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열린 2008년자장면축제에는 전에 없던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바로 <인천화교100년사 자료특별展>이었다. 자장면축제는 대체로 중국의 경극(京劇)노래와 춤과 연극이 혼합되어 있는 중국의 전통극이나 사자춤 공연을 주로 하여 한국의 민속공연 한두 가지를 섞고, 거기에 양념처럼 시민노래자랑이나 자장면 먹기 시합 같은 해프닝류의 행사를 넣어서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던 터에 문득 이런 ‘질 높은 전시회’가 끼어든 것이다.

  인천화교 100년사 자료특별 展 전시모습

 

질 높은 전시회가 끼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축제 행사라는 것이 장소나 연출, 기획 등에서 매양 어설픈 유흥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비로소 그런 소란하고 무미한 공연에서 벗어나 단 한 가지이나마, 지난 100년의 우리 역사와 함께 한 인천화교사회의 역정(歷程)을 돌아보게 하는 자료전을 가리킨다. 이것은 정말 처음이면서 의미 있고 유익한 모처럼의 기획이 아닐 수 없다는 평가다.

인천화교사회는 1884년 조선과 청나라가 맺은 인천구화상지계장정(仁川口華商地界章程)에 의해 생겨났다. 이 장정은 청국인들의 인천 거주 조건을 규정한 조약으로, 이에 의해 그들의 거주지역인, 오늘날 우리가 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르는 청관(淸館)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러니까 인천화교 100년사는 다시 말해 인천 청관역사 100년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물론 오늘 이 글에서 인천화교사(華僑史) 한 세기를 다 말할 수는 없다.

 

앞서의 인천구화상지계장정이 체결되던 해인 1884년, 불과 5명의 청국인으로 출발한 청관은 그러나 “거의 선천적으로 뛰어난 상재(商才)를 발휘하여 식품, 잡화 등을 수입하고 한국 물산을 그들 본국에 수출하여 한국무역의 패권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1 이후 화교사회는 청일전쟁(1894∼1895), 완바오산(萬寶山)사건(1931),2  만주사변(1931),3 중일전쟁(1937∼1945)4 등 파란을 거쳐 암울했던 일제시기, 그리고 광복을 지나 6·25, 4·19, 5·16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 같은 인천화교 100년의 부침(浮沈), 그 편린들을 담아 놓은 것이 이번 <인천화교100년사 자료특별展>인 것이다.

 

 

  인천화교 100년사 자료특별 展 현수막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유물들은 화교들이 개별적으로 보관해 오던 사진자료부터 은행통장, 어음, 지도, 건축도면, 교과서, 악기, 경극용품, 신분증, 월병틀 등의 생활자료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리고 국민당정부시대 쑨 원(孫文, 1866∼1925)과 관련한 기록물들, 사진, 그의 친필 및 복사본 따위의 자료들이 있고, 그밖에 청관풍경 사진들, 완바오산사건 직후 인천을 떠나 피난길에 오르는 화교들 사진도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알려 주는 자료들만 모아 첫 전시회를 마련했다”는 인천화교협회 필명안(畢銘安) 회장의 모 일간지 인터뷰 내용대로 전시된 유물, 유품들은 인천화교들의 생생한 삶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천화교들의 생활사 내지 일부 중국역사 자료들을 전시한 이번 행사가 인천 최초이면서 아울러 통상의 축제 메뉴와는 다른, 매우 의미 있고 진일보한 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전시기획 면에서는 크게 실망스러웠음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전시회를 연 것인지,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전시자료 분류원칙의 부재 혹은 무감각, 연대표기나 자료설명 혹은 내용 해설의 전무(全無), 해설자 부재, 전시장소의 협소, 짜임새 없는 허술한 디스플레이 등등. 더구나 전시된 자료는 그렇게 많은 양도 아니다. 그러면서 아무렇게나, 언뜻 내용을 알아볼 수 없이 마구 벌여놓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인천화교협회 내에 전시 기획에 대한 경험과 안목을 가진 사람이나, 전문코디네이터가 부재하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축제를 총괄하는 우리 쪽 사람이 사전에 이에 대한 점검을 했었어야 했을 것이다. 또 한편 예산문제를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질 높은 전시 프로그램을 끼워 넣기까지는 했으나 넉넉한 예산 배정에는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인지 모르겠다. 역시 역사물 전시보다는 흥겨운 여흥이 축제의 목적에 좀더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때문일까.

이번 전시는 옛 중국영사관 접견실을 화교생활박물관으로 꾸며 거기서 개최했는데, 인천화교협회는 앞으로 이곳을 화교역사 상설전시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천화교사(華僑史)는 인천사(仁川史)의 한 부분으로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계획하는 앞으로의 상설전시가 또 다시 허술한 모양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시에 대해서는 물적, 인적 지원을 하고, 거기 전시물들은 인천역사자료로 우리가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金允植 1947년 인천생. 시인, 인천문인협회 회장. 최근 저술로 「설마 또 일어나겠는가」, 『청어의 저녁』(시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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