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을 훌쩍 넘어 300만에 가까운 엄청난 인구를 자랑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가장 싼 식료품 가격을 자랑하는 도시. 그 곳이 인천이다. 내가 인천에 살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큰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쉽게 읽는 만화 인천사』를 보고는 인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인천은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역사도시’이다. 선사시대에서부터 시작된 인천의 역사는 참성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유적을 남겼으며 이런 유적들은 인천의 긴 역사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방어기지로서, 한국전쟁의 산 증인으로 또 그것을 이겨내고 국제공항과 항만으로 떠오르는 동북아의 허브도시로서의 인천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그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는 수많은 신석기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빗살무늬 토기와 같은 것들은 영종도와 함께 문학산 부근에서도 출토되었고, 화덕은 신석기에 인천에서 사람들이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또 인천이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이 있다. 인천에는 탁자식과 바둑판식 고인돌이 모두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유적은 남한에 총 2군데 있다. 모두 인천 강화에 있는데 그것이 삼랑성과 참성단이다. 이는 고증된 것은 아니고 설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청동기를 지나 삼국시대가 형성되어 갈 때쯤에도 인천은 역사의 한가운데 등장하게 된다. 유리(琉璃)의 등장으로 고구려에서 나온 비류와 온조. 온조는 위례성에 정착했고 비류는 지금의 인천. 즉 미추홀에 정착했다. 하지만 비류의 세력은 온조에게 합류하게 되었고 수도로서의 인천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 뒤에 삼국시대에 해상교통의 요지로서 활약하며 한강과 운명을 같이 하였다.

인천의 인주(仁州)이씨(李氏)는 6두품 출신으로 아찬(阿飡)신라의 17관등 중 여섯째 관등을 하던 이허기(李許奇)가 당 헌종(玄宗)을 끝까지 지켜 이씨 성을 받았다. 인주이씨는 고려시대 때 왕실의 외척이 되며 점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려의 황금기에 7대에 걸쳐, 80년 동안 임금의 외가로서 막강한 권력을 잡은 인주이씨. 그리하여 인천은 7대어향(七代御鄕)이라 불리었다. 하지만 인주이씨의 권력도 이자겸(李資謙)의 반란이 실패하며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인천은 고려의 임시수도였다. 몽골군이 침략해오자  이에 저항하기 위해 강화에 궁을 짓고 40여 년간 수도로 삼았다. 현재의 강화인구가 6만 7천명. 그런데 당시 무려 10만 명이 강화에서 살았다고 하니 정말이지 놀라운 수치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곳을 강화읍성 부근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뿐이던가? 우리나라의 최초의 성리학자인 안향(安珦, 1243~1306)은 원에서 가져온 공자상을 가져와 교동향교(喬桐鄕校)인천광역시 교동면에 소재한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에 안치하고 공자와 그 제자들의 화상을 모셨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조선이 된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世宗, 재위1418~1450)과 부평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종기로 고생하던 세종대왕은 부평 인근에 좋은 온천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자 백성들이 온천의 위치를 숨긴다고 생각하여 부평을 현으로 강등시켰다가 9년이 지나서야 도호부로 다시 승격시켰다. 연산군(燕山君, 재위1494~1506)) 때 부평 출신의 내시 김순손(金舜孫)이 연산군의 패륜을 지적하다가 귀양을 가서 죽음을 맞자 부평은 다시 현으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연산군이 폐위된 뒤에서야 부평은 다시 도호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인천에서는 독립운동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후에 인천상륙작전(1950) 때 다시 한번 역사의 한 조각을 장식했다.

 인천에 살면서도 인천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인천에는 별다른 인물, 특별한 일들이 없었다고 생각 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특히 세종대왕에 얽힌 일화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에는 인천에 대한 애향심이 피어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의 시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애향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천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인천이 어떤 곳인지 잘 알게 된다면 인천의 시민들이 나와 같이 애향심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런 책이 많이 나와 많은 학생에게 읽힐 수 있으면 좋겠다. 인천시에서 시작된 인천사 알리기, 인천에 자부심을 가진 학생들이 가득한 미래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