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일본미디어예술제가 도쿄 국립신미술관(國立新美術館)에서 2월 4일부터 11일간 열린다. 다행히 전시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없는 거리상의 아쉬움을 <일본의 미디어예술(日本のメディア芸術)展>으로 해소할 수 있다. 일본 미디어예술1의 핵심을 볼 수 있는 이번 웹 기획전은 첨단 미디어를 이용한 일본 현대미술의 최전선을 만날 수 있는 <감각과 감성>, 로봇을 통해 일본의 첨단 기술과 문화의 역사를 정리한 <꿈과 기술>로 나뉜다.

먼저 <감각과 감성>은 미디어예술을 통해 확장된 예술의 지평을 소개한 네 개의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번째 부분 <일상의 시각, 지각을 배반하다>는 평범한 현실을 낯설게 하여 일상적인 지각의 단면을 뒤집는 경험을 제공하고, 두번째 부분 <세계를  내려다보는 눈>은 시각의 비약적인 확대와 증식을 통해 인간의 시야를 끝없는 고공으로 팽창시킨다. 그리고  세번째 부분 <리얼리티와 커뮤니케이션>은 가상현실과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생물 및 기계를 포함하는 계(系)에서 제어와 통신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체험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는 관람객이 기존의 기호들이 미디어를 통해 변용되어 나타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한다.

 <감각과 감성>의 네 가지 부분들은 미디어예술을 주제로 하는 여타의 전시에도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것들로, 미디어가 현대미술에 가져온 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것이 제공하는 체험이라는 적극적 방식의 예술을 겨냥한다. 웹상에서 주로 관객이 자신의 컴퓨터로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이 점에서 이번 기획전은 전시라기보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평이한 팸플릿에 가까운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꿈과 기술>이다. 일본인에게 로봇은 노베르트 위너(Norbert Wiener, 1894~1964)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간과 기계에 관한 서구의 오랜 공포증을 평화 수호라는 정반대의 낙관적 모델로 승화한 탈근대의 기술적, 문화적 상징이다. 따라서 미디어라는 관점에서 로봇은 일본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며, 아톰에서 아시모 혼다(honda)사에서 제작한 인간형 로봇에 이르는 일본 로봇의 역사는 전자산업과 금속가공, 그리고 디자인을 아우르는 첨단 일본의 정점(頂點)인 것이다.

<꿈과 기술>은 이러한 일본 로봇 문화의 역사를 훌륭히 압축한 일종의 소사(小史)와 같다. 로봇의 모티브를 이용한 미디어예술을 소개하는 첫번째 부분 <미디어예술의 로봇적 표현>은 역사와 현실에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적용한 미학의 현재를, 두번째 부분 <미래와 연결되는 일본의 로보티즘(robotism)>은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상상력이 오늘의 로봇 산업과 직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합체 로봇 완구인 프라모델(プラモデル) 조립식 플라스틱 모델에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변신로봇로 이어지는 로봇 문화의 진화를 소개한 세번째 <변화하고 융합하는 로봇 문화>, 일본 로봇 기술의 오늘을 보여주는 네번째 <로봇 창조 최전선>까지 일본의 과학기술과 문화콘텐츠의 정수(精髓)로서 로봇이라는 아이콘(icon)을 설명하고 있다.

<꿈과 기술>은 일본이 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나타난 시각방식을 일본적인 것과 꾸준히 결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전시장에 끌어들여 생소한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21세기 일본현대미술의 주요한 특징이 첨단 매체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으며, 오늘날 일본은 일본인에게 무한지대로 확장되는 판타지를 제공했던 로봇의 활약을 꾸준히 현실화시키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미디어를 통해 지구적으로 확장되는 정보의 민주화와 공유화 속에서 일본의 문화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려는 시도이며, 다시 이 색채를 지구적 문맥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제의 내일을  오늘로 실현하는 미디어의 지극히 현실적인 꿈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

1      매체예술이라고도 하며, 주로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거나 매체의 형태를 빌려 제작되는 예술.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대두되었으며 인터넷이나 멀티미디어기술이 발달한 1990년대 이후 더욱 활발히 제작되고 있음.

具娜延 1976년 서울생. 미술평론가, 2008 <플랫폼>미술비평상 수상. 최근 글로 「오타쿠, 일본현대미술의 초상」, 「구타이 미술과 일본 전후 모더니티의 경험」 등. wertlo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