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천에는 짜디짠 바다가 있다. 물론 삼면이 바다인 이 나라에 바다를 곁에 둔 도시가 어디 인천뿐이겠는가. 부산, 목포, 군산 등 많은 항구도시들이 있지만 무슨 이유인지 유독 인천에 대해서는 바닷물의 ‘짠’ 성분을 지역성에 대입하여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듣곤 한다.

우선 ‘짜다’라는 말에는 ‘소금과 같은 맛이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명사적 의미와 ‘인색하다’라는 막연한 실체의 형용사적 의미가 있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의 2010년도 첫 번째 기획특별전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展>은 남들이 말하던 인천의 짠물 이미지를 자문자답의 형태로 사전적이고 역사적이며 사실적으로 해명하고자 했다.

전시는 <오해>, <해명#1. 소금이라 짠물이다>, <해명#2. 맹물보다 짠물>, <결론> 등의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 초입에 마련된 멀티스크린에서는 타 지역 시민들의 ‘인천 짠물’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들어보면서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해명#1. 소금이라 짠물이다>를 통해서는 실체 없는 인천 짠물의 이미지를 과거 전국 생산량의 50% 이상을 자랑했던 천일염전으로 구체화하고 있었다. <해명#2. 맹물보다 짠물>에서는 짠 이미지를 지역성으로 투영하고 있었는데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 끈기, 인천야구를 통해 그동안 인색하다고 와전된 인천인의 야무진 성질을 조명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개항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적 사실, 사건들을 통해 짠물에 대한 박물관다운 해명으로 전시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40대 이하의 인천사람들에게 인천 짠물은 그 이전 세대에 비해 낯선 단어로 다가올 것이다. 인천은 경제발전과 함께 유입된 사람들로 인해 인구 약 280만 가량의 거대도시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흘러들어온 ‘단물’로 인해 예전만큼의 짠맛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일까.

<결론>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인천의 원로(元老)들로부터 인천 짠물에 대한 의견을 자세히 들어보는 코너를 마련해 두었다. 앞서 전시된 해명에 대한 보강을 통해 ‘인천이 짠물인 이유는 세상이 싱겁기 때문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는 ‘세상에서 바라보는 인천이 짤 뿐이지 우리는 결코 짜지 않다’라는 주장과도 동일한 것이었다.

인천 짠물이라는 말의 조소(嘲笑)적 이미지를 해명하기 위한 이번 전시는 맛의 이미지로 표현한 인천의 사실적인 소재들을 다채롭게 보여준 자리였다. 분명 인천 짠물은 스스로가 내린 별칭이 아닌 타자들이 그려준 이미지였다. 하지만 인천사람들은 이러한 놀림조의 시선에 동요치 않고 여태까지 그래왔듯 남들이 무어라하든 개의치 않고 지낼 것이다.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그저 인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표현하는 척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천 짠물이란 그런 고집을 일컫는 말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입맛은 저마다 다양하다. 내 입맛에는 딱 맞는데 남들은 짜다, 싱겁다들 난리다. 분명 스스로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위한다면 조금은 싱겁게 먹는 것도 좋겠지만 여태 살아온 내 혀의 감각을 쉽사리 바꿀 수 있을까. 때가 되면 입맛도 자연스레 변할 수도 있을 텐데. 입맛도 갑자기 변하면 무슨 때가 왔다고 하지 않는가.

전시풍경들

인천이 고향도 아니고 인천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십이지(十二支)를 넘긴 ‘초짜’로서 짠물의 후발 주자임을 당당하게 즐기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진정한 짠물을 만나지 못해서일까. 인천에서 보내온 시간 속에서 과연 인천이 짠물인지 가끔 의문스러울 때도 있다.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전>은 어쩌면 스스로가 ‘짠물형 인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준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이미지 제공_ 인천광역시립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