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총생산(GNP), 국내총생산(GDP)은 국가 혹은 지역의 경제력을 가늠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이다. 그러나 어떤 도시나 지역의 문화력은 경제나 도시계획적 인프라 등과는 달리 그 가치를 수치로 환산하거나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하기 전에는 그 문화에 대한 수준을 가늠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문화에 관한 지수 개발에 주목하게 되는데 이번에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에서 발간한 『2008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는 의미가 크다.

이번 문화지표 조사연구는 기존 2004년도 연구체계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으나 보완, 개선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인천광역시 전체, 그리고 10개 군구별로 문화시설 분포현황을 파악하여 지도로 시각화를 시도한 점이다. 문화시설은 일반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화향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인데, 지역 문화시설의 위치, 접근성과 교통, 밀집도, 분포패턴 등의 공간적 분석방법은 최신의 문화정책수립 기법과 관련이 있다. 이번에 재단이 문화지표 연구에서 보여준 문화시설의 시각화가 정교하게 발전하면 지역별 문화시설의 편중 및 소외정도, 문화시설의 종류와 규모, 입지 패턴이 어떠한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공간적 접근을 수행하는 주체의 전문성과 문제의식, 그것을 효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공간범위의 선택과 아이디어 그리고 각 공간지리 정보를 수집, 조사, 확인하여 디지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비공간적 접근만으로는 파악되지 않던 새로운 측면의 문제가 드러나고 그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것에 이어 2008년 인천의 문화지표 조사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인 까닭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큰 무리없이 진행하여 나온 결과물이다.

이번 문화지표의 분류체계는 「인문사회환경-생활, 교육, 행정, 경제 환경」, 「문화환경-시설, 행정, 지원」, 「문화자원-인력, 유산」, 「문화활동-예술활동, 산업활동」, 「문화수요-여가문화활동, 시설이용, 행사참여」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인문사회환경」은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인위적으로 그 의미를 축소, 국한시킨 면이 있다. 그리고 「문화환경」범주가 「인문사회환경」과 분리되는, 대등하고 독립적인 범주를 구성하고 있는 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여가활동은 「문화수요」분류에 속하여 있으나, 시민들의 일상적인 문화활동은 예술활동보다 주로 여가활동을 통해서 드러난다. 「문화활동」 범주에서 따로 분리해 낸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향후 문화지표 조사연구에서는 지속적인 수정, 보완을 통해 분류체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가 지역을 활성화하는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산업 및 문화경제에 대한 전문적인 문제의식과 이를 반영하는 지표의 개발이 보다 풍부해져야 할 것이다. 문화지표의 범주 구분과 체계의 확립이 까다로운 난제이지만, 앞으로 조사연구 작업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테니 발전의 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는 지역의 경계를 초월하여 경쟁이 극대화하는 글로벌시대이다. 이렇게 치열하고 보이지 않는 경쟁 환경에서 국가 혹은 지역 간 우열은 문화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인천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2008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를 통해 문화적인 면에서 인천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문화도시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피고, 이를 기초로 풍성한 문화력이 생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 동핑(楊東平)은『중국의 두 얼굴』(2008)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경제 분야 이외에 새로운 경쟁 좌표가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소프트파워라 불리는 문화경쟁력이지요.”(518면)

申星喜 1973년 서울생. 인천발전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 책임연구원. 최근 저술로 「인천시 문화지구 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 「인천시 다문화 자원의 공간적 특성 및 활용에 관한 연구」 등. shin06@i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