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자신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2009)에서 성공은 개인적인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공하는 사람의 주변에는 ‘특별한 기회’와 ‘문화적 유산’이라는 것이 있고, 이는 개인의 타고난 능력보다 더 크게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이 자리는 성공의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씩 어떤 뮤지션이 거둔 놀라운 성공을 보면서 ‘그때 그곳’이 아니었다면 과연 그렇게 거대한 성공이 가능했을까 싶은 경우가 있지 않은가. 그런 식의 성공을 거둔 이름 중에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이 끼어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는 없는가.

이런 말을 함으로써 이 캐나다 출신의 베테랑 싱어송라이터가 그간 만들어 온 성실하고 뛰어난 음악들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1990년대 중반에 거둔 상업적이고 비평적인 측면에서의 성공, 그리고 그녀가 조직한 여성 록페스티벌 릴리스페어(Lilith Fair)의 특출하고 거대한 성공이 과연 1990년대의 미국이라는 시공간이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열풍 속에서 ‘여성적 자의식’이 여러 방식으로 화사하게 꽃피었던 시절 말이다. 그 속에서 그녀는 마치 듬직한 맏언니처럼 보였고 그녀가 발표한 나긋나긋한 히트곡들<빌딩 어 미스테리Building A Mystery>, <아이다Adia>, <엔젤Angel>은 종종 ‘과격하게’ 치닫는 다른 여성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한 ‘중화제’처럼 들리기도 했다. 물론 그 부드러운 노래들에 은근히 숨어있는 ‘가시’와 ‘뼈’를 알아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더불어 그 성공이 역설적으로 사라 맥라클란을 1990년대에 묶어놓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또한 사실 아닐까. 그것은 그녀의 그동안 행보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 가능하다. 최고의 히트작인 <서페이싱Surfacing>(1997) 이후, 그녀는 육년 동안이나 음악활동을 하지 않았다. 완전히 활동을 접은 것은 아니었지만 무엇인가를 한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발표한 복귀작 <애프터글로우Afterglow>(2003)는 캐나다와 미국 양쪽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 환호에는 어딘지 모르게 맥이 빠져 있었다. 이후 발표한 <윈터송Wintersong>(2006)은 창작곡 모음집이 아닌 크리스마스 음반이었다.

결국 이 지면에서 다루고 있는 음반 <로우스 오브 일루션Laws Of Illusion>은 <애프터글로우> 이후 칠년만의 스튜디오 정규작인 셈이다.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녀가 만들어낸 따뜻한 음악과 가사, 몽환적인 사운드(이번 음반에서는 뉴에이지와 비슷한 분위기도 난다)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을 ‘방만함’의 증거로 해석한다. 평균을 내면 조금 어중간한 반응인 셈이다. 실제로 들어보면 <로우스 오브 일루션>은 우리가 지금까지 들었던 사라 맥라클란의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음반보다는 라이브에서 더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전통적인 포크(록) 사운드, 유리표면처럼 깨끗하게 다듬은 멜로디, (종종 씁쓸한)사랑과 (아마도 종교적인)신실함을 다루고 있는 반듯한 가사로 이루어진 음악 말이다. 다만 예전 작품들에 비해 응집력이 다소 떨어진 것처럼 들리고, 더불어 모종의 ‘결기’ 역시 다소 약해진 것처럼 들린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뮤지션의 오랜 팬들에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이 음반에는 달콤한 노래와 그녀의 품위 있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음반을 무엇이라 하면 되겠는가? 비록 예전만큼의 명성은 누리지 못하나 차분히 경력을 지속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노련하지만 무난한 신작이라고 하면 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 음악 자체에는 다른 이야기가 낄 여지가 거의 없으니까. 설사 이 음반 속에서 마치 ‘달의 여신’처럼 포즈를 잡고 있는 바로 그녀가 한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여성 록페스티벌을 이끈 ‘릴리스’릴리스는 최초의 인간 아담의 첫 아내이자 요부의 상징이며, 히브리어로는 ‘밤의 괴물’였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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