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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전당’이 아니라 ‘도시’다
통권 : 54 / 년월 : 2015년 11,12월 / 조회수 : 1125

문제는 전당이 아니라 도시

글 이영진

 

20034월부터 논의가 시작된 국립 아시아전당이 만 126개월이 더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35,000여 평의 대지에 55,000여 평의 건축 공간을 갖는 대형 문화공간이 국립 시설로 광주에 지어져 소위 개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 12년 동안 1조 원에 달하는 국고가 투입된 국책 프로젝트로 문화영역에서는 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운 사업이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어떤 방법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렇게 거대한 사업이 진행되었을까. 발전소나 댐, 대형 교량,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는 것도 아닌데 투입되는 국고의 규모와 기간이 가히 천문학적인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가능했던 것이며 그것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여기에 답하기에는 너무 한정된 지면인 만큼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짚어 보는 것으로 청탁에 가름코자 한다.

 

20034월에 첫 논의가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몇 가지 반성적 측면에서 시작되었다. 발전 패러다임의 극복-국토개발을 위한 대규모 토목건축 일변도의 국책 사업이 몰고 온 역기능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모색으로부터 출발했다. 지방과 중앙으로 나뉘어 기형적으로 성장한 국토의 불균형과 대도시(서울) 중심의 정책적 투자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된 지역의 자생적 성장 모델을 찾고자하는 데 논의가 집중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광주는 정치적 배제는 물론 국가의 자원배분에서도 오랫동안 소외되어왔던 상징적 도시로 이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데 최적의 요소를 갖춘 도시로 거론되었다. 격렬한 산업화와 공업화의 과장에서 해체된 농도의 대표적인 거점 도시였으며 광주항쟁으로 인한 상처의 기억과 한국 민주주의를 치열하게 견인해온 뿌리의 광휘를 동시에 지닌 한국 근대사의 가장 문제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긴 농경문화의 아이덴티티에 바탕을 둔 문화적 고유성을 예술적 자원으로 동원하는 데 성공한 예술의 도시로 새로운 문화도시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되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구 또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기획단이라 명명되었으며 각 영역의 민간 전문가는 물론 행자부, 기획재정부, 국토부, 문화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참여하는 대통령 산하의 아시아문화도시조성위원회가 설치되었다.

향후 반세기 이상 한국 근대화의 패러다임을 견인할 수 있는 <미래형 문화생산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목표와 명확한 관심, 지역의 고유성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취약한 경제적 요소를 강점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비전 그리고 높은 수준의 환경 생태적 조건을 갖출 수 있는 구상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매혹적이고 개성을 갖추고 있으며 경쟁력까지 갖춘 도시를 목표로 했을 때 창의성(Creativity)” 이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명제가 되었으며 넓은 의미의 문화와 과학, 산업 등을 연계하는 개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시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이익집단, 다양한 구성의 비즈니스 생태계, 정치사회적 성향과 관심, 오랜 시간 동안 구축되어온 문화유산, 집단적 의식 등이 중첩된 혼합물인 만큼 획일화된 기획과 구상으로 전체 맥락을 규정하기 어렵다. 특히 기존의 제반 도시 요소가 지닌 규모와 넓이, 깊이 등을 확대 심화시켜 문화적 맥락과 그 범주를 확장하고자 했을 때 창의성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교류와 네트워크라는 지평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광주가 지닌 창의적 가치 요소를 이웃하는 전남으로 국가 공동체 전체로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맥락을 지닌 아시아의 도시들로 확장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란 국가나 특정 지역의 거점 도시를 패권주의적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문화적 가치와 창의성이 들어오고 나가는 광장 혹은 터미널로 양쪽을 향해 열린 동시성의 출구를 의미하는 탈 네이션(Nation)의 개념이어야 했다.

 

이러한 방법론적 개념의 아이디어는 생소하기도 했으며 폭넓은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은 만큼 꾸준한 동의의 과정을 필요로 했다. 무엇보다 즉각적인 효과와 생산성을 기대하는 정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와 시간차를 두고 동원(고용)되어야 할 인력과 자원의 문제들도 창의적 아이디어를 에너지로 전환시켜 가는 데 장애 요소였다.

 

무엇보다 비전과 장기적인 기획의 지속성, 그리고 전당과 도시계획에 관한 로드맵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었다. 국가적 차원의 문화 비전이 정치로 환원되어버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의 왜곡은 어느덧 도시기획을 단순한 문화전당 건립으로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해 이를 추진하는 조직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 및 리더십의 부재는 초창기의 모든 기획과 아이디어들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감독, 단장, 원장 등으로 지칭되는 책임자들은 비전을 끌고 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창의성의 요소에 내재된 집단과 개인의 범주를 구별하지 못한 채 검증 불능의 사적 전개를 상시화해 버리고 말았다. 창조원의 시스템과 공간 그리고 정보원이 축적해놓은 아시아 자원들은 좁은 의미의 장르 예술(예술작품의 전시와 공연)과 콘텐츠 타령에 뒤덮여 종래의 기능이 완전히 왜곡됨으로써 전당이 도시기획으로 발전해 나갈 출구를 봉쇄당하고 말았다. 특히 창조 교육 연구 교류의 선순환 원리를 깨뜨려 버림으로써 전당 전체의 유기성을 기대할 수조차 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창조원의 시설들은 단순한 공연 공간이 아니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열려 있어야 한다. 공연 예술은 물론 인공지능, 자동차, 항공, 뇌과학, 아시아 전 지역의 산업과 헤리티지 등이 창의성의 원칙 속에서 재구성되고 재배치되도록 진행되었어야 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이미 만들어진’(공연물의 우수성이나 지명도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연물을 가져다 공연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는 곧 정보원의 아카이빙과도 연계되지 않는 것을 말하며 교류 교육 연구와도 전혀 연동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기획과 전당 건립이 논의되던 2003년은 미국 상공부와 실리콘밸 리가 향후 미국이 20년간 추진해가야 할 NBIC(나노기술(Nano technology), 바이오 기술(Bio technology),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인지기술(Cognitive science), 융합기술(Converging Technologies)의 틀을 도출한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영국과 스웨덴,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가 모두 창의성 산업의 플랜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광주 프로젝트는 미국의 NBIC에 존 마에다가 제안한 S.T.E.A.M. 전략, 즉 미국 미래융합과학기술 4대축 + 예술과 유사한 융합형 클러스트를 구상하게 되었다. 이에 덧붙여 광범위한 아시아 헤리티지를 자원으로 하는 아카이브를 전당 구동 원리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것이다.

*Rhode Island Design School

 

그러나 이런 비전과 전략은 지속되지 않았다. 당연히 전당 개관을 앞두고 각 원과 각 원이 소유한 공간들은 제 각각 소재적 범주와 평면적인 인용에 그친 아시아 이미지와 문화 예술적 터치가 전부인 전시와 공연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간의 오감을 중심으로 장구한 세월 동안 구축된 아시아의 문화자원을 어렵게 아카이빙해온 정보원의 노력이 어떻게 창조원과 연계되어 이슈와 콘텐츠를 생산하는지 개관을 1~2개월 앞둔 지금까지 전혀 밝혀진 것이 없다. 적어도 거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기 위해서라면 6개월 혹은 1년 전에라도 전체 공간의 프로그램이 오픈되어야 함에도 아무런 예고도 없는 깜깜한 말뿐인 개관이 임박해 있는 것이다.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왜 마련되고 있는지 누구도 그 비전과 전개를 명확히 밝혀주지 않고 있다.

짧은 지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초창기에 도출된 개념과 비전, 조직의 작동원리 등을 개괄하는 까닭은 10여 년이 지나 겨우 도시기획의 핵심 시설인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하는 데 따른 대부분의 문제가 수많은 논의를 거쳐 완성된 종합계획과 깊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의 근거이자 모태였던 종합계획의 핵심 다이어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일별해 보는 것이 개관을 앞둔 전당이 취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래의 모든 도표의 출처 :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개념과 전망 그리고 전략, 20051231일 문화관광부 문화중심도시추진기획단에서 출간

 

세부구성 원리도

 

도시의 유기적인 네트워크화

 

[2010년 아래에 안 보이는 글씨 내용 : “2010.05.18. 국립아시아문화 전당개관

다음 페이지 같은 칸의 내용 참조 바람]

 

 

 

 




#저자 약력
1956년생. 시인, 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
글쓴이 : 이영진
작성일 : 201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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