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누구일까? 10여 년 전 인천지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인천을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 1위로 선정된 사람은 바로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1880~1964) 장군이었다. 물론 인천상륙작전(1950)은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며 그 중심에 서 있었던 맥아더 또한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를 인천의 상징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인천 출신도 아니고, 인천과 함께한 시간도 상륙작전 당시의 잠깐이다. 그를 한국현대사의 중요인물로 꼽아도 인천의 상징 인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아더가 인천을 상징하는 인물 1위로 선정되었던 것은 인천지역의 인물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항기(1876~1910) 때 인천은 변화의 물결을 가장 앞서 맞았다. 이후 식민지(1910~1945), 한국전쟁(1950~1953), 산업화 등 격동의 시대를 그 어떤 지역보다 강렬하게 겪었던 곳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인물들이 활동하여 풍부한 인물 연구가 가능하다. 그간 인천의 중요 인물들의 행적을 일부 밝혀내는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인천지역 인물 연구는 부족한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인물 100人』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천 근현대사의 중요 인물들을 발굴, 소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우현 고유섭(又玄 高裕燮, 1905 ~1944),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巖, 1898~1959) 등 인천 출신의 유명인물 외에도 인천 근현대사의 그늘에 가려 있던 인물들을 정치, 경제, 사회, 언론, 교육 등의 활동분야로 나눠 소개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화 관련 인물들이다. 고유섭을 필두로 수많은 문화계 인물들이 인천 문화의 토양을 만들어 왔음을 보여준다. 소개한 인물 중 인천 출생이 아닌 사람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개항 이후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적, 지역적 스펙트럼 속에서 근대도시로 발전해 온 인천의 매력을 드러낸다.

이 책을 계기로 지역 연구에서 인물 연구가 갖는 중요성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되었다. 지역의 중요 인물들을 발굴하고 인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삶의 흔적을 복원하여 인물에 끼친 영향을 살피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이뤄진 개별 연구를 바탕으로 특정 분야나 사건별로 다시 종합, 재구성하면 지역적 정체성을 다시 살피는 기회가 되기에, 『인천인물 100人』의 출간은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 책은 본격적인 인물 연구서가 아니다. 100인에 대한 짤막한 소개로 사전적인 성격이 크다. 이것으로 인물 연구의 필요성과 계기가 충분히 만들어졌으며, 이제 소개한 인물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의 책임이 전문 연구자들에게 넘어왔다. 이때 지역의 인물 연구가 가질 수 있는 문제점에 주의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이나 인물에 대한 찬양이나 자랑, 홍보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이나 인물에 대한 홍보로만 이용된다면 그 연구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일종의 역사왜곡까지도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함과 냉철함이 요구된다.

E.H.카(Edward Hallett Carr, 1892~ 1982)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1961)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구를 남겼다. 이 말에 빗대어 본다면 인물 연구는 ‘현재를 사는 나와 과거를 살았던 인물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인천의 과거를 살다 간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를 통해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