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있다_인천과 사람들

연극으로 통하는 휴머니스트, 김종현 대표

인터뷰 취재/글　임소연

#. 위기= 공감의 기회

연극은 현재 위기다. 연극을 포함한 순수예술분야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덤덤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위기의 연극. 어느 긍정주의자는 위기를 말 바꾸어 기회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위기는 기회다.’ 정말 그럴까. 그보다는 차라리 ‘위기는 공감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부턴가 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즈음,

위기는 기회보다는 차라리 폭넓은 공감을 제공할 수 있는 주요한 공감요소로 느껴진다.

연극이 문득 그리워지고 고파지는 것도, 어쩌면 현재 우리들이 처한 위기적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과 공감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최선의 방법은 뭘까. 궁리해보니, 역시 사람이다.

연극과 공감하고 인천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삶은 연극’이라는 모토의 ‘삶은연극’ 극단대표 김종현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에게서 듣는 연극과 인천이야기는 어떠했을까. 한 마디로, 솔직하고도 친근했다.

Q. 선생님,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삶은연극' 대표 김종현입니다. 공식적인 데뷔를 1978년에 했고 연극을 하는 사람인데, 요즘은 연극할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연극을 못하고 있어요. 연극계가 이렇게 힘들어지는 이유가 연극계 안의 문제도 있겠지만 문화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도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동체 문제로 해결을 이끌어보려고 하고 있는 중이에요.

Q. 인천과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셨나요.

인천과의 인연은 아내, 그리고 결혼과의 인연이에요. 인천에서 살게 된 지는 16년 정도고, 결혼도 16년 차고, 지금의 아내와의 인연이 계기가 돼서 인천생활이 시작된 거죠. 아내 자취방이 있던 작전동에서 인연이 시작이 되어서 만수동, 장수동, 숭의동까지 인연이 닿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문갑도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천의 섬 중 하나인 문갑도에서도 일주일에 4일 정도 보내고 있고요.

Q. 선생님께서 느끼시기에, 인천만의 고유성이 있나요?

없습니다. 저도 지역정체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데요. 지역정체성, 물론 중요하죠.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그런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리 정해놓고 찾으려고 하면 그렇게밖에 갈 수가 없어요.

제가 인천과의 인연이 16년 정도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느낀 것이 있다면요. 인천은 다양해요.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정체성은 ‘이거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펜타포트로 대표되는 다섯 개의 해양도시, 허브도시, 개항도시 등을 꼽지만 과연 인천시민들이 그것을 느끼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사실 살고 있는 사람들이 느껴야지 그것이 정체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은 좀 약하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약하다고 해서 꼭 나쁜 게 아니라 역으로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도 생각해요.

아직 개념정리가 덜 된 감이 있지만, 인천의 정체성을 말하자면 ‘환대의 정체성?’ 누구든지 받아줄 수 있는 도시. 아직까진 이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외부문화, 사람들을 받아줄 수 있는 그런 환대의 도시요.

Q. 인천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장소나 공간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면, 집사람하고 첫 데이트 장소가 인천대공원이에요. 물론 10대 때 월미도도 왔었고, 협궤열차도 타본 기억도 있지만 이십대 때 아내와 데이트했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인천에서 살고 싶다’ 했어요. 그래서 지금의 장수동에서 살게 되었고요. 그렇게 아내와의 만남,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족의 추억이 자리한 곳, 해서 인천 장수동이 있고요.

그 다음으로는 ‘섬’이요. 대게 섬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 그런데 가보지 않으면 로망으로 남은 채 잘 모르잖아요. 5~6년 전에 우연한 계기로 섬들에 다니게 됐어요. 그때까지 인천에 살고 있었지만 인천의 섬들에 대해 몰랐었는데, 인천의 섬들을 직접 다니면서 뭐랄까 컬쳐쇼크라고 할 만한 충격을 받았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거니까요. 이정도로만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우각로 문화마을도 추억이 깃든 장소라 마음이 가고요.

Q. 연극활동에 있어서 주로 어떤 것에서 영향을 받으시나요.

사람이죠. 길에서 만난 사람들. 어차피 연극은 사람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니까요. 사람을 모르면 안 되잖아요. 전혀 모르는 곳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경험들이 연극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요. 그런 경험들을 사람들이 시간을 내고 돈을 내서 경험을 못한다면, 연극으로 함축해서 극장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연극인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요.

연극의 매력은요. 연극을 잘 알면... 세상살이를 잘 할 수 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그 모습을 통해서 나를 바라보고 그러면서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사람과의 관계를 원칙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그런 예술분야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연극을 통해 다루어보고 싶은 주제나, 사람들, 혹은 추구하고 싶은 방향성이 있으신가요.

청소년들하고 해보고 싶어요. 그 아이들은 끼어 있는 상태에요. 아동을 대상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많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많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은 별로 많지 않아요. 왜일까요? 대학 가야하니까요. 그런데 조금 길게 봐서요. 이 아이들이 정말 대학가서 자유로워지는 때, 그 전에 스스로의 인생도 좀 돌아보고 자기 꿈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조건 대학가면 된다, 입시위주로 생각하며 지내다 보니까 대학 가서 안 되고, 대학원 가서도 안 되고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서 이 친구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

실제로 인천에서 중고등학교 때 나를 만났던 아이들이, 가뭄에 콩 나듯 연극을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꼭 연극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때의 경험을 가지고 잘 되는 애들이 많아요. 대학 진학도 잘 했고, 인천에 대해서도 인상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청소년들,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연극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주제는 열려 있는 건가요..

그렇죠. 아이들이 겉으로만 이야기하고, 자기 또래들끼리만 SNS를 통해서 이야기하잖아요. 자기 안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것들을 찾아내고 표면화해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한데, 연극을 통해서는 쉽거든요. 같이 이야기하는 장이 상대적으로 연극은 쉬워요. 어차피 ‘남의 이야기다’라는 생각으로 하니까. 또래친구들과의 비슷한 고민들을 공유하고, 자기발견을 하고 스스로 느끼게 되는 것. 그런 것들이 연극을 통해서 잘 이루어진다고 봐요.

Q. 연극 외에 관심 가지는 문화예술 장르가 있으신가요.

다른 장르는 관심 없어요. 연극만 하기에도 벅차요. 그런데 여행은 참 좋아해요. 일부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일도 사람들이 멀어서 안 가고 하는 곳을 많이 다니고요. 전국적으로도 많이 다녀요. 가족들끼리 여행을 많이 하고요. 당장에 다음 주에도 딸이랑 백팩킹 여행할 예정이고요.

#. Play

누군가 "삶은?" 이라는 거대한 질문을 내게 던졌을 때, " 계란" 이라는 허무맹랑한 답을 던졌던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그땐, 순전히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 발휘한 나의 단순재치였다.

지금의 나라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 삶은?“ ”연극(Play)"이라고. 그것이 희극이든 비극이든. 서로 함께 잘 노는 것 (play) 이라고. 김종현 대표에게서 받은 느낌, 연극에서 찾은 가치는 공통되게도 사람과 어울리는 플레이(Play)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