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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을 걷다 : 학교 가는 길
통권 : 53 / 년월 : 2015년 9,10월 / 조회수 : 1799

인천을 걷다 : 연수구 동춘동

학교 가는 길

 

사진, ) 임소연

 

# 휴식, 멈추면 비로소 보이겠지

 

초록과 파랑. 산과 바다. 그리고 청춘.

초록과 파랑, 산과 바다. 모두 청춘과 어울리는 색과 장소다.

그러나 이 한 몸 부득이 한정되어 있는 바,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한다면, 솔직히 난 바다를 선택하고 싶다. 정상까지 숨차게 올라 내 안의 정복욕을 충족시키기보다는,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바람을 맞으며 부드럽게 해변가를 걷고 싶다.

한 마디로, 숨차게 오르기보다는 숨 쉬며 걷고 싶다.

속도경쟁과 높이경쟁, 공허한 약속들에 지쳐 너무 피로하다.

20대를 수식하던 '충만한 열정과 패기'는 이제 옛말이자 올드한 수식어가 되어버렸고, 그 열정이 누구를 위함인지 되묻기 시작하면서 내게 어울리는, 나를 위한 휴식의 필요가 절실해졌다.

그곳으로 향했다. 학창시절 추억이 담긴 그 곳, 동춘동으로.

 

# 동춘동

 

이름 한 번 쉽다. 앞으로 읽어도 동춘동 거꾸로 읽어도 동춘동. 좀 유치하지만 기억하기 쉬워서 좋다. 동춘동.

동춘동이란 지명은 1946년부터라고 하는데, 지명의 변천사를 되짚어 봐도 흥미로울 듯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춘동은 초··고 무려 십여 년의 시간을 보냈던 동네인, 내 유년시절의 추억이 오롯이 담긴 곳이다. 그래서 걷고 있으면 추억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마음이 애틋해진다. 내 시선 하나하나마다 학창시절 정든 공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온다.

인파로 북적이는 번화가와는 달리, 헤매지 않아 미아 된 심정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장소라 청춘의 불안감도 어느덧 자연스럽게 안정감으로 변화되어 있다.

 

 

이 길을 걷고 있자니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기억이란 참 신기하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도 과거의 장소, , 음악, 사람들을 만나면 불현듯 추억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덕분에 과거로 시간여행하는 기분이다.

시간여행이 별건가. 내가 아이였을 때, 유년시절, 학창시절, 청춘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맛본다면 그게 시간여행 아닐까. 흔치 않아서 더 좋은, 특별한 고유경험.

 

학교 가는 길, 그 길은 분명

하나의 즐거움이다.

 

 

# 학교가는 길, 공원

풋풋했던 17살로 돌아가는 길, 학교 가는 길.

 

공원과 숲의 색. 굳이 묻지 않아도 초록, 푸름이 그려진다. 청춘 같다. 그 속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도 눈도 편안해지고 자연스레 차분해진다.

가빴던 숨이 비로소 내쉬워진다.

조용조용 기분 좋은 나뭇잎소리, 새소리도 내 기분을 안정시켜준다.

그런 조용조용한, 배려 깊은 소리를 들으면서 학교 가던 길을 걷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도 차분해지고 한가한 속도가 된다.

정말 좋다. 이런 편안함. 이런 포근함.

 

소위 힐링장소니 핫 플레이스라는 곳들이라고 이곳저곳 광고되는 곳들은 왜, 다 하나같이

언론에 소개된 곳이거나 인파로 북적이고 시끄러운 페스트벌이나 맛집들일까.

 

집에 돌아와 곰곰 생각해보면 난 전혀 힐링되어 있지 않다.

매스컴이 열띠게 홍보하는 곳들은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그들의 힐링공간이란 의구심이 가시지가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힐링이란 간판을 내세운 곳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힐링되지않음을 맛 본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곳들에선 내 욕구가 아니라 타인의 욕구들, 매스컴이 조장한 욕구들이 우선되었으니까.

 

힐링이나 즐거움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들은 SNS에 업로드하기 좋은, 그런 화려하고 이미지적인 것들만은 아닐거다. 자연이나 친구가 주는 편안함, 기분 좋은 단순함 , 어린아이로 돌아간 기분... 이런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것들이 더 만족스럽고 보람스러운 기분을 안겨준다. 어느 쪽이 더 즐거움과 맞닿아 있을까.

 

# 운동장

 

,,고교 막론하고 학교는 모두 저마다의 운동장을 지니고 있다.

학교 운동장의 생김새가 대부분 비슷비슷해 개성 없단 점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사회와는 차별화된, 학교만이 지니는 풋풋한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교를 벗어나 사회라는 곳으로 불리는 곳엔 매한가지로 운동장이 없다.

분명 학교 밖 사회에는 유명한 건축가의 건축물도 많고, 높이 솟아서는 화려한 외관을 뽐내는 빌딩들도 많고, 최첨단 트렌드를 선도하고자 욕심 부리는 트렌디한 사옥들도 즐비하다.

그런데. 그런 화려한 빌딩들 속에 있노라면 금방 피곤해진다.

나뿐일까. 아닐거다.

운동장(Play ground) 이 부재한 곳들에 있다 보면 더더욱 피곤이 가중된다.

학교는 그 규모가 크든 작든, 학생 수가 많든 적든, 명문교든 아니든 대부분 운동장을 지니고 있다. 뛰어놀든, 거닐며 놀든 교실 밖 놀이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지금에 와서 새삼 소중하게 와 닿는다.

 

# 다행(多行)이다

 

도시가 뿜어대는 열기와 광선들, 높이 치솟은 크기와 빽빽한 밀집성에 난 꼼짝없이 기가 눌리곤 한다. 대중교통이나 도심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건조한 분위기가 숨 막히게 느껴진다. 도시도 사람도 점점 비슷비슷해지고 무표정해지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나는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수년이 지나 다시 찾은 동춘동. 그 곳의 학교가던 길은 아직도 푸르게 남아있었다. 내심 다행이다. 십년 전 그 땐, 지각을 면하려고 바삐바삐 걸어 몰랐었다. 십년 후 지금은, 천천히 걸어보니 느껴진다. ‘학교 가는 길그 소박한 길의 소중함이.

지금 내가 걷는 길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기억되겠지만, 되도록 다양한 길을 걸어보고 싶다. 동춘동에도, 인천에도 다양한 길이 오래도록 그 빛을 잃지 않고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학교가는 길에서 난 시간여행도 공간여행도 겸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길지 않은 길, 그 길은 소박해서 부담없이 즐겁다. 언제든지 걷고 싶은 길이고, 혼자라도 좋고 함께여도 좋은 길이다. 최선의 휴식은 멀리 있는 곳은 아닌, 순수한 마음에 별 것 아닌 것에도 즐거울 수 있었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길에서가 아닐까.

학교 가는 길처럼.

 

[추천 BGM]

https://youtu.be/cty0U9ot7K4

<학교 가는 길> 노영심

 

 

 




#저자 약력
임소연( 林邵娟) 1988년생. 인천시 블로그 잉크(Inc.)기자. 한국근대문학관 도슨트. 본지 청년기자단

micky2764@naver.com
글쓴이 : 임소연
작성일 :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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