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가네하라 히토미(金原ひとみ)의 소설 『뱀에게 피어싱』(정유리 역, 문학동네, 2004)은 스플릿 텅(split tongue), 일명 갈라진 혀에 관한 대화로 시작된다. 이 소설에서는 뱀처럼 갈라진 혓바닥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바로 그런 혓바닥을 가진 남자의 입을 통해 두 갈래로 제시된다. 하나는 혀에 피어싱을 하여 구멍을 점점 확장시키다 끝 부분을 묶어 절단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피어스 없이 바로 절단해 고데기로 지지는 방법이다. 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예쁘게 갈라지는 장점이 있고, 후자는 후딱 완성되지만 모양이 투박하고 무엇보다 끔찍하게 아프다는 단점이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방법을 택하겠는가.

『뱀에게 피어싱』이 신체 개조, 문신, 알코올 중독, SM(가학/피학적인 섹스) 등과 같이 혀를 갈라 고데기로 지지는 것 같은 고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같은 해 아쿠타가와상을 공동 수상한 와타야 리샤(綿失りさ)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정유리 역, 황매, 2004)은 스타를 흠모하는 은둔형 남학생과 왕따를 자처하는 외톨이 여학생의 아련한 소통욕망을 다룸으로써 존재의 한구석에 뚫린 피어싱을 예쁘게 확장해나가는 방법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작가 모두 스물 안팎의 나이라는 점이다. 소설이 반드시 늙은 시선을 동반할 필요는 없지만,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거리 감각과 성숙한 시선은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 국내에 소개된 일본 소설의 상당수는 이십대 초반 작가가 쓴 십대 후반의 이야기로, 청소년소설 내지 청춘소설이라 해도 좋을 만큼 젊다. 대관절 일본의 젊은 작가들은 어떤 비기(秘技)를 가졌기에 십대의 눈으로 인생을 조망하는(혹은 조망하는 척하는) 데 성공했는가. 

잠시 『뱀에게 피어싱』으로 돌아가 보자. 일반적으로 피어싱이나 문신 같은 신체 절제 행위는 정체성 혼란에 직면한 주체의 대응, 즉 ‘새로운 입사(入社,  initiation)’로 간주된다. 이들의 입사는 전통적인 입사와 달리 공동체의 재생산이나 가치의 전승과는 전혀 무관하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급격히 휘발된 공동체의 기억은 마침내 영도(degree zero)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입사를 통한 정체성 확립은 주체에게 절대적인 과제이다. 이 시대의 신참들은 샤일록처럼, 자신의 손에 유일하게 남겨진 살 덩어리(신체)에 주목한다. 이들은 사회 개조도, 정신 개조도 아닌, 신체 개조를 통해 입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역설적으로 입사라기보다 입사의 불가능성을 실연(實演)한다. 공동체와의 교감이나 소통 대신 원시적인 신체 훼손과 난교, 약물 중독 같은 강렬한 즉물적 감각만이 그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이들의 신체는 불량 전도체와 같아서 접속은 순간순간 끊어진다. 가네하라 히토미는 이러한 단속적인 깜빡거림 속에서 근원 모를 욕망을 중심으로 공회전하며, 영도의 불감증을 혁파하려는 십대 주인공들을 이 시대의 빌헬름 마이스터로 내세운다.

이것이 젊은 일본 작가들의 비기이다. 사회의 조숙함이 시선의 미숙함을 보완한다. 폭력에 기초한 조악한 권력, 착취와 수금, 배제와 처단, 모략과 아부와 배신이 공존하는 뒷골목 자본주의 찌꺼기를 벤치마킹한 모의 사회가 널리 이식된 일본(그리고 아마도 한국)에서, 십대 후반의 나이는 그다지 젊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문신은 늙은 선원의 기록이며, 그들의 개조된 신체는 끔찍했던 항해의 비밀스런 상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서계에 불어 닥친 십대 소설의 광풍은, 교양과 모험의 장소가 젊어졌다는 현실의 변화 외에 소비의 장소가 젊어졌다는 시장 변화에 더욱 크게 의존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독서계를 향해 날름대는 일본 소설의 두 갈래 혀에 대해 말할 때가 왔다. 한편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상실의 감각에서 발원해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의 고독을 거쳐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에 이르는, 상처와 치유의 테마에 기초한 소설들이 있다. 이들 소설이 전해오는 온기는 이미 광범위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무라카미 류(村上龍)의 퇴폐적인 방황과 문화적 저항에서 발원해 『뱀에게 피어싱』에 이르는, 유형지나 수용소에서 보내온 섬뜩한 기록을 닮은 소설들이 있다. 우리가 이토록 참혹한 정글에서 살고 있다는, 과연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십대들의 절망적인 전언은, 우리 독서계에 또 다른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전자의 흐름은 세련된 반죽에 쌉싸래한 우울의 향신료를 섞어 정교한 데코레이션을 곁들인 삼단 케이크처럼 점점 예쁜 모양으로 순치되는 경향이 있다. 이 흐름은 돌이킬 수 없이 ‘쿨’하게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는 쪽으로 돛을 튼 듯 보인다. 다른 한편 후자의 흐름은 찰나적인 자극과 충격을 제조하는 ‘하드코어’적 상상력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작품들은 현실보다는 인위적인 시뮬레이션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시대의 정언명령인 ‘쿨’의 극복이라기보다 그 마지막 변종인 ‘참혹한 쿨’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도 내기를 걸어야 한다면, 나는 케이크를 먹느니 혀를 자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