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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개인사 : 그녀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_ 유재원(대학생)의 책들
통권 : 53 / 년월 : 2015년 9,10월 / 조회수 : 3237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사, 2009.

인천은 있다 : 책의 개인사

 

그녀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 : 유재원(대학생)의 책들

-김민정,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사, 2009.

 

 

|사진 : 유광식

 

 

그해 여름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날씨였다. 여러 권의 책을 안고 온 유재원 씨. 그녀는 인천의 대학생이다. 지금껏 숭의동의 제물포역 근처 2층 단독주택에서 지내온 그녀, 자칭 낙천적인 성격으로 평소 시를 동경했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멋이 난다, 시집을 들고 있으면 왠지 모를 느낌이 있다, 약간의 지적 허세를 부릴 수 있다는 대답. 그녀는 오래도록 글을 쓰지 않았다 한다. ·고등학교 시절 6년 동안 매해 새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 나갔지만 입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금의 시 쓰기까지 이끌어준 책은 다름 아닌 김민정 시인의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라는 시집이란다.

 

이 책, 제목이 심상치 않은데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었나요?”

대학생이 되고나서 그냥 답답했어요. 어떻게 살 것인지, 나는 어디에 있는지 하는 그런 고민 끝에 기자가 되어보기로 했어요. 거리의 칼럼이라고 당시 김훈 아저씨의 책 밥벌이의 지겨움을 봤을 때 그게 저의 돌파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장에는 입장과 관점이 있는데, 저 스스로 그에 대한 질문을 하다가 그 칼럼을 읽었고 결국 무릎을 치게 됐죠. 그래서 막연히 김훈 아저씨 같은 기자가 되고, 이후에는 소설을 써야지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대책 없이 시작한 기자생활은 너무 빨리 제 능력의 바닥을 보였고, 그러다가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쓰는 족족 선생님들께 혼이 났어요. 선생님들이 (제 소설을 보시고) 이건 무서운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라며 솔직하게 말씀을 해주시는데, 아아, 아직도 난 잘 모르는 거구나, 너무 오래 따뜻한 곳에서만 지냈구나, 좁고 선한 것만 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한 선생님이 이제는 시를 읽어봐라, 문장에 감정이 실리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이후 닥치는 대로 시를 읽었어요. 시인들 중에는 흥미로운 사람이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보게 된 게 김민정 시집이에요. 사람들이 말하는 무서운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입장이라고 부르는지 또 다른 예술의 영역에서 보았죠. 이 분을 흔히 미래파라고 부르는데 서정시의 흐름 속에서 추한 부분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해요. 저와 같은 학교(박문여고)를 나와서 그런지 학교 분위기도 녹아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대단하다고 느꼈죠.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가 좋았어요. 저에게 용기를 준 시집이었지요. 이 시가 저는 좋아요.“

 

..! 시집 구입이 당장 여의치 않아 도서관에서 빌린 후 바로 읽었다. 76년 인천 생인 시인의 시집은 조용히 장 안의 소화를 돕는 위산처럼 달콤쌉싸름한 언어로 가득하다(뒤돌아 말하지 못했을 사연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은). 시집의 소개문에는 조각 난 이미지들의 자기운동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이미지가 가학적이기도, 온도를 품은 듯도 하고, 유쾌함을 넘어 시원한 느낌마저 주었다. 시인이 반기지는 않을지 모르나 어떤 의미로서는 인천스럽다는 생각이 강하기도. 유재원 씨는 따뜻했던 제물포 생활의 어느 날 한 양동이만큼의 얼음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낙천성은 김민정 시인이 생산해내는 시의 언어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 보였고, 어떤 날의 마주침이 생경했을 테니 말이다. 좀 더, 솔직한 그(유재원)의 책들을 주목하게 된다.

 

 

제가 박문여고를 나왔는데 학교에 문학적 성취가 있는 애들이 많았어요. 글 잘 쓰는 애들이 많았고 감수성도 보통이 아니었죠. 1학년 때 한 여자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시는데, 김동리의 역마그 뒷이야기를 써오라 하셨죠. 그래서 써 갔는데 저에게 읽어보라고 하셨죠. 정말 잘 썼다며 칭찬을 연신 하시는데 걔 중엔 감수성을 이기지 못해 우는 아이도 있었어요. 선생님이 다시 읽어주시니 생동감도 있었고요. 그 기억이 강렬해요. 그 선생님이 글을 더 써보라고 해서 문예부에 들어가 글도 썼지만, 공부가 먼저였고 글은 대학 가서 써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이후에도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다고 한다. 교과서 이외의 책들을 말이다.

 

그때 기형도, 김경주 시인 등을 알게 된 거죠. 시도 베끼고. 왠지 기형도가 고등학교 때 너무 좋았어요. 기형도가 너무 좋아서 연세대의 연세문학회에 들어가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칠판에 시 한 편을 써주었어요, 받아 적으라며. 김경주의 시였어요. 우주로 나가는 방. 이거 파일에 잘 끼어서 가지고 다녔는데. (웃음)

 

시인에 푹 빠졌군요!”

사실 시를 좋아했어요. 그렇지만 일찌감치 시는 못 쓰겠다 했고요. 대학 1, 2학년 때 실컷 놀다 소설 비평하는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소설 좀 공부해볼까, 하는 마음이었죠. 그때 현대소설을 많이 접하게 되었지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무척 야한 것도 있었죠. 전에는 교과서 위주로만 생각했는데 소설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때 이상하게 학교에 어슬렁거리는 나이 많은 오빠들, 복학생도 아닌 듯 만학도 같은 그런 선배들이 자기가 쓴 글을 자꾸 보여줬어요. 보았으니깐 뭐라도 말해야 했는데 민망하고. 만만했을 수도 있어요. 제가 혼자 있을 때 와서 관심을 보이고 싶었는지 슬며시 책을 던져주고 가는 선배 두 명이 있었어요. 그때는 이상하게 책 주는 사람, 사 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까지도 열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아요. 비평이론의 모든 것같이 베개로 쓰기에도 두꺼운 그런 책들이요. (웃음)

한 번은 혼자 쓰는 게시판에 글을 써서 올려놓고 잤어요. 그런데 그 두 명의 선배 중 한 명이 댓글을 달았어요, , 이제 시도 쓰는군이라고요. 사실 제가 시를 써서 올린 건 아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는 아하, 나도 이제 시를 쓸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무언가 스미듯 작년 겨울쯤부터는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녀에게 분명 소중한 시절이었을 대학 1, 2학년. 유난히 그녀는 1, 2학년 때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그 소중한 시간에 그녀는 현대소설을 접하면서 시각이 확장된 듯하다.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해볼 수 있었고,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하다가 김민정 시인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답답해서 책을 읽게 되고 경험이 없다는 생각에 기자생활을 해보고 다시 답답해졌는데 글을 쓰게 되더라는, 어쩌면 엉뚱한 모양새, 그 운율이 멋으로 여겨졌다.

 

인천스럽다! 재원 씨는 어떤 표현으로 말하고 싶어요?”

그런 평을 많이 듣나 봐요, 이 시인(김민정). 저는 막 뭐가 어떻다고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약간 어색하다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은 어때, 라는 게요.

저는 원래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내가 활동할) 환경을 만들어야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뭐가 돼도 되겠구나 하는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시험 보듯이 뭐가 될까 했는데, , 그렇게 환경을 잘 만들고 사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거죠. 요즘은 시를 열심히 써요.”

 

그녀도 이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유재원(1990~) 인천

/ 인천 제물포에서 나고 자랐다. 현재 장시간에 걸쳐 진로를 모색 중이고 본인의 건강과 장수를 염원하며 가끔 시를 쓴다.

 

 

 

 

 

 




#저자 약력
유광식. 1977년 전북 완주생. 사진작가. 본지 청년기자단. yooaull@hanmail.net
글쓴이 : 유광식
작성일 :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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