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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개인사 : 느릿느릿 살아가고 행동하는 진실한 ‘이야기’의 책
통권 : 54 / 년월 : 2015년 11,12월 / 조회수 : 2164
미야모토 테루, 송태욱 역, 『환상의 빛』, 바다출판사, 2014.

책의 개인사 : 느릿느릿 살아가고 행동하는 진실한 이야기의 책

미야모토 테루, 송태욱 역, 환상의 빛, 바다출판사, 2014.

 

이야기

1979년 전북 익산 생. 작가 및 기획자로 인천에서 활동 중

 

·사진 : 길다래

 

 

길다래(이하 '길') 고향이 인천이 아닌 걸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정착하게 되셨나요?

 

이야기(이하 '이') - 원래 고향은 전북 익산입니다. 어릴 때부터 토박이란 말을 좋아했어요. 중학교 때 만들었던 만화동아리 모임 취지도 지방 만화를 활성화시키자였을 만큼 내가 사는 지역 안에서 뭔가를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그러니까 군대 전역 이후에 먹고 살기 위한 고민을 배재할 수 없었고 타지에 직장을 잡아서 고향을 떠나게 되었어요. 고향 떠나게 된 김에 그렇다면 여기저기서 살아보자, 하는 생각을 고향을 떠나는 차 안에서 내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계약을 한 집이 기간 만료가 되면 전혀 다른 행정구역으로 이사를 다녔죠. 주로 경기 북부 지역이었어요. 그런데 의정부에 살 때였는데 주안 신기촌시장 쪽에서 암실을 운영하던 한결 씨를 알게 되었어요. 인천에서 암실도 이용하면서 한동안 지내볼까 하는 마음을 먹은 후 바로 집을 알아보고 이사를 왔어요. 처음에는 인천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로지 암실을 이용하고자 하는 나의 욕망 때문에 왔다고 봐야죠.

 

그럼 그 이후에 인천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인가요? 5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 느끼세요?

 

인천에 와서 주안과 가까운 도화동에 자리를 잡았는데, 1년 정도 살다보니 의정부와 큰 차이점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사실 여느 도시와 비슷하다는 인상 때문에 다른 도시로 옮길까 생각하던 중 동구 배다리를 방문하게 되었어요. 스페이스 빔에서 열렸던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지요. 때마침 스페이스 빔 사무국장 자리가 비어있던 터라 거기서 일을 하게 되었죠. 문화 활동이나 예술에 대한 저의 태도보다는 암실을 사용하기 위해 인천에 왔듯이, 살기 위해 일이 필요했던 이유가 컸죠. 그런데 스페이스 빔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중구 일대도 돌아보게 되면서 인천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애정이 생기게 되었죠. 고향을 떠나면서, 그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내가 보낸 애정 그 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야기 씨는 책을 만들고 디자인 일도 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기획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천에서의 소중한 만남과 책에 대한 애정으로 <배다리 헌책잔치>를 기획하게 된 것인가요? 언제부터 책이 좋으셨어요?

 

- 책은 물리적인 대상으로서도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책을 빌리거나 한 적은 없고 구입해서 보는 편이에요. 어려서부터 만화책을 모으고 내 방을 가득 채우는 것에 익숙했어요. 여전히 만화책과 잡지에 대한 기호가 있어요. 저는 웬만한 책보다 잡지가 더 훌륭하다 생각고 생각해요. 지금은 없지만 필름2.0이라는 잡지가 있었고, 해외잡지 중 디자인이나 사진에 관련된 것들도 형편껏 모았죠. <헌책잔치>를 하게 된 배경은 제가 책도 좋아했지만 배다리라는 곳이 과거 회상적 장소로만 소모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배다리가 과거도 중요하지만) 지금 사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잔치형식을 차용해서 친구들과 <느릿느릿 배다리씨와 헌책잔치>라는 행사를 3차례 진행하게 된 것이죠.

 

- 이 작은 기획으로 인해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배다리를 오가게 된 것 같아요.

 

- 이 기획이 없으면 더 좋았을지도 몰라요. 굳이 이렇게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를 위해서 찾아오기보다는 스스로 헌책방을 찾고 배다리를 오가는 그 순간순간이 잔치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도 정다운 곳에서 숨 쉬는, 자신만의 잔치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야기 씨가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해 주세요.

 

- 환상의 빛, 일어로는 '마보로시(まぼろし)' 라고 읽어요. 한국에서 정식 개봉했던 영화예요. 소설이 원작인데 처음에는 영화로 접하게 되었죠.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를 찍은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초기작이에요. 그분의 회고전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처음 봤어요. 원작이 소설이라는 걸 알았지만, 한국에서 번역이 된 건 한참 후였어요. 2010년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는데 영화하고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죠. 이 책이 한동안 절판 되서 중고 가격이 매우 높게 거래되다가 최근에 다시 찍어서 판매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 책의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 30대의 한 여인이 조그마한 어촌에 살고 있어요. 재혼을 한 상태고요. 이야기의 줄기는 자신과 ()남편 사이에 있는 갓난아이가 있는데 가난하지만 단란하게 지내던 중에 남편이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은 채 철로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원래는 도심에서 살다가 재혼을 하면서 어촌으로 온 것이죠. 혼자서 계속 지난 남편에게 말을 걸면서, 알 수 없는 죽음의 이유에 매달려 있는 여자의 이야기에요. 상황이라고 해봐야 극적인 건 없어요. 잠잠한 어촌에서 일어나는 격정적인 내면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죠. 이 여인은 그 안에서 시달리고 있어요. 애틋하게 기억하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고요. 도심이라면 일이나 감정이 빠르게 망각될 수도 있겠지만, 한가로운 어촌에서는 그걸 놓지 못하고 계속 담담한 일상을 이어가게 되죠. 남이 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여자의 내면에는 무수한 파도들이 치고 있어요. 그 작은 섬마을에서 장례식이 해안가를 따라서 치러지는데 이 여인이 장례식을 하염없이 쫒아가다가 재혼한 남편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끝이 나요.

 

요즘은 어떤 책을 읽나요?

 

-실종일기라는 만화책을 읽고 있어요. 자전적인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내용인데, 어느 날 주인공이 마감에 시달리다가 그게 싫어서 그냥 사라져요. 이미 가정도 있는 사람이지만 노숙 생활을 시작해요. 버려진 음식이나 술을 모아서 먹기 시작하면서 알콜중독에 걸리게 되죠. 그러다 배관공으로 일을 하게 돼요. 일이 능숙해지면서 조금 높은 직책을 맡게 되지만, 또 마음의 부담을 갖게 되면서 다시 도망, 다시 만화가로 연재를 시작하죠. 그 뒤로 거의 술로만 살게 되면서 알콜중독 치료 병동에 입원을 하게 돼요. 사실, 마감에 시달리는 거 누구나 싫잖아요. 근데 이 사람은 그냥 떠나버려요. (하하)

 

- 책읽기 좋은 장소가 어디인지 묻고 싶었는데 왠지 '방 안'일 것 같아요.

 

카페는 작업실처럼 정말 일을 하러 가는 곳이고, 책은 방에서 읽죠. 오늘 어떤 이야기를 들었어요. “시는 우리에게 잠만 주고 잠잘 시간은 주지 않는다라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잠이 쏟아져서 책을 머리맡에 툭 놓고 잠에 빠져드는 것, 그렇다면 나는 요즘 행복하게 지내고 있구나 하고 느껴요. 한 번씩 당장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은 책들이 있는데 그럴 땐 모든 일을 뒤로 하고 책을 읽는 무리를 저지르기도 하죠.

 

- 가을과 겨울을 어떻게 지내실 계획이에요?

 

- 쉽지 않은 작업일 듯하지만, 디자인 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오랜만에 작가로서 전시 참여 재의를 받았어요.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참여해볼 생각이에요.

 

- 인생이란?

 

-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이야기 씨와 마주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자기 나름의 기호를 알고 제대로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인생의 숱한 고민과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실종되고 싶지만 더욱 삶을 의연하게 대하는 태도를 갖게 된 사람. 그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찾아 해변을 서성이는 <환상의 빛>의 여인과 닮아있음을 느꼈다.

 




#저자 약력
1983년 인천 생. 서울과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작업하였다. 글쓰기와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오브제를 만들고 어떠한 공간에 설치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한 신선한 전시, 사운드 퍼포먼스 기획에 관심이있다.
emeraldmemo@gmail.com
글쓴이 : 길다래
작성일 : 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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