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잡지는 기본적으로 별 존재감이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나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같이 베스트셀러를 연달아 내놓는 작가가 연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나 그 연재 잡지가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적어도 이 30년 근자에 들어본 적이 없다. 순문학잡지의 경우, 독자 자체는 적지만 게재되는 소설이나 비평이 이슈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열띤 논의가 일어나기도 한다. 원래 문학을 깊이 생각하고, 비평적인 사고를 하려 하는 독자만 순문학잡지에 흥미를 갖는 법이다. 때문에 순문학은 시장 자체가 작고, 오락소설 분야에 비해 전문잡지를 선호하는 독자 성향이 강하다. 반면, 오락소설은 순문학보다 훨씬 시장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락소설잡지가 순문학잡지보다 많은 판매고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순문학의 경우, 비평가가 전문잡지에 게재되는 소설을 비평하는 데 반해, 오락소설은 그렇지 않다. 이 분야의 작품평은 대부분 발간된 단행본을 대상으로 하고, 잡지 게재 작품을 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재 일본 문학계에서는 잡지에 게재되는 오락소설을 화제로 삼는 문화가 없어졌다고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락소설잡지는 판매고 면에서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요무요무(yom yom)> 신쵸오샤(新潮社)가 2006년에 창간한 소설잡지는 신기하게도 판매 성적도 좋아 다른 출판사나 서점에서 주목하는 매체가 되었다. <요무요무>의 성공은 판매 부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잡지의 독자는 원래 중년층이 대부분인 것에 비해 <요무요무>는 20~30대의 비교적 젊은 여성들로, 새로운 독자층을 발굴했다는 면에서 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요무요무>는 과거 다른 소설잡지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보통 오락소설잡지는 연재작품이 중심이다. 출판사가 유력한 소설가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해 작품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위한 원고를 확보하려는 목적이 근저에 깔려 있다. 오락소설잡지 중에는 특집을 구성하고 1회성 기사를 게재하거나 특정 테마를 가지고 소설가들에게 경쟁하게 하는 등 각 호마다 재미있는 구성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1회성 원고가 적고 연재소설만 줄줄이 실려 있는 잡지도 적지 않다. 그런 잡지는 한 호만 사는 독자가 별로 없다. 기존 오락소설잡지가 출판사의 사정을 우선시해, 독자를 즐겁게 하려는 의식이 부족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요무요무>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일본소설의 대부분은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3년 정도 지나면, 작고 가격이 싼 문고본으로 다시 발행된다. 최근 작품을 쫓아다니며 읽는 선구적인 독자를 제외하면, 책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은 단행본보다 문고본에 더 친숙하다. <요무요무>는 다른 일반 소설잡지와 마찬가지로 A5사이즈이지만, 신쵸오문고(新潮文庫)신쵸오샤의 문고 브랜드가 나오는 매체다. 그래서 극히 일부 독자만 찾던 소설잡지 코너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쉽게 찾는 문고본 코너에서도 <요무요무>를 볼 수 있다. 신쵸오문고의 이미지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는 일러스트 팬더가 <요무요무>의 표지나 잡지 중간 중간에 자주 등장한다. 또 신쵸오샤에서는 서점 좌대에 <요무요무>를 전시할 때 사용할 간이 종이 디스플레이에도 이 팬더가 눈에 띠도록 디자인했다.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여성 고객을 끌어들인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신쵸오샤는 원래 순문학잡지인 <신쵸오(新潮)>와 오락소설잡지인 <소설 신쵸오(小?新潮)>를 발간해 왔다. <요무요무>는 이 두 잡지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이 매겨져 있다. 오락소설을 다룬다는 점에서 <소설 신쵸오>와 <요무요무>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요무요무>는 <소설 신쵸오>에 비해 지면 레이아웃이 심플하고, 그만큼 가격이 싼 인상이 든다. 이것은 문고본 팬들이 환영할 만한 가격대를 의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요무요무>가 기존 소설잡지와 다른 차별성을 갖는 것은 내용이다. 게재하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은 모두 1회성 단편이라서, 몇 호든 그 호 하나를 즐길 수 있다. 이는 소설가를 잡아두려는 출판사 측 사정 때문에 연재 작품만 게재하는 기존잡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요무요무>의 경우, 출판사 사정보다 독자의 요구를 더 중요시 여기는 기본방침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는 소설가 필진에서도 잘 나타난다. <요무요무>에 등장하는 소설가를 보면 중진들은 적고, 비교적 젊은 작가들이 많다. 아직 책을 출간하지 않은 신인도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이 잡지가 오락소설잡지이지만, 순문학 출신 작가라도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타입의 젊은 작가에게도 집필 기회를 준다. 예를 들어 카네하라 히토키(金原ひとみ)가 그 경우이다. 이런 면에서 <요무요무>는 앞으로의 소설 동향을 파악하는 안테나 숍 소비자 동향 또는 신상품의 시험 매매 등 소비자의 수요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제조 회사나 도매상의 직영점같은 성격이 있다.

게다가 소설가 필진 선택에 있어서는 더욱 독자의 요구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보통 베테랑 작가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는 각종 문학상나오키상(直木賞) 등 또는 서평가들이 정하는 랭킹이 미스테리가 최고!(このミステリ?がすごい!)’ 등이 책을 고르는 영향력 있는 지표였다. 그러나 모처럼 인기를 얻기 시작한 소설가는 좀처럼 상을 받지 못한다거나, 프로 서평가들의 선택이 마니악(maniac)스러운 작품에 집중된다든가, 책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의 감상과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 어긋남을 메우기 위해, 2004년 책을 직접 파는 서점 직원들이 뽑는 책방대상(本屋大賞)이 개최되었다. 책방대상을 수상한 소설은 각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띠는 위치에 놓이게 되고, 판매부수도 많아졌다. <요무요무>의 필진은 각종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이나 서평가들의 랭킹에서 보여지는 마니악적인 성행과는 다른 기준으로 뽑힌다. 이는 책방대상과 같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각을 반영하는 듯하다.모리미 토미히코(森見登美彦), 온다 리쿠(恩田陸), 카쿠다 미쯔요(角田光代) 등

<요무요무> 2010년 3월호 ⓒ신쵸오샤 | 2010

<요무요무>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다른 문예출판사들도 새로운 소설잡지를 시도하고 있지만, <요무요무>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요무요무>는 창간 이래 계속 편집장을 맡고 있는 키무라 유카(木村由花)의 개성을 잡지 전체에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개인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소설잡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요무요무>의 성공 요인은 책을 좋아하는 키무라 편집자가 책을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의 감각을 잘 이해해서 잡지에 담아낸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 않을까. 이는 어떤 의미에서 독자라는 원점으로의 회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