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스며든 팟캐스트

팟캐스트podcast가 일상 깊숙이 파고든 지 2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세 번의 선거를 치렀으며,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그리고 팟캐스트라는 낯선 이름의 미디어는 ‘먹방’과 ‘겜방’의 지존 ‘아프리카TV’, 구글과의 합병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유튜브’와 더불어 뉴미디어를 선도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음악을 듣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이리라 여겼겠지만 지금 그들의 상당수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현재 팟캐스트 청취자는 전 세계 10억 명을 넘어섰다. 국내의 경우 약 100만 명+α로 추산되는데, 음원을 무료로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는 팟캐스트의 특성상 ‘토렌트’를 비롯해 여러 P2P사이트와 유튜브,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재배포되므로, 국내 최대 팟캐스트 전문 사이트 ‘팟빵’이 자체 제작한 청취 어플리케이션 사용자 100만 명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취자 α를 합산한 것이다. 일일 다운로드 약 40~60만 건, 종합순위 1위인 팟캐스트 프로그램 다운로드가 100만 건 정도라고 하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발행부수가 각각 176만 부, 129만 부, 106만 부(유료부수 132만 부, 91만 부, 75만 부 : 한국ABC협회, 2013년)인 것을 고려하면, 특정되지 않는 α를 제외하고라도 놀라운 수치임에 분명하다.

취향 공동체를 넘어서

이와 같은 팟캐스트의 성장은 정보에 대한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으며,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존재다. 그런 까닭에 인간을 호모 나랜스Homo Narans라 부르지 않던가. ‘이야기’에 방점을 찍는다는 것은 주관성에 대한 강조이다. 즉 정보에 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전달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감성적 소통을 통해 전달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접속’이 ‘접촉’을 대신하기 시작하던 90년대 중반, 통신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동호회’를 결성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공간적 한계를 넘어 동일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취미에 대해, 제품에 대해, 사회현상에 대해, 학문에 대해, 그들은 생각을 공유하며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동호회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취향 공동체로 한정되지 않는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지형에서 소외되었던 개개인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호회’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카페’로 이어졌다. 그리고 데이터가 독점되지 않고 더욱 손쉽게 공유될 수 있는 웹2.0으로 전환되면서 블로그나 위키피디아Wikipedia와 같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 과정은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에서 중세에 독점되어 있던 정보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면서 근대사회로의 전환을 촉발하였던 것처럼 현대사회를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인류 문명 초기에 말이 먼저 발생하고 이후에 문자가 등장한 것과는 달리 기술의 발달 속에서는 문자가 선행하고 저장에 많은 데이터가 요구되는 음성 메시지가 뒤에 온다. 그런 관점에서 팟캐스트의 등장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문자 중심의 하이퍼텍스트로 이루어진 웹을 통해 활동하던 동호회, 카페, 블로그가 보다 자연스러운 소통 방법인 음성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자가 사실적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라면 음성 메시지는 보다 감성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러나 동일한 음성 콘텐츠라 해도 매스미디어로서의 라디오와 1인 미디어로서의 팟캐스트가 갖는 성격은 구별된다. 라디오가 불특정다수에 대해 일방향적이고 일회적인데 반해 팟캐스트는 소수 간의 양방향성, 반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차이가 음성 미디어의 본질적 속성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라디오처럼 대규모의 시설과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팟캐스트가 1인 미디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각 콘텐츠는 정치, 사회, 영화, 만화, 스포츠 등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만 ‘아이튠즈’나 ‘팟빵’, ‘미디어 자몽’ 등의 업체가 제공하는 큐레이션curation 작업을 통해 종합미디어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그런가 하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소통과 오프라인 만남은 사적 친밀감을 강화하며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다.

팟캐스트, 탈 중심적 미디어

팟캐스트 콘텐츠들은 사적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잘 드러낸다. 비교적 밀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음담패설과 시답잖은 농담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루저’나 ‘오타쿠’로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시껄렁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불과하다. 이들 내부에는 기존의 미디어가 지니고 있던 가치와 속성-권력화된 객관주의와 기만적 공정성에 대한 전복의 의지가 도사리고 있다. 자기 편만 응원하는 스포츠 중계, 내 맘대로 식 영화평론, 무책임한 연애상담 등은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준다. 팟캐스트는 객관과 공정을 버리고 ‘편파’를 선택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음성콘텐츠와 SNS, 오프라인 모임으로 구성되는 팟캐스트는 일정한 취향과 관습을 공유하는 감성 공동체로서 통신동호회와 인터넷 카페, 블로그로 이어지는 문화부족cultural tribe의 연장선에서 기성매체들과 달리 탈 제도성, 탈 객관성, 양방향성, 탈 엘리트주의, 탈 자본의 성격을 띠며 탈 중심적 1인 미디어로서 재탄생했다. 또한 팟캐스트가 보여주는 집단지성적 성격은 개방, 참여, 공유로 요약되는 웹2.0의 이념적 지향 아래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팟캐스트가 보다 보편적 미디어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팟캐스트의 한계를 넘어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팟캐스트의 빅뱅을 주도했던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멤버들이 귀환했다. 그들은 각기 자신들의 팟캐스트를 들고 돌아왔다. 대선 직후 가장 일찍부터 활동을 재개한 김용민은 ‘국민TV(라디오)를 미디어 협동조합’이라는 실험적 형태로 발족시키는 데 일조했고, 주진우 기자는 <아닌 밤중에 주진우 쇼>라는 제목의 비정기 콘텐츠를 국민TV(라디오)에 론칭했다. 그런가 하면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던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와 유사한 포맷인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정봉주는 <정봉주의 전국구>를 각기 론칭했다. 당일 업데이트 하는 방송이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기세는 무섭다. 물론 국내 차트인 ‘팟빵’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그런데 이들의 선전은 역설적으로 팟캐스트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나는 꼼수다>라는 진보적 정치 콘텐츠가 초기 확산의 계기가 된 만큼 일반 대중의 인식 속에는 ‘팟캐스트=<나꼼수>’라는 등식과 함께 팟캐스트가 좌파 미디어라는 편견을 갖게 한 것이다. ‘팟빵’이 라디오 채널에 ‘미디어 협동조합 국민TV(라디오)’를 편성한 것도 역할을 한 듯하다. 사실 국민TV(라디오)의 조합원을 이용자로 확보하려는 ‘팟빵’과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확산성을 높이고자 한 국민TV(라디오)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였지만 의도하지 않게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을 편견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현상적으로 <김용민의 조간브리핑>, <국민TV뉴스K>, <서영석의 라디오 비평> 등 국민라디오(국민TV)의 여러 프로그램들과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트위터 매거진 : 새가 날아간다> 등 정치 콘텐츠들이 상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콘텐츠의 다각화를 꾀하기 위해 ‘팟빵’은 ‘팟알 프로젝트’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치 콘텐츠 편중이라는 고질적 문제와 함께 팟캐스트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 간 세대 간의 불균형이다. 팟캐스트 이용자의 80%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며, 또한 이용자의 상당수가 30대 남성과 20대 남녀에 국한된다. 이것은 지역 간, 세대 간 인식의 격차를 드러냄과 동시에 접근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팟캐스트 전문 사이트 덕에 IOS 사용자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간의 격차는 해소되었지만, 5천만 국민 중 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에 달하는 단말기 보급의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세대에 따른 극심한 편중 현상은 팟캐스트가 보다 안정되고 영향력 있는 뉴미디어로서 자리 잡기 위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임에 분명하다.

<나꼼수>의 등장 이후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이룩한 한국의 팟캐스트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급속히 성장하며 나름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다. 그러나 다양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진전되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또한 지역과 세대에 따른 편중은 난제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팟캐스트를 믿는 것은, 탈 중심적 1인 미디어로서의 팟캐스트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지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를 품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