하고 있다. 오리엔탈(Oriental)로 규정되었던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이 ‘동남아시아’라 지칭되는 ‘아시아’에 서구의 시선을 전유하고 있으며, 이주자들 또한 그러한 시선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때문에 전시를 구성하는 ‘시선’과 이를 전달하기 위한 예술적 언어에 대한 고민이 충분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통적으로 서구적인 시선에서 오리엔탈이 소극성, 식물성, 여성성 등으로 규정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상찬(賞讚)받아 마땅한 참여작가들의 실천과 노력이 왜곡되어 표현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후인마이의 편지展>포스터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당신은 이주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비단 이 전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다문화(Damunhwa)2 열풍에 동승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현상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실천적 활동들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주민’=‘빈곤한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규정하고 시혜적인 시선으로 이주민을 바라보는 편견을 재생산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여기까지가 이주와 경계라는 주제에 천착해 수년을 보내며, 작업과정에서의 느꼈던 고민을 토대로 <후인마이의 편지전>을 바라본 나름의 소회다.

자우녕, <유리병 속의 악보>(2010)

절박한 환기의 필요성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여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난 2008년 11월에 마석가구단지에서 비인권적이고 무차별한 폭력으로 자행된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반나절 만에 200여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강제 추방된 사건이 몇몇 언론지의 기사 몇 줄로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무관심에 대한 폭력성을 주제로 작업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당시 느꼈던 절박했던 환기의 필요성을 이 전시를 보며 다시 떠올렸다. 때문에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한 작가들이 가졌던 고민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과 개인적으로 동지적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밝히고 싶다.
1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07.10.9. 선고 2007 고합 118 판결, 2008.1.23. 대전고등법원
2 다문화의 영역(英譯)인 멀티 컬쳐(Multi Culture)가 아닌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다문화 설명하는 특수개념어로 사용되었다. 정부주도의 다문화주의를 이야기하며 다문화의 대상을 결혼 이주여성에 국한시키는, 이들에 대한 동화지원정책을 이른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이주민을 한국사회의 타자로 정립시킨다.

이미지 제공_ KT&G 상상마당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