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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과 사람들 : 배다리에 닻을 내린 청춘, 하정주 작가
통권 : 55 / 년월 : 2016년 1,2월 / 조회수 : 2403

인천과 사람들 : 배다리에 닻을 내린 청춘, 하정주 작가

 

 

취재·정리 : 유광식

 

 

 

최근 인천 섬으로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하정주 (미술)작가! 현재 인천배다리역사문화마을의 대표적인 청년 활동가다. 지난 2014년 스페이스 빔 레지던시 참여를 계기로 알게 된 인천, 동구 배다리는 어느덧 자신의 중심 찾기 일환인 네모의 공간이 되었고 의미를 더해 나가고 있다. 겨울의 어느 토요일 오후, 배다리안내소 연탄난로 사이로 그녀와 마주하였다.

 

 

유광식(이하 유) :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정주(이하 하) : 그게 없네요, 처음에 소개할 때면 작가, 회화 작업하는 누구누구. 이곳에 오면서부터는 아예 배다리 전속작가죠! 청산별곡(생활문화공간 달이네) 님이 밥과 술을 사주며 은근히 많이 챙겨주세요. 작년 7월에 스페이스 빔(대표 민운기)에 디자인 컨퍼런스 레지던시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 민운기 선생님이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는데 배다리 요일가게 타로 선생님으로 많이 알려졌죠. 주로 타로 보는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어요. (웃음)

 

 

: 전시 소식 기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네모의 꿈(2015.12.4~12.14/한점갤러리). 전시도 살펴보고 이후 블로그도 보았는데요. 전시 소개 및 현재의 생각들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 처음 보는 사람은 화장실 타일 같다는 얘기 많이 해요. (웃음) 블로그 운영은 2009년도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어요. 앞에 부분은 개인적 내용이 많아서 닫아놓았고, 지금 열어 둔 것은 전시했던 최근 2~3년 것만. 그림을 그리면서 사각형 프레임 짜기, 어디 자리를 잡고 싶단 생각이 컸어요. 어디, 위치, 좌표점을 찾는 거라고 할까요? 그 틀 안에 나를 넣는다고 해서 그렸어요. 네모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어요. 블랭크(blank), 물음표(?), (네모의 꿈/W.H.I.T.E./1996), 누구는 이 노래가 목청을 틔우기 좋다고 해요, 네모라는 단어 이름도 좋았죠. 이번 전시는 제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거예요. 레지던시나 외부 전시장은 작가에게 기대하는 게 많죠. 이런저런 조건 없이 보여줄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 첫 개인전은 용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늦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다짐이라도 한 건가요?

 

: 전 작업량이 엄청 많아요. 강박도 있고요. 작업은 개인의 프로젝트처럼 하는데 저거(이번 전시) 하나가 한 달 치 정도(네모)로 별도의 분사된 자료가 많아요. 1년에 12개 이상은 나온다고 보면 되요. 너무 많다 보니깐 어떻게, 어디에서 보여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못 보여주죠. 예쁜 그림도 아니어서 사람들이 굳이 원하지 않죠. 전시 제안(apply)도 많이 해보는데 안 돼요. 요즘 갤러리는 착하고 예쁜 그림을 찾거나, 큰 전시장은 작가 색(이 강조된), 혹은 시각적으로 강한 것을 찾죠. 저는 오래 봤을 때 질리지 않고 보다보면 나쁘지는 않네 하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작업이 제 목표예요. 훅 들어오는 건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사진도 그래요. (동시대 흐름) 떨어지는 건 별로라서 여러 세미나를 찾아 다녀요. 작가들도 만나고 싶은데 가면 전 완전 마이너예요 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작가활동을 반드시 외부로 할 필요는 없는데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게다가 제 나이가 어중간한 게 중견도 아니고 신진도 아니에요. 애매하죠. 큰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고 작은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면 좋은데.

 

: 본인에게 동기부여는 어떤 형태로 다가오나요?

 

: 잘은 모르겠으나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이 동기부여 같아요. 오늘처럼 약속을 하면 몸이 안 좋아도 나가게 되니까요. 약속을 고지식하게 지키는 편이예요. 그래서 약속을 함부로 안 하고 꼭 지킬 것만 해요. 얼버무릴 대답은 안 해요. 언제 한 번 밥 먹어요 하는데 안 보잖아요. 말에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 어렸을 적에는 어떤 모습의 아이로 기억하나요?

 

: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적엔 현실감각도 뛰어나고 생각의 깊이가 깊고 철이 더 들었던 거 같아요. 6학년 때에 인간됨이 최고였고 이후로 삐뚤어졌던 거 같아요. (웃음) 그림 그리는 거보다는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저희 엄마도 그림에 재주가 있었다고 해요. 그 시절엔 먹고 사느라 바빴잖아요? 입버릇처럼 나도 어렸을 적에 상도 많이 받고 잘했는데하세요. 그런데 어머니는 저에게 그림 시킨 걸 제일 후회하십니다. 이렇게 삐뚤어질 줄 몰랐다며. (웃음)

 

: 배다리 얘기를 해볼게요. 활동이 많은 것 같은데요?

 

: 이쪽 행사에 모두 동원되어 사진이 찍혀요. 서울에서 일부러 소식을 듣고 오죠. 여기는 사람들이 한 사람이라도 보태져서 관심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참석하려고 하죠. 작년 레지던시 때 저는 이왕 올 거면 제대로 보고, 오랜 기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때 처음 부산()을 안 갔어요. 원래는 집안 행사에 무조건 가는데 여기서 제대로 알아보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에게는 선택의 의미가 되었고, 재밌었고, 당시 제 인생의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힌 거 같아요.

 

: 배다리 마을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나요?

 

: 홍대(현 거주지)에서 오고 가는 게 어렵지는 않아요. 지하철이 제일 빨라요. 삼화고속은 갈아타야 할 뿐더러 비싸고요. 예전에 인천아트플랫폼에 아는 분이 있어서 그때(2008) 와보고 그 뒤로는 작년이 처음. 이렇게 여기에 줄기차게 올 줄은 몰랐어요. 사실 인천하면 아무 생각이 없어요. 부산에서는 제1의 도시를 부산이라고 해요. 2의 수도. 부산 사람들이 이상하리만치 자부심(부산 중심)이 강해요. 부산 다음에 인천, 이렇게 저는 세뇌교육을 받았잖아요. 제 고향이 부산인데 사람들이 액티브(active)하죠. 있는 대로 표현하고 무언가 진행하면 성질이 급해서 빨라요. 상대적으로 인천은 느긋한 편이죠. 2008년 왔을 때 이 동네가 매력 있다는 생각은 했어요. 부산과 비슷한데? 부산국제시장도 사람이 많고 적고의 정도지 느낌은 이곳 동인천과 비슷해요.

 

: 책을 많이 읽는 거 같은데 어떤 종류의 책을 즐겨 읽나요?

: 그러게요. 책 읽는 거 좋아해요. 책을 볼 때 여러 권을 봐요. 화장실 갈 때 보는 책, 잠 잘 때 보는 책, 지하철에서 보는 책 다르고. 읽는 느낌이 다 달라요. 저는 문어다리예요, 책을 읽을 때는요. (웃음) 제 그림독후감이 배다리마을 소식지에 실렸어요. 책을 읽고 이미지랑 글을 모아서 그림독후감을 썼어요. 끄적끄적 했더니 독후감이 되더라고요. 저만의 독후감. 원래는 글로 기록하고 그림은 별개로 기하학적, 추상적으로 그렸는데 이 동네 와서는 아기자기하게 그리게 되었어요. 주변 친구들이 엄청 밝아졌다고 해요. “너도 이제 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구나하고요. 주변 친구들은 대개가 주부죠. 작업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어요. 레지던시 신청해서 제일 좋았던 건 작업하는 작가들을 볼 수 있었던 거였어요.

 

: 평소의 독서가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생각하나요?

 

: 그렇겠죠. 책은 밥 먹듯이 습관처럼 봐요. 사지는 않고 빌려 보는데 닥치는 대로 읽죠. 그러면서도 한 쪽으로 편중되지 않게 장르별 균형을 맞춰가며 분류해서 보려고 애를 써요. 특히 신화, 상징, 문화, 민속학에 관심이 있어요. 황금가지(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재밌게 봤어요.

 

 

: 영화, 음악은 좋아하죠?

 

: 영화 좋아해요. 음악은 재즈 좋아하죠. 스윙재즈, 보사노바, 클래식. 클래식은 음대 다니던 친구가 있어서 귀가 틔었어요. 고전적인 베토벤, 바흐가 아니라 근대로 넘어와서 라벨(Maurice Ravel), 라흐마니노프(Sergev Rachmaninoff) 등의 작품을 특히 좋아해요.

 

청산별곡 : 하 작가는 잡학다식!

 

: 전시작품 중에 세월호 관련한 내용도 녹아 있다고 하던데요?

: 제가 타로를 보니깐 감각이 있나 봐요. 그 전에 시작한 작업이에요. 나중에 작업이 연결이 되었어요. 저는 작업이 한 피스(piece) 생기면 반복적으로 양을 더해가거든요. 그 전의 작업이 어떤 네 컷짜리 만화였어요. 실제로 세월호 사건처럼 바다, 배가 떠 있고 완전히 사라지고 후에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얼굴. 외면하고 있거나 그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렸는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설마 상황이 그리 되겠어 했는데(꿈도 많이 꾸고요) 물속으로, 배의 창밖으로의 이미지들. 손을 잡아 구해주는 구해주고 싶은. 그쯤이 심각했던 거예요. 제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 무심하면 무심하지 공감하지 않는 편인데(감각을 닫아놓아요. 너무 가끔 예민하니깐), 그때 감각이 열려서 감정적으로 마이너한 상태였죠. 그때 만약 혼자 있었으면 안 좋았을 텐데 7월에 레지던시에 선정되어 다행이었죠. 당시 집에서 이제 그만 부산 내려와라 했는데, “아니에요 어머니 작업을 끝까지 해--겠습니다라고 했죠.

 

 

: 이 사회의 사건, 현상. 담아두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 저는 딱히 서울에서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천서도 아니고, 특징적인 내 작업이 있지도 않아요. 그래도 외부에서 요구하는 사회적인 요구는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은 하죠. 한 번은 그림을 그만두고 직장을 구해 일을 했어요. 청년실업, 그것과 연관된 여러 사건들을 몸소 체험했지요. 올 초 월급도 못 받고 그만두게 되면서 떨어져나가고요(해당 단체의 공중분해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다 보니 작업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내 자신이 어느 공간에 있으면 적합한지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인천도 제 뿌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요. 애매해 보여도 저로서는 어떤 계기를 찾고 있는 거 같아요.

 

: 그렇다면 인천이란 지역이 스스로에게 긍정일 수 있단 말씀인가요?

 

: 현실적이죠. 집값도 싸고 아는 사람도 있잖아요. 오히려 여기에 너무 빠질까봐 걱정하기도 해요. 못 빠져 나올까 봐요. 저는 사실 부산이 성향에 잘 안 맞아요. 부산 사람들은 흑백논리 성향이 강하거든요. 저는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잘 안 하거든요. (부산에) 내려가면 제 생각은 아예 버리고 착한 딸이 되어야 하는데, 가족들과도 싸우고. 그 동네가 다 그래요. 우리 가족만 그런 게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부산갈매기, 롯데자이언츠가 되어야만 하는 거죠. 부산 살면서 서울 올라올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니까요. 하나를 향해 우르르 몰려가는 게 저는 안 맞아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잖아요. 토론이나 의견 조율이 필요한데 거긴 발언권 자체가 없어요. 잘못하면 이상한 애로 찍혀요.

 

: 플랫폼55호를 끝으로 휴간을 합니다. 웹진이라는 좁은 길마저 막히게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 웹진은 사실 물질화가 안 되니까 가독성이 떨어지죠. 책이면 좋은데. 저는 상당히 아날로그적이예요. 블로그에 쓰는 것, 작은 브로슈어는 보관을 하잖아요? 웹진의 성격상 휘발성이 있어요. 잡혀지 않으면 찾아볼 생각도 안하니까요, 안타깝네요. 정말 안타깝다고 전해주세요. 저는 사실 책으로 나오는 걸 좋아해요. 인쇄할 그 돈을 다 어디다 쓰는 거죠? (힘주어) 안타깝게도 (당분간) 제가 마지막으로 들어간다니 더 안타깝네요. 나중에라도 플랫폼지를 통해 다른 작가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작 작업 이야기할 만한 친구들이 자꾸 사라지니까요.

 

 

 

배다리안내소에는 인터뷰 중간중간 손님들이 드나들었고 냥이는 연탄난로 옆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낮잠을 청했다. 산업도로 문제로 다시금 불거질 주민과 관계기관의 소음을 예상이나 하는지 바깥 자동차 소리가 시었고 그와 대조적으로 날씨는 맑았다. 자신만의 위치를 찾기 위해 선택한 인천 배다리에서의 하정주 작가! 배다리를 중심으로 인천을 풍부하게 담아낼 그녀의 이야기, 네모가 바로 곧 청춘이다.

 

 

하정주(1983~) 부산

/ 하미, 부산에서 태어나 2014년 배다리헌책방 골목에 불시착한 드로잉 작가. 맛있는 밥과 술과 사람을 좋아한다.

 




#저자 약력
1977년 전북 완주생. 사진작가. 본지 청년기자단. yooaull@hanmail.net
글쓴이 : 유광식
작성일 :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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