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實賞)과 허상(虛賞), 그 의미 사이
추미경
1. 상, 상, 상
예로부터 상과 벌은 사회 속 인간의 사고 및 행동과 관련된 중요한 장치로서 작동해왔다.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벌은 여러 유형의 두려움을 유발하는 것에 비해 잘한 것을 독려하고 칭찬하는 상은 어떤 형태로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 관련한 문화와 제도는 가족 단위로부터 동네, 지역,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범위까지 다양하게 존재해오고 있다.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을 빛나게 하는 '상'과 관련 매우 명예롭고 강력한 제도 중 하나는 아마 '노벨상(Nobel Prize)1)'일 것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천재 발명가,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 1833~1896)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전 세계의 토목, 건설 등 많은 분야에 변화를 가져오며 얻게 된 큰 재산을 헌납함과 동시에, 매년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들의 업적을 알리는 상을 수여하도록 하는 유언을 남김으로써 1901년부터 수상되었다.
노벨상은 종종 서구 중심적인 데다가 정치적 문제에 민감하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노벨의 유언대로 정당하고 가치 있는 상이 되도록 공신력 있는 선정기관이 후보 추천과 선정 과정을 엄격하게 운영함으로써 120년 가까이 그 가치를 잃지 않고 지켜오고 있다. 때문에 그 후 생겨난 수많은 국제적인 상은 자신의 가치를 노벨상과 견주어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 있다고 불리는 울프상(Wolf Prize), 수학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과 아벨상(Abel Prize), 건축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Ramon Magsaysay Award), 실리콘 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The 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s),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Lasker Awards)뿐만 아니라 일종의 '패러디 노벨상'으로 알려진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2)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노벨상을 필두로 한 여러 국제적인 상은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에 공헌한 사람의 재능과 공로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많은 국제적 상들은 기업이나 개인의 재원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면서 토대를 만들었고 별도의 운영조직을 설립하여 상의 준비와 운영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무엇보다도 상이 만들어진 애초의 설립취지를 지키고자 수상자 선정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왔다. 상은 각 상의 취지에 맞는 활동과 업적을 보여준 적합한 수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하고, 수상자들이 이후에도 그에 상응하는 활동을 이어감으로써 가치가 더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 한국의 문화예술계, 실상(實賞)과 허상(虛賞)
한국에서도 많은 상들이 만들어져 왔다. 유수 기업이 시작하여 한국의 노벨상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호암상3), 국가적 계기로 만들어진 서울평화상4)을 비롯해 예술 전반,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출판, 만화, 언론, 기자, 평화, 영화, 대중음악, 방송, 과학, 인권, 의학, 공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별로 적게는 수 개에서 많게는 수백 개가 넘는 상들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상들이 1990년대 이후 제정되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여유가 이때쯤에서야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편, 상을 수여하는 기관 성격도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부터 개인, 분야별 협회, 학회, 출판사, 언론, 미술관 등의 예술 공간, 민간조직 및 재단, 기업재단 등 다양하다.
그런데, 상의 숫자가 많은 것에 비해 실질적 공신력을 가지고, 상으로서의 고유한 가치가 점점 더해지고 있는 상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과학, 의학, 수학 등 기초학문이나 인권, 평화, 환경, 역사 등의 사회과학 분야보다 인문 예술 분야의 상이 양적으로 월등하게 많다. 상의 개략적 분포를 통해 엿볼 수 있듯이 한국사회가 기초학문이나 사회과학 영역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풍토가 약한 것은 분명하며, 적어도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재능과 사회적 공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을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실상(實賞)과 허상(虛賞)의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상을 중심으로 그 실상과 허상에 대한 간극을 살펴본다,
우선 문화예술 부문을 종합적으로 수상하는 상으로는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훈장,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68~), 오늘의 젊은예술가상(1993)~ 등이 있고, 대한민국예술원상(1955~), 예총예술문화상(1986~),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예술상(2005~)을 등이 있다. 이러한 상들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전통예술, 다원예술로 구분되어 일부 또는 모든 부문을 수상한다. 이 상들은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수여하는 상으로서 역사성 및 공신력 있는 대외적 위상을 표방하고 있지만 수상자의 추천과 선정 등이 관계자 중심의 운영방식으로 추진되는 탓에 문화예술 분야 전반, 대중적 관심으로부터 일정한 간극이 존재한다.
문화예술의 구체적 영역에서 수적으로 가장 많은 문학상은 1914년 매일신보가 공고한 ‘신년문예모집’이 시초가 된 후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문인등단상을 제정함에 따라 문인으로 등단하거나 자리매김하는 전통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제도들은 근대적 문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한국적 문학 저널리즘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제공하면서 문학상의 틀을 형성하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략 연간 200개 이상의 문학상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상으로는 현대문학사에서 제정한 현대문학상(1955~), 사상계사에서 시작했지만 도중에 12년간 중단되었다 1987년 이후 조선일보가 수상하는 동인문학상(1955~), 창작과비평사의 만해문학상(1974~), 문학과사상사의 이상문학상(1977~), 민음사의 오늘의작가상(1977~), 중앙일보사가 제정한 황순원문학상(2001~) 등이 있다. 그런데 1993년 1억원 고액문학상 시대를 연 국민일보 문학상을 필두로 최근까지 고액의 문학상들이 상당수 늘어났지만 고액에 걸맞은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데 자주 한계에 부딪히고, 최근 불거진 표절시비를 계기로 공론화된 문학상과 문학권력의 유착관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한국에서 운영되는 가치 있는 문학상들의 위상조차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유수의 문학상들은 우리나라 문학의 수준과 경향을 보여주는 척도로 여겨졌지만 이젠 그 권위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국내 미술상의 숫자도 적지 않다. 김달진 미술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약 70종(공모전 제외) 이상의 미술상이 연간 운영되고 있는데, 미술상이라는 명칭이 붙지 않은 문화상에 미술 부문이 들어 있는 것까지 합한 것이다. 해방 후 최초의 미술상은 1948년 서울시가 제정한 서울시문화상이다. 이 당시에는 미술상으로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기보다는 문화상 속에 미술 부문이 있었고, 첫 수상자는 국내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이었다. 그 후 미술상은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에서 미술상 부문으로 주로 수상되다가 1980년대에 미술상이 대거 등장했다. 우현미술상(1980~), 동원미술상(1982~), 선미술상(1984~), 김세중조각상(1987~), 이중섭미술상과 석주미술상(1989~) 등이 그것이다. 미술상 제정 움직임은 1990년대 이후 더욱 활기를 띠어 월간미술상, 석남미술상, 성곡미술상, 에르메스코리아 미술상(현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등과 더불어 조각상, 사진상, 공예상 등 세부적 미술 장르별로 수상하는 상들이 다수 만들어졌다. 이 상들은 국가, 공공기관, 언론사, 재단, 기념사업회, 일반단체, 미술관, 화랑, 개인 등이 각기 제정한 것으로 그만큼 성격도 다양하다. 상금액수도 수백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러나 많은 미술상들은 제정되면서 대중에게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적극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현대 미술문화의 담론과 호흡을 만들어 가는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별다른 비전 없이 우후죽순처럼 제정된 기업 미술상 난립, 빈약한 작가층, 특정 장르의 쏠림 현상, 심사위원과 수상자 중복 등의 부수적인 대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제 미술상은 한국 미술계에서 하나의 고착화된 제도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즉, 단순히 트로피와 상금 수여, 전시 기회 제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미술상의 주인공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주최기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오늘날 미술상이 작가 활동에 있어 어떤 유의미한 전환점으로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연극상은 문학이나 미술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이 많지 않으며, 뮤지컬 부문은 연극과 별도로 한국뮤지컬대상과 더 뮤지컬 어워즈로 양분돼 운영된다. 각종 공연예술제의 포상, 지원금과 연동된 여러 종류의 연극상 등을 제외한 주요 연극상으로는 동아연극상(1964~), 영희연극상(1974~), 이해랑연극상(1991~), 김동훈연극상(2000~), 히서연극상(1996~), 김상열연극상(1999~), 아름다운연극인상(2004~), 아시티지연극상(2004~), 대한민국연극대상(2008~) 등이 있다. 시상 부문은 연출, 연기, 무대미술, 희곡상 등으로 이루어진다. 연극상 역시 매해 상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상자 추천 및 선정방식에서의 객관성 여부, 상위 취지와 일정 거리가 있는 명망 중심의 심사위원 구성에서의 폐쇄성 이슈, 선정에서의 투명성 등에 논란이 있어왔다.
음악상의 경우 신인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콩쿠르가 주를 이루면서 별도의 음악상이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국내 콩쿠르는 고액의 상금과 권위를 자랑하는 유수의 국제 콩쿠르 외에도 국내 언론사, 학교, 음악단체,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음악상은 매우 적은 편이며, 공연이나 작품 등 다양한 대상이 아니라 연주자 개인에 대한 수상이 주를 이룬다. 주요 음악상으로는 (사)한국음악협회에서 수여하는 한국음악상 외 난파음악상,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음악상, 한국음악비평가협회 음악상, 한국작곡가회 작곡상, 한국예술실연자단체가 수상하는 한국예술실연자상 등이 있다. 음악상은 상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서 더 많은 상 제정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수상자 선정 및 심사위원 구성에서의 공정성 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어 왔다.
무용상은 주로 한국무용협회, 한국춤평론가협회, 한국현대무용협회, 한국발레연구학회 등의 협회와 학회들, 무용전문지인 몸, 춤과사람들, 공연과 리뷰 등에서 상의 이름이 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작품상(예술상), 안무상, 무용가상, 학술상, 평론상 등으로 구분 수상한다. 무용상에 대한 주요 문제의식은 각종 부문에서 상의 종류나 성격이 다양하지 못하고 수상자 선정에서의 투명성 부족, 심사위원 구성 및 운영방법에서의 불신 등으로 상의 권위가 높지 못하며, 회원들이 돌아가면 수상하면서 마치 관계자간 상 나눠먹기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이다.
한편,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중심 예술 장르 외 예술경영 및 문화기획 관련 상도 최근 제정되기 시작했다. 공연예술경영상(2008~), 문화다움기획상131(2014~)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예술 분야에서도 가치 있는 상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대중음악상(2004~), 대한민국대중문화예술상(2010~), 아름다운예술인상(2011~) 등이 그러한 선상에 있다. 그러나 영화상의 경우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인 대종상(1962~)이 고질적인 원로 영화인 중심의 폐쇄적인 조직운영 및 수상자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 이슈 문제가 곪아오다가 작년 시상식에서는 수상자가 대거 참석하지 않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을 주고받는 행위의 가치와 영향
이렇게 대략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문화예술계의 많은 상들은 저마다 각 영역에서 상을 통해 묵묵히 본래의 가치에 충실하고자 하는 예술가와 예술활동을 독려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상이 제정된 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고 하나의 제도로 정착하게 되면서 해당 분야에서의 문화권력으로 작동한다든가 수상사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구성과 선정절차 운영에서 투명함을 지키지 못함으로 인해 상의 가치와 권위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많은 상들이 취지지 분명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제정되기도 하고, 문화산업 환경과 맞물려 상업적 계산 위에서 상을 운영하는 풍토가 더해지면서 상에 대한 회의, 불신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로 인해 애초에 상을 만들고자 했던 취지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상 자체를 폄하하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이미 그 취지가 박제화 되고 불합리한 관행으로 고착화된 상, 이러저러한 비리가 구조화되어 있는 상, 상의 취지가 상업적으로 지나치게 경도된 상 등 현재 있는 상들 가운데는 아예 처음부터 새로 접근해야 하거나 많은 혁신이 필요한 상들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을 새롭게 만들 때에도 보다 신중함 속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상, 문학상, 미술상, 연극상, 무용상, 음악상 등에서 배출된 수많은 수상자 또는 수상작품이 문화예술 각 분야 현장의 이슈와 가치를 사회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큰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문화예술계는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하기도 하면서 예술과 문화가 당대에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이지 비판적으로 성찰함과 동시에 축하하고 격려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왔다.
실상과 허상 사이로 드러나는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을 주고받는 행위는 불안, 공포, 위험의 시대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온갖 두려움을 이기게 하고 서로를 격려함으로써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을 빛나게 해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때문에 상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에 대한 회의와 불신을 넘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 있는 상을 만들어가는 노력에 더 힘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을 제정하고 운영하는 취지에 맞는 사회적 담론과 공론화의 과정이 중요할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는 어떤 경우에도 환영받기는 어렵다. 사회적 담론과 공론화의 과정은 상에 취지에 따라서 그 범위와 규모, 방법 등이 다양할 것이다. 모든 상이 세계를 향하고 있지 않으며, 한국 전체를 향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상이든 그 상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향가치와 철학,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선정기준과 선정절차를 합리적으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프랑스 장 폴 샤르트르는 수상 거부의 변에서 "작가는 자신이 하나의 제도로 전환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 그 전환이 아무리 명예로운 모습을 가진 것이더라도." 라고 했다. 그러나 까뮈의 이러한 태도는 노벨 문학상이 지녔던 정형화된 권위를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행위였고, 이는 향후 문학상을 선정하는 데 영향을 끼침으로서 큰 차원에서는 노벨상 가치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많은 상들이 적절한 수상자가 없음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상들이 이러한 수상자를 발견하고 성장하게 하는 촉매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단순히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넘어 상이 선정되는 전체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확산할 수 없는 것인가? 상을 주고받는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 체계적인 과정의 마련, 원칙의 설정과 지킴 등이 지속된다면 상은 공포와 두려움의 시대에 우리들에게 특별한 진지함 또는 속 깊은 재미 등을 선사하는 계기적 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 처음에는 평화, 문학,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상의 5개 부분만 시상하였으나, 1969년부터 경제학 부문이 스웨덴 중앙은행에 의해 신설되었다. 상의 수여기관은 유언에 따라 분리되어 있는데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을 수여하고, 생리학·의학상은 캐롤라인 의학연구소에서, 문학상은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평화상은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서 수여한다. 노벨 재단은 기금의 법적인 소유주이자 관리자로서 상을 주는 기관들의 공동집행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수행하지만, 앞서 말한 4개 기관에서 전담하는 수상자 선정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노벨상은 노벨이 죽은 12월 10일에 거행되며, 평화상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되고, 나머지 5개 부문 시상식은 스웨덴의 스톡홀름 City Hall에서 거행된다.
2) 이 상은 고귀하다는 뜻의 'noble'에 'ig'를 붙여 반대말을 만드는 데 빗대 'Nobel'에 'Ig'를 붙여 노벨상에 대한 패러디로 만들어진 것인데 미국 하버드대 유머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보(The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991년 시작했다. 또한 이 상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나서서 시상식 진행을 맡아줄 만큼 큰 호응을 얻으며 해마다 많은 웃음을 과학계에 선사하고 있다. 수상 기준을 초기에는 "이루어질 수도 없고 이루어져서도 안 될" 연구로 제시했지만 근년에는 "사람들을 처음에는 웃게 만들고, 이어서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로 바뀌었다.
3) 199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공익 정신을 계승해 인류복지 증진에 힘쓴 사람들에게 포상한다는 목적으로 제정, 과학상·공학상·의학상·예술상·사회봉사상의 5개 부문과 이외의 분야에서 특출한 업적을 이룬 인사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으로 시상된다.
4) 1988년 제24회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고,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정신을 승화·발전시키고, 분단된 한민족의 평화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1990년 제정되었다.
#저자 약력
추미경(秋美耿), 1968년 대구생, 영문학과 공연예술학, 비교문화를 공부하고 영국에서 문화정책을 전공했다. 1998년 설립된 ‘문화다움’ 창립 스태프로 시작해 현재 동 기관 대표를 맡고 있으며, 문화인력/축제/지역문화 분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문화, 문화도시/문화마을, 문화예술교육 관련 심사 및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eych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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