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현덕(玄德, 본명 경윤敬允, 1909~?)을 주제로 한 전시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인천을 빛낸 문화예술인 1인을 매년 정해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해왔는데 올해의 인물로 현덕이 선정된 것이다.
1930년대에 소설가이자 아동문학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작가 현덕은 월북 이후 문단에서 사라졌다가 1988년 해금조치 이후 복권된다. 그의 작품이 다시 조명받으면서 현덕은 근대 아동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입지로 자리잡았기에 이번 기념전이 무척 반가웠다. 

우선 심포지엄 <현덕의 삶과 문학세계>는 소설가이자 아동문학가였던 그의 작품세계를 두루 살피는 시간이었다. 내용은 현덕의 성장과정, 현덕과 김유정 작품의 차별성, 현덕 문학의 전통을 잇는 인천 작가 한남규(韓南圭, 1937~1993)와 김중미(金重美)의 작품 분석,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일본의 대표적인 생활동화 작가 쓰보타 죠오지(坪田讓治, 1890~1982) 작품과의 유사점, 이렇게 네 부분이었다. 특히 현덕의 유년기와 작품활동의 근거지 인천에서의 생활을 할아버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두루 살핀 발표문은 꼼꼼한 자료조사가 돋보였다.

90년대 이후 현덕의 작품들은 그림책과 동화, 소년소설로 꾸준히 출판되었다. 그러나 일반문학계에서는 여전히 생소하다. 오늘날 평단에서 아동문학과 일반문학이 서로 소통한다는 건 어렵다. 때문에 이번 심포지엄은 양쪽이 소통하며 현덕의 면모를 두루 살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현덕 작품 자체보다는 현덕을 둘러싼 여러 연결고리들을 다룸으로써 서로 다른 조각들을 맞추어 현덕의 전체 윤곽을 만들어 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짧다보니 토론이 급히 마무리되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시와 공연 <노마와 떠나는 동화 여행>은 현덕의 동화작품을 테마로 하여 가족들이 함께 와서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았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놀이공간에 마련된 구슬치기를 제일 좋아했다. 전시장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면을 돌아가며 가득 채운 원화들이다. 역시 현덕 작품의 가장 큰 힘은 금방이라도 우리 옆에 나와 놀고 있을 것만 같은 노마, 영이, 똘똘이, 기동이의 개성 있고 생생한 모습이다. 벽면 가득한 노마와 그의 친구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아주 즐겁게 보았다. 그중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김환영의 작품 <노마, 영이, 똘똘이, 기동이>의 모습은 역시나 우리가 상상했던 친근한 모습 그대로였다. 한지에 물감을 스미게 하여 표현한 그의 작품은 1930년대 아이들답게 어딘지 촌스러우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이밖에 현덕의 작품 원본과 아동문학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자료 등을 보기 좋게 꾸며 놓았는데, 연구자료의 보전에 약한 아동문학계에서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자료들을 수집하느라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전시장 한쪽을 임시로 막아 상연되었던 연극 <나비를 잡는 아버지>와 그림자극 <고양이>는 인천어린이도서관협회 등 순수 아마추어 모임에서 아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신선하고 훈훈한 시간이었다. 100여 명 이상 빽빽이 앉아 구경할 정도로 인기도 좋았다. 그러나 역시 아마추어인 만큼 발성, 캐릭터 표현 등 공연 전반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순수 아마추어 모임의 열정어린 참여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겠다.

알면 알수록 특유의 색깔로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인천. 한국근대사의 모순을 집약한 항구도시, 그 속에 자리한 도시빈민의 생생한 세계를 천진한 눈길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 현덕을 만나고 온 이번 주말은 무척 행복했다. 역시 현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