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윤선을 좋아한다. 내 경험일 뿐이지만 적어도 나윤선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 가운데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재즈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든 재즈팬이든 혹은 평론가든 상관없이 모두들 나윤선의 노래에 매료된다.  

그런데 모두가 나윤선을 좋아한다는 사실, 특히 재즈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나윤선에게 만큼은 빠져든다는 점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모두가 알고 있기에 첨언이 새삼스럽지만 우선은 그녀가 매우 탁월한 가수라는 점이다. 이 점이 평론가, 애호가, 일반적인 청중 할 것 없이 나윤선에게 반하는 이유다. 그녀는 정확한 음정과 넓은 음역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말은 물론이고 영어와 불어를 구사함에 있어서 맛깔스런 발음, 윤기 있는 음색, 가사를 전달하는 극적인 감정 모두를 지니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그녀의 노래는 국제적이다. 그녀의 최근 음반이자 일곱 번째 음반인 <세임 걸Same Girl>과 전작인 <보이지Voyage>(2008)가 ECM과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재즈음반사인 액트(ACT)에 의해 발매되었다는 사실은 나윤선 노래의 국제성을 대변해 준다. 아울러 그녀의 이번 음반이 지난 9월 말 프랑스 음반판매차트 재즈부문에서 1위에 올라선 것 역시 나윤선의 음성이 매혹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나윤선의 이러한 매력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이는 재즈 연주자들이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은 ‘보컬리스트’란 말보다 ‘재즈’란 말에 강세를 둠으로써 음색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나 근본적인 매력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트럼펫 주자든 색소폰 주자든, 피아니스트든 베이시스트든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국내 재즈 연주자들에게는 이 점에 있어 보다 철저한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재즈 이전의 문제다. 반대로 나윤선의 미덕은 바로 이 기본기에 있다. 만인의 마음을 관통하는 그녀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번 음반에서 그 흔한 스탠더드 넘버 <마이 페이버릿 띵즈My Favorite Things>를 나윤선의 음성으로 들어보라. 혹자는 그 노래의 아름다움을 템포, 반주-반주는 오로지 뮤직박스만이 담당한다-의 신선함에서 찾으려 하겠지만 역시 그 백미는 탄탄한 기본을 갖춘 그녀의 음성에 있다.

그런데 만인이, 특히 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나윤선에게 매료된다는 사실에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부분이 있다. 다시 묻자. 재즈에 호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윤선 음악을 좋아할 수 있는가? 심지어 많은 평론가들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녀의 음악은 기존 재즈의 틀을 부수는 파격과 실험을 담고 있는데 그 전위성을 대중들이 어떻게 따라 잡고 있는 것일까? 그것 역시 나윤선의 보편적인 매력으로 전부 설명이 가능할까? 혹시 그 대답은 나윤선의 음악이 재즈의 어법을 아주 옅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지금껏 재즈가 중심언어로 사용했던 화성의 변용, 확장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즉흥적인 표현을 나윤선이 지금껏 너무도 제한적으로 사용한 것에 사람들이 쉽게 포섭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곡의 선율이 명쾌하게 드러나는 그녀의 노래를 좋아한다. 아울러 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윤선의 진보성은 기존의 재즈에서 다루지 않았던 감성과 레퍼토리를 과감히 수용한다는 데 있다.
 
이번 음반에서도 잭슨 프랭크(Jackson Frank) <마이 네임 이즈 카니발My Name is Carnival>, 메탈리카(Metallica)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 랜디 뉴먼(Randall Newman) <세임 걸Same Girl>의 작품들처럼 재즈의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진 곡들이 과감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해석은 너무도 보수적이다. 화성과 리듬, 즉흥연주 모든 면에서 새로운 모험은 너무도 소심하게 발을 내딛는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원곡의 정체는 그대로 드러난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음악적 답보다.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고 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선곡이 참신하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파격이라 평가하고, 그 안에 억제된 재즈의 모험에 대해 지금까지의 평론이 지적하지 않은 것은 평론의 빈곤이자-평론이 아티스트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면-나윤선에게는 불행이기도 하다. 

나는 나윤선이야말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음악인이라고 생각한다. 탄탄한 기본기로 재즈의 실험성마저도 설득력 있게 담아낼 수 있는 흔치 않은 보컬리스트라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그런데 나윤선은 왜 이 점을 지금껏 유보하는 것일까? 왜 조심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면 대중성을 염두에 두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점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 나윤선 음악의 다음 장이 펼쳐질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항해’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허브뮤직ㅣ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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