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 콘텐츠가 아닌 문화를, 그것도 공익적 차원에서 다루는 잡지를 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굴지의 잡지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위기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더욱이 모든 것이 일회성 소비로 휘발되는 우리 사회에서 잡지 출판은 어쩌면 위태로운 외줄타기와 같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뿐인가. 지방 재정 상황의 악화로 잡지의 출간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놓고 보면 『플랫폼』이 이렇게 여전히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사실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통권 50호를 맞는 『플랫폼』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의 앞날이 마냥 창창하지만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근래 들어 많은 사람들이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소위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생활 속에서 찾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즐기는 열린 문화의 차원까지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하여 공연, 전시, 출판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 중심의 문화 개념을 넘어서는 일은 『플랫폼』이 감수해야 하는 필연적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장르 중심의 문화를 넘어선 확장된 형태의 문화 개념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태도는 자칫 문화 개념의 토양을 부정하는 엘리트주의로 비쳐질 우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7년 1월의 창간호를 시작 이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2015년을 맞는 오늘까지 『플랫폼』은 우리 사회의 문화 현상을 근원적인 환경 변화에 주목하여 독자 여러분께 제시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플랫폼』 창간 8년 동안 실린 1,370편의 글(통권 49호 기준)의 흐름을 다섯 장으로 나누어 보고 그 의미를 함께 되새기고자 한다. 글의 말미에는 지금까지 발표되었던 모든 글의 색인을 한글과 엑셀문서로 첨부하였으니 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문화 담론과 출판 형식의 변화

아시아 문화담론을 기치로 내건 『플랫폼』은 2007년 1월 창간되었다. ‘플랫폼’이라는 제호는 “인천, 한국, 아시아 문화가 격의 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열린 장소이자 자유로운 주장들이 들고 나는 쌍방향 발언대”를 뜻한다. 특히 창간부터 2011년까지는 그동안 생소했던 아시아의 문화를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분석하는 특집이 주를 이루는데, 창간호의 ‘아시아·대중·문화’를 필두로 ‘베스트셀러로 본 오늘의 중국’(5호), ‘동아시아에 부는 문화도시 바람’(6호), ‘한류의 끝, 포스트한류의 시작’(7호), ‘동아시아 성장의 쇼윈도’(11호), ‘한류인가, 혼류인가’(20호),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문학에 주목한다’(21호), ‘동일본대지진 1년을 돌아보다’(32호) 등은 동아시아를 하나의 텍스트로 놓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자평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동일본대지진 1년을 돌아보다’는 동일본대지진을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보는 관점을 뛰어넘어 지진 이전과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제시한 선도적 기획의 한 예로 들어도 될 것이다.

출판 형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창간부터 2015년 1, 2월호까지 『플랫폼』은 종이책 출간을 위주로 하는 잡지 형태를 표방했다. 통권 49호 현재 줄잡아 1,000여 명의 필자가 참여, 1,370편의 글이 발표되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합문화예술비평지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창간 초기부터 통권 37호까지의 『플랫폼』은 문화비평지라는 위상에 걸맞게 ‘비평공간’이 위주가 되어 미술, 대중음악, 공연, 미디어 중심의 비평문화를 선도했다. ‘플랫폼 문화비평상’ 역시 이들 장르에서 활동하는 역량 있는 신진비평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사회와 예술의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의 장르 중심주의는 『플랫폼』 자신이 극복해야 하는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보인다.

통권 40호를 맞이하여 새롭게 개편한 『플랫폼』은 ‘혁신호’라는 이름의 변화를 꾀했다. ‘보는 잡지’로의 변화를 선언, 텍스트 못지않게 시각이미지의 과감한 사용을 추구했으며, 일반 독자들에게 다소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하여 ‘인문학살롱’을 신설, ‘두 도시 이야기’, ‘신간의 별자리’, ‘속삭이는 사물들’ 등의 참신한 연재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이제 『플랫폼』은 통권 50호를 맞이하여 종이책 출판에서 탈피해 전면적인 웹진으로의 변화를 선택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태에 맞춘 출판 전략임은 물론이다. 디지털 환경의 장점이야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더불어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에 주목하는 심층적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이제 아시아담론을 벗어나 본격적인 ‘자기학습’의 단계로 진입하고자 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인천은 있다’는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꼭지다.

2. 『플랫폼』이 주목한 문화현상

앞서 장르 중심주의를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로 들었지만, 『플랫폼』은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문제를 문화적 관점으로 분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문화의 범위와 위상을 어떻게 놓고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늘내일의 문제가 아니지만, 한 번 더 생각하면 끊임없이 변하는 문화의 개념을 직시하고 고민하는 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인다.

『플랫폼』이 주목한 문화현상을 보자. 창간호의 기획논단 ‘문화론, 오늘의 지형도’는 넓은 의미에서의 문화사회론을 보여주는 글로 문화비평잡지의 시작을 알리는 시도로 읽힌다. 창간부터 비교적 초반까지는 거시적 시각으로 보는 문화와 사회에 대해 다루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의 사회현상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획과 글이 많아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특정한 현상에 주목한 기획과 글들이 보이는데, 이른바 ‘누나 현상’을 분석한 특집 「누난 너무 이뻐-아이돌에 빠지는 누님들」(이정희, 13호), 대중매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소비되는 ‘아빠 현상’을 다룬 커버스토리 ‘왜 지금 아빠인가?’(40호)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복고 열풍이 빠질 수는 없다. 「복고 열풍, 문제는 창조성이다」(김창남, 13호)를 비롯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복고 현상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끊임없는 기억의 소환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하는 집단 심리와 관계있어 보인다.

그리고 대안적인 시민문화예술의 모습을 제시한 커버스토리 ‘사회적기업이 꿈꾸는 사회, 사회가 꿈꾸는 사회적기업’(24호), ‘여기, 시민들의 문화예술이 있다’(29호), 그리고 ‘예술인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만남’(35호)을 통해 문화예술의 담론이 전문가 위주의 창작에서 시민으로 이동해가는 모습과 예술에서도 복지라는 담론이 확산되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래 들어 『플랫폼』은 전통적 관점으로서의 문화 개념을 넘어선 기획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이슈를 점검하고, 선제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담론의 활성화를 도출해내고자 하는 시도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2013년 후반기부터 2014년을 통틀어 『플랫폼』은 문화 속에 내재한 불평등구조와 세월호 사태를 문화예술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획을 연속으로 선보인 바 있다. ‘문화(산업), 그 속의 불편한 진실’(41호), ‘예술의 정치화, 정치의 예술화’(42호), ‘껍데기가 된 말들’(44호), 「벽과 창을 넘어 광장으로-“안녕들 하십니까”를 통해 본 언어-미디어의 저항 가능성」(이화영, 44호), ‘예술, 자본, 공공성’(47호), ‘애도의 불가능성과 비극의 윤리학’(48호), ‘문화예술 속에 도사린 불평등’(49호), 그리고 「세월호 사태 그리고 정념의 휘발에 대한 노트」(정재화, 49호) 등이 그것이다.

또한 『플랫폼』에 발표된 글들을 따라가면 우리 사회를 주도적으로 견인한 매체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가 있다. 특집으로 다룬 ‘기로에 선 매체혁명’(2호), ‘또 다른 인디문화의 등장 그리고 미래’(23호), 「믿거나 말거나 팟캐스트 3종 세트-미디어 팟캐스트의 진화」(이대연, 38호), 「팟캐스트를 믿다」(이대연, 47호), 그리고 「포스트 미디어 시대, 웹 저널리즘의 혁명 혹은 쿠데타」(김우필, 48호)를 접하면 UCC, 블로그, 팟캐스트, 웹진으로 이어지는 매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쯤에서 드는 한 가지 의문. 그 많던 UCC는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3. 인천의 지역성을 탐색하다

『플랫폼』은 아시아 문화비평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천에 대한 정체성 찾기를 통해 지역문화의 가치 확산을 모색해왔다. 결국 지역의 확산된 형태가 우리 사회이고, 갈등과 모순의 근본적 처방은 지금·여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반영한 태도인 것이다.

창간호에 실린 특집 ‘청관 혹은 차이나타운’, 2호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위기」(조혁신), 3호 「아우라 없는 장소의 운명-복원된 ‘일본거리’에서」(김창수), 「배다리·우각로의 역사적 의미」(이성진), 「배다리, 인천과 인천 사이」, 「그 보이지 않는 경계, 인천아트플랫폼」 등을 필두로 현재까지 인천이라는 지역성이 갖고 있는 매우 복잡다단한 성격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인천을 다루는 데 있어서 『플랫폼』이 갖고 있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일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인천이라는 지역 자체에 주목하는 태도와 또 다른 하나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행사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태도가 그것이라고 보인다.

전자의 예로는 「만국공원 복원의 참뜻」(김금희, 창간호), 인천 근대건축물의 복원에 앞서」(신용석, 2호), 「인천 흥명극장을 찾아라」(이승연, 2호), 「앵글 속의 인천전문대 체육관」(신수원, 2호), 「배다리, 객관적 사실부터 지키자」(김준형, 4호), 「배다리, 새로운 문화실천 현장」(박일환, 6호), 「개항도시 인천이 꿈꾸는 문학관」(이현식, 8호), 「설마 또 일어나겠는가-숭례문과 오례당 그리고 제물포구락부」(김윤식, 9호), 「소통하는 시민운동을 위하여-『인천 시민사회운동 20년사』의 저자 송정로」(강원구, 10호), 「인천노동운동의 요람, ‘인천산선’」(이희환, 11호), 「인천의 미래 위에 지은 복합문화공간, 디오아트센터」(김미옥, 11호), 「존경스러운 송암 박두성」(유권, 13호), 「인천과 ‘인천’사이, 그 보이지 않는 경계」(허웅, 14호), 「자물쇠 너머의 인천외국인묘지」(이희동, 17호), 「살아 숨쉬는 인천 배다리」(정진오, 20호), 「신포동 골목길에서 인천의 오늘을 향유하다」(홍성민, 39호) 등이 그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인천의 공간적 특성을 밝히는 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천의 장소 중에서도 특히 배다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으로, 2007년 창간을 즈음하여 한동안 인천 동구의 배다리마을을 둘러싼 개발과 보존에 대한 시각을 반영하는 글이 많이 실렸다.

인천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행사를 소개하는 분석하는 글은 언뜻 살펴보더라도 「풍물, 도시를 열다-인천부평풍물대축제」(최원오, 10호), 「성공한 디아스포라들의 귀환-한국이민사박물관 개관」(이영화, 10호), 「중동을 알자-인천중동문화원 개원의 의미」(이희수, 7호), 「‘헌책방’이 없는 헌책 축제-2009 헌책축제」(최종규, 16호), 「선사시대로 열린 창 검단선사박물관」(이희인, 17호), 「사람의 도시를 위하여-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홍석준, 18호), 「작가 오정희가 말하는 ‘내 마음 속’ 인천」(이현식, 18호), 「소래철교 철거 논란, 해피엔딩은 없을까?」(견수찬, 19호), 「인천의 문화정책사의 중요한 전환점-부평아트센터 개관」(이현식, 21호), 「그리움과 교훈을 안겨주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이원규, 23호), 「송도에서 질문하는 디지털아트의 정체성-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이채영, 24호), 「나날이 새로워지는 것-연극 <신포동 연가>」(한혜정, 30호), 「예술적 상상력의 젊은 바다-<유어인천전>」(정상희, 31호), 「짜장면박물관, 추억의 문을 열다」(견수찬, 33호), 「결혼이주문화와 인천의 변화 그리고 한국사회」(이세기, 27호), 「레알 청춘, 인천을 응원하다-<좋아요 인천 페스티벌>」(김창길, 34호), 「소리와 공동체-공공예술 프로젝트 <섬의 노래-아차도>」(이선영, 37호), 「증오, 공포, 백령도 그리고 예술」(이수영, 39호), 「배다리,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2013년 인천광역시립박물관 기획특별전 <안녕하세요, 배다리>」(임은정, 43호), 「도시를 분칠하는 중구와 송월동 동화마을」(민운기, 45호), 「산 자를 위한 굿, 그러나...2014 인천평화축제-세월호 희생자 추모 위령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김창길, 46호)와 같은 글인데, 인천에 새롭게 문을 연 문화시설의 의미를 소개하거나 공연, 전시, 축제와 관련한 성격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 지역성에 뿌리내리고 그것을 넘어선 담론을 말할 수 있으려면 이 두 가지 태도를 벗어난 심층적인 문화론인 일종의 지역학의 수준까지 도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인천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인천문화론’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플랫폼』은 그러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4. 심층적 문화비평의 방향 제시

문화비평지의 역할이 과거와 현재의 문화현상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비평을 통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플랫폼』을 이루는 꼭지 중 ‘기획논단’과 ‘크리티카’가 그러한 성격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플랫폼』은 창간 초기부터 다양한 문화현상들에 대한 심층적인 글쓰기를 통해 문화비평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사실 이러한 꼭지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경하고 난해하게 여겨질 수 있으나, 문화비평지가 가져야 하는 본령에 해당하는 글이므로 기획논단과 크리티카는 『플랫폼』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의 창간 의도가 ‘침체된 문화비평의 활성화’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기획논단은 본격적인 비평 활동을 마련해주는 장으로서의 역할의 잘 보여준다.

특히 창간호를 비롯해 초기에는 기획논단이 특집과 함께 『플랫폼』의 중요한 한 축으로 양립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창간호의 ‘문화론, 오늘의 지형도’는 두 편을, 4호에는 ‘미국, 그림자가 없다’라는 주제 하에 세 편의 글을 싣고 있으며, 6호에는 ‘통일시대의 길목에서’를 주제로 무려 4편의 글이 실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8호의 ‘근대문학관 어떻게 만들까’ 역시 대규모로 기획되었는데, 한국 문학관의 현황부터 중국, 일본, 프랑스의 문학관에 대한 고찰을 거쳐 「개항도시 인천이 꿈꾸는 문학관」으로 마무리되는 5편의 글이 실려 현재 『플랫폼』이 발행되고 있는 한국근대문학관 설립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후 국제관계, 특히 동아시아 정치·사회 역학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보여주는 글이 많이 발표되었다. 이는 통신원 제도를 운영하던 『플랫폼』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독창적 성격을 보여주는 기획으로 보인다.

혁신호를 표방한 40호부터는 기획논단의 이름이 크리티카로 바뀌는데, 이때부터 한 호에 적으면 한 편, 많으면 두 편의 글이 실리게 된다. 성격도 국제관계에 치중한 글보다는 하나의 텍스를 본격적으로 비평하는 글로 채워지게 되는데, 「키치의 문화정치학」(조주연, 39호), 「음악 페스티벌 전성기 : 자연스런 혼란기일까, 추억으로 남을 황금기일까?」(차우진, 40호), 「계급적 장벽 앞에서 예술은 어떤 꿈을 꾸는가?」(심보선, 41호), 「새로운 담론구조로서의 대안공간과 미술의 확장」(이임수, 41호), 「미디어아트를 진부하게 만드는 요인은?」(박영욱, 42호), 「식민지 시기 권력의 도상학 : 혁명의 이미지, 이미지의 혁명성」(한민주, 42호), 「세월호 사태 그리고 정념의 휘발에 대한 노트」(정재화, 49호) 등이 대표적인 글일 것이다.

그 중 조주연, 심보선, 한민주의 글은 2013년 『경향아티클』이 선정한 대표적인 문화비평으로 선정되어 그동안 『플랫폼』이 쌓아왔던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5. 다시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이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지점은 아프게 남는다. 무릇 지역성에 뿌리를 둔 공익성 성격의 재단에서 발행하는 잡지가 지역 구성원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이유 여하를 떠나 두고두고 고민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창간 초기부터 『플랫폼』은 주요 독자층을 ‘대학생 이상의 교양을 가진 독자’로 삼고 지금까지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대학생 이상’이라는 말 속에 숨은 함의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교양의 수준을 상정하기에 앞서 그 정도의 교양을 가진 젊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편집과 내용이 위주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활자문화가 아닌 영상문화의 영향 아래 성장을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플랫폼』이 얼만큼의 노력을 경주해왔는지 뼈아픈 자기 성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요는 잡지를 보지 않는 독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뜻일 게다.

또 하나의 『플랫폼』이 가진 문제점 하나는 문화라는 개념을 전형적인 장르 중심으로 구분하고 적용해왔다는 것이다. 앞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문화를 지나치게 협의의 개념으로 인식한 나머지 공연(연극, 음악), 전시(미술), 미디어(TV, 영화)로 구분하여 스스로 급격히 변하는 문화지형을 외면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의 대척점에 진보적이고 전향적인 사고를 바탕에 둔 양질의 원고가 게재되기도 하였으나, 문제는 하나의 잡지가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50호를 맞는 『플랫폼』 놓인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바라보는 지역에 대한 시각 문제를 들 수 있다. 창간호부터 49호까지 『플랫폼』은 (인천)지역의 문제를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지역 내지 지방으로 규정해버리는 문화 개념이 과연 건강한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은 없어진 ‘지방문화통신’과 같은 꼭지 이름에서부터 스스로 중앙과 지방(지역)을 타자화하지 않았는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