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페스티벌의 정점이라고 해도 좋을 해다. 올해 5월부터 8월 말까지 열리거나 예정된 대형 뮤직 페스티벌만 이미 10개를 넘는다. 심지어 올해에만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데미언 라이스^{Damien Rice}, 미카^Mika, 시규어 로스^{Sigur Ros},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등의 내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이에 관객들은 선택의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즐거운 고민이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즐겁지만은 않다. 고가의 티켓과 프로모터들의 경쟁이 다음 공연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자본의 경쟁적인 개입으로 각각의 페스티벌 풍경이 차별화되지 않는 것도 불만이 될 수 있다. 모두들 경쟁적으로 ‘장르’와 ‘라인 업’을 경쟁무기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러다보니 나오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인 풍경도 흔해진다. 요컨대 페스티벌 붐의 맥락에는 2000년 이후 이어진 음악 시장의 변화와 한국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일단 올해 열리는 페스티벌들을 살펴보고 경우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013년에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데,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5월 17~18일의 <그린 플러그드 서울 2013>과 <서울 재즈페스티벌> 그리고 <자라섬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이었다. 이 중 <그린 플러그드 서울>은 2010년 5월 21~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처음 시작된 페스티벌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착한 생각과 작은 실천’이라는 주제로 열린 환경 캠페인 페스티벌이다. 가을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과 그의 봄 버전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처럼 거의 모든 라인업을 국내 음악가들로만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2007년부터 열린 재즈 페스티벌로 1회의 2007년부터 5회의 2011년까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가 2012년부터는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재즈를 기반으로 간간이 그 해의 이슈가 되었던 음악가를 섭외하는 것을 특징으로 삼았는데, 2013년에는 미카^Mika, 데미언 라이스^{Damien Rice},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로드리고 이 가브리엘라^{Rodrigo y Gabriela}, 막시밀리언 해커^{Maximilian Hecker}, 소란, 몽구스, 원펀치처럼 ‘재즈’로 묶이기 어려운 음악가들이 대거 출연해 큰 화제가 되었다. <자라섬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은 매년 가을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스핀오프spinoff 같은 페스티벌로, ‘봄, 리듬, 바비큐, 캠핑’을 테마로 하는 페스티벌이다. 수년 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노하우를 살려 스윙, 집시음악, 플라멩코, 디스코, 바투카다 같은 춤곡들을 주로 선보였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2004년 9월부터 열렸으며, 국내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지역 사회와 월드 클래스의 라인업, 음악 축제 본연의 매력이 모두 갖춰진 페스티벌로 꼽힌다.

 2013년의 특징이라면 앞서 살핀 것처럼 5월부터 음악 페스티벌이 집중적으로 개최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일단 7, 8월에 대거 집중된 록 페스티벌과의 경쟁을 피하겠다는 전략적 선택, 또 너무 덥지도 않으며 비도 오지 않는 5월이라는 계절의 특징도 작용한다. 무엇보다 여러 행사들이 겹쳐진 5월을 발판으로 삼아 연인들, 친구들, 가족들을 모두 아우르는 기획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예로부터 알 수 있듯, 애초에 내세웠던 장르에 특화된 라인업보다는 대중성, 시장성, 상업성을 우선시한 라인업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자라섬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은 7천여 명의 관객이 동원되었고,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2만여 명, <그린 플러그드 서울>은 4만여 명의 관객들이 참여했다. 관객 동원은 <그린 플러그드 서울>이 압도적이지만 화제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압도적이었다. 여기엔 티켓 가격이 결정적이었는데, <그린 플러그드 서울>은 작년과 동일하게 2일권 109,000원, 1일권 66,000원을 책정한 반면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2일권 194,000원, 1일권 121,000원이었다. 2배 정도의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에 양 페스티벌의 관객들의 연령과 기반도 달랐다. <그린 플러그드 서울>에 10대와 20대들이 몰렸다면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는 20대 중·후반부터 3·40대 관객들이 집중되었다. <자라섬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은 이와 달리 아예 가족들을 대상으로 1일권 50,000원, 2일권 80,000원으로 책정되었고, 캠핑 도구를 포함한 패키지 티켓과 미취학아동 무료입장, 초등학생은 3만원으로 가족을 겨냥한 선택사항을 대거 제공했다.

 이처럼 여름에 집중된 페스티벌이 봄으로 분산되면서 테마나 옵션이 다양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세 공연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쪽은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공연 수익은 <그린 플러그드 서울>과 비슷하지만 인지도나 화제성, 요컨대 마케팅에서는 압도적이었다) 결국 공연의 특성을 살리며 장르 팬들을 육성, 심화시키는 것보다 대중적인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물론 이게 나쁠 리는 없다. 하지만 팝 스타인 미카를 재즈 페스티벌에서 봐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반문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일단 ‘페스티벌이 고유의 개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정도로 정리해두자. 나중에 이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할 것이다.

 다음은 6월부터 8월에 열리는 공연을 살펴보자. 6월 14~15일에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가 열렸고, 6월 15일에는 여성 음악가로만 구성된 <뮤즈 인 시티>가 열렸다. 7월과 8월에는 한국 록 페스티벌의 각축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수의 페스티벌이 집중되는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비롯해 현대카드가 주관한 <시티 브레이크>와 <난타> 공연으로 유명한 PMC네트웍스가 주관한 <슈퍼소닉>이 열렸다. 그 밖에 2000년부터 14년간 무료로 열리고 있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등도 어김없이 열렸다. 이들 페스티벌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열리면서 한 여름을 록의 계절로 바꿔놓는데 기여했다. 관객들로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각각의 페스티벌이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라인업과 높은 티켓 가격을 비교하며 하나 혹은 두 개의 페스티벌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기 팝^{Iggy Pop}, 메탈리카^Metallica, 뮤즈^Muse, 스웨이드^Suede,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 큐어^{The Cure},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스크릴렉스^skrillex,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스티브 바이^{Steve Vai},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 위저^Weezer, 자미로콰이^Jamiroquai, 나스^Nas, 플라시보^Placebo, 테스타먼트^Testament, 마마스 건^{Mamas Gun} 같은 세계적인 밴드들이 한꺼번에 한국에 돌입하는 진풍경, 혹은 음악 팬들의 오랜 숙원이 현실로 벌어지는 ‘기적’을 경험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한국의 음악시장이 확장된 결과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비롯해 해외에서 선전한 아이돌의 케이팝^K-POP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인지도와 시장성이 이전에 비해 더없이 높아졌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다분히 자의적이며 오해의 여지도 많다. 심지어 근거도 희박하다. 오히려 그보다는 2000년 이후 해외 음악 시장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지구적인 관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밖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가. 전체 음악 산업에서 아시아는 어떤 위치인가. 한국 내부의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음악과 공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21세기의 상황은 음악 시장을 음반, 음원, 공연으로 분리해서 생각하게 만드는가. 그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분화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페스티벌의 대홍수는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요컨대 한국에 이렇게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동시적으로 열리는 이유는 한국 음악 시장의 성장이라는 면보다는 지구적인 음악 산업의 생존본능과 연관이 크지 않을까.

 한국에서 소리바다와 MP3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던 2000년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냅스터^Napster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20세기에는 상용화되지 않던 MP3라는 포맷이 냅스터라는 P2P를 통해 생명력과 파급력을 얻고 있던 때였다. 한국과 동시적으로 일어난 이 현상은 21세기 음악 산업의 기반을 통째로 뒤흔드는 결과로 발전했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이후 시장은 음반에서 음원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여기에 크게 기여한 것은 냅스터가 2001년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개별 콘텐츠에 보안인증시스템을 장착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게 만든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해소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애플 아이튠즈^{Apple iTunes}였다. 아이튠즈가 미국 음악 산업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2006년과 2007년을 전후해 음악 시장은 음원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90년대 CD 판매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 음악 산업 주체들에게 큰 부담으로 넘어왔다. CD는 LP와 비슷하거나 저렴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LP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유통되던 매체였고, 그로 인해 음악 산업 주체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제공하고, 음반사들이 지구적 규모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음악가들의 월드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 즈음이었는데 앨범 발표 후 수개월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를 거치며 앨범을 홍보했다. 이때 음악 산업이 비로소 지구적 네트워크 아래 작동하기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MP3의 등장과 DRM이 해소된 음원 시장의 대중화가 음악 산업의 위기로 여겨지게 된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공연 시장의 세계화라는 방식으로 해소되었다.

 현재 전 세계 공연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Live Nation Entertainment}는 2010년, 티켓마스터^{Ticket Master}와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이 회사의 2011년 수익은 53억 8천만 달러였는데 2011년 12월에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빅뱅, 인피니트 같은 아이돌 그룹의 해외 투어를 기획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부사장은 김형일 부사장으로 그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의 기획자기도 했다. 전 세계에 걸쳐 약 25,000회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는 이 회사의 등장은 아이튠즈 이후의 음악 시장의 판도가 공연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마돈나^Madonna, 유투^U2, 제이-지^Jay-Z,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데이브 매튜스 밴드^{Dave Matthews Band}, 라디오헤드^Radiohead,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등과 계약하며 음반과 음원 외의 공연에 대한 모든 영역을 기획, 관리한다. 이들 메이저 아티스트들은 80년대와 90년대 ‘CD의 시대’에 앨범 수익으로만 성장한 아티스트들이고, 더 이상 음반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좀 더 ‘월드 와이드’한 공연 시장을 타깃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대규모의 경제학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공연 시장을 개척하도록 요구하는데, 2010년을 전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음악가들의 내한 공연이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연 사업이 확장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대안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일본은 이미 탈-아시아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게다가 이곳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가 이뤄지는 곳이고), 중국은 시장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며, 동남아시아는 이미 80-90년대부터 홍콩을 기반으로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으로 공연 시장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게다가 이들은 영어권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안적인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내부적으로는 80-90년대를 지나며 동시대 팝 스타들의 내한공연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내부적인 갈증과 수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이 상황이 바뀐 것은 물론 공연 기획자들이 아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프로모터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사실 국제적인 규모라고 해도 공연은 그 특성상 특별한 관계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시장과 산업의 변화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덕분에 국내 기획사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해외 음악가들을 기준 비용의 몇 배나 지불하며 무리하게 섭외를 진행했고(왜냐하면 한국의 공연시장이 조만간 만개하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 금전적 부담은 고스란히 티켓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2010년을 전후한 상황으로, 결과적으로 해외 팝스타의 무리한 단독공연은 공연 기획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고, 때마침 한국을 덮친 내수시장 악화와 더불어 공연 시장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페스티벌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이런 산업적 맥락이 존재한다. 단독공연보다 훨씬 적은 부담으로 공연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에이전시로부터 아티스트의 패키지 섭외도 가능한 데다 복수의 대기업 스폰서도 대규모로 받을 수 있는 페스티벌이 일종의 대안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주최사는 CJ E&M,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의 스폰서는 롯데카드,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의 주최사가 KBS미디어와 지산리조트, <슈퍼소닉>은 PMC네트웍스와 태원엔터테인먼트, 기업은행, 하나투어가 공동 주최한다는 점을 참고하자. 한편 인천시, 가평군, 안산시 등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에는 90년대 말부터 꾸준히 늘어난 지역의 국제영화제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내수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지자체의 외부 수입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지자체를 기반으로 삼은 국회의원의 지지기반 확보를 위해서 대규모 행사만큼 쉽고 가시적인 방법은 없는 것이다(특히 재정 적자 수준이 높은 인천시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신인 등용, 아시아 뮤직 마켓 등의 통합 운영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며 ‘국제적인 지역 행사’로 만드는 데 적극적인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래서 최근 한국의 페스티벌 붐은 단지 한국의 상황 변화, 혹은 위치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 시장의 변화에 맞춰 고려할 사안이다. 21세기 이후 꾸준하게 진행된 음악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그에 맞춰 유기적으로 적응하고 진화해 온 음악 산업 자체의 맥락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쨌든 몸으로 부딪치며 대형 공연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그러므로 페스티벌 주최자의 운영 미숙이나 관객들의 성숙도, 팝 스타들의 내한공연에 몰리는 사람들에 비해 실제 음원이나 음반 판매가 저조한 모순 등은 일종의 과도기적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든다. 누가 나오든 상관없이, 그리고 음악 경향에 대한 이해나 수고 없이, 그러니까 대도시가 아닌 곳으로 무조건 바캉스 계획을 짜듯 페스티벌 티켓 예매로 여름휴가를 대체하는 지금의 경향은 마치 지역의 공동체나 역사에 관심이 없는 대도시 거주민들의 이기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페스티벌이 실제 지역 상권보다는 스폰서를 맡은 대기업들의 경제적 이득과 훨씬 밀접하다는 점은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대기업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한국에서 모든 페스티벌의 ‘식품’과 ‘편의시설’과 나아가 ‘풍경’ 자체가 비슷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지배적인 그늘 아래에서 ‘젊음과 자유’라는 가치를 말하는 것, 혹은 소비주의를 온 몸으로 끌어안고 긍정하는 것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정당할 것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때가 오지 않았을까. 결론처럼 말하자면, 지금의 페스티벌 범람이 무리한 경쟁과 감행으로 악화된 내한공연 시장과 마찬가지의 결과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요컨대 지금은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의 혼란기일까, 아니면 한때의 추억으로 남을 흐릿한 황금기일까. 몇 년 후에 우리는 이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