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滿洲)1는 역사, 문화, 지리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지역이다. 19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간도(間島) 만주 가운데 두만강 이북 지방의 특히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 개척과 항일 망명, 일제의 착취와 강제이주 정책으로 인해 해방 전까지 적어도 400만 명 이상의 조선인이 제2의 고향으로 자리한 곳이 바로 만주였다. 그러나 해방과 더불어 맞이한 분단의 높은 장벽은 한동안 만주를 잊혀진 고토(古土)로 만들었다.

다행히 198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북방에 대한 전방위적 관심 속에서 학계도 만주지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역사학계는 중국동포 학자를 포함하여 한국근대문학 연구자들이 진행해 온 재만(在滿) 조선인문학 혹은 간도 이민문학의 연구성과는 만주와의 인연을 재차 상기시켰다. 재만 조선인문학 연구는 한국문학의 외연을 확대하고, 1940년대 암흑기의 공백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연구의 아쉬운 점은 만주에서 생산된 한국문학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곳의 정치 상황에 대한 접근에는 소홀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만주라는 공간적 개념에 큰 자리를 내어준 나머지 만주국(滿洲國, 1931~ 1945)의 정치 현실이 들어올 여지를 적게 둔 결과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재만 조선인문학이 만주국의 문학 환경에서 생산된 것이라면 만주국에 대한 고찰이 선행되어야 더욱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한국에서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데 만주국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문학 환경을 옥죄고 있는 정치적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굳이 만주국의 오족협화(五族協和) 만주족, 조선족, 한족, 몽골족, 화족(일본)이 협력하여 화평하게 지낸다는 의미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근대 만주는 동아시아의 축소판이었다. 이는 만주에서 진행된 여러 민족문학의 관계망 고찰을 통해 동아시아 근대문학의 한 축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의 만주국 관련 문학연구는 대부분 한국문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학자들이 말하는 동북함락구(淪陷區)문학 중국에서는 만주국을 인정하지 않기에 만주국문학 대신 동북함락구문학이라 표현함이나 재만 일본문학의 경우, 아직 초보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2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번역된 오카다 히데키(岡田英樹)의 『문학에서 본 ‘만주국’의 위상』은 국내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이에 이 책을 국내의 중국문학 연구자는 물론이고, 일본문학 연구자들도 읽기를 바란다. 그것은 만주국 문학을 고찰할 때 일본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의 입장에서도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1부 만주국의 문학, 제2부 만주국 중국문학의 제상(諸相), 제3부 외부에서 본 만주국의 문학, 그리고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만주국 초기 만주국문학에 대한 재만 일본인 작가들의 시각과 일제의 문예정책, 중국인 작가들의 활동을 분석하였다. 제2부에서는 만주국의 대표적인 중국인 작가에 대한 고찰과 이색적인 하얼빈 문단에 대한 평가, 그리고 중국인 작가들이 사용한 중국어와 일본어에 대한 언어의 특색을 다루었다. 제3부에서는 대동아문학자대회(大東亞文學者大會) 대동아의 문예부흥을 목표로 내걸었던 일본의 전시 문화공세의 한 예로, 1942~1944년까지 총 3회 개최(1,2회 도쿄, 3회 난징 개최)에 참석한 만주국 대표들의 고민과 일본에서 활동한 중국인 작가의 작품과 귀국 후의 행적, 그리고 만주국의 대표적인 일본인 평론가이자 번역가의 활동과 그에 대한 중국인의 시선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부분적으로 발표한 11편의 논문을 소개하였다. 이 중 눈여겨 볼 논문은 「만주국의 조선인 작가―이마무라 에이지」이다. 저자는 이마무라(今村榮治)의 작품 「동행자」를 통해 만주에서 조선인이지만 일본국민으로 살아간 경계인(境界人)의 비애를 분석하였다.

이 책의 장점은 철저한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 분석과 꼼꼼한 주석에 있다. 그러나 모든 비평문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저자 자신의 작품을 읽는 방법과 시각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민족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만주 공간을 소재로 삼았고, 그곳에서 창작된 작품을 다루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컨대 중국학자의 논문이 해방 후 진행된 중국적 시각을 일정부분 반영한 것이라면, 일본학자의 논문은 일본적 시각을 나름대로 표현한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식민주의 문학을 바라보는 한국적 시각을 정립하는 것이다. 『문학에서 본 ‘만주국’의 위상』은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를 상기시켜준다.

주)

1      중국 동베이(東北) 지방을 이르는 말로, 랴오닝성(遼寧省), 지린성(吉林省), 헤이롱쟝성(黑龍江省)이 이에 속함. 동쪽과 북쪽은 러시아와 접해있고, 남쪽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한반도와 인접함.

2      이와 관련해서 기존에 한국에서 출판된 단행본은 톈진사범대학(天津師範大學)에 재직 중인 김장선 교수의 『위만주국시기 조선인문학과 중국인문학의 비교연구』(역락, 2004)가 유일함.

金昌鎬 1961년 강원도 원주생. 강원대, 한림대 강사.  최근 글로 「만주라는 하나의 공간과 한중 두 민족의 마주보기」, 『재중강원인생활사 조사연구』(공저) 등. seomg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