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막내 김창익(1958~2008)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무렵 김창완은 TV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다. 주로 푸근하면서도 넉넉한, 선한 인물로 등장했지만, 그 뒤에 숨은 까탈스럽고 고집 센, 어딘가 병적인 모습을 무심히 지나치기는 어려웠다. 내가 일별한 그의 인상은 착하기보다는 영악하고 너그럽기보다는 표독스러웠다. 안경 너머 어렴풋이 내리깔린 눈빛에서 자신의 원리원칙을 무시로 점검하는 이기적인 예술가의 본심을 알아챘던 건지도 모른다. 1977년 스무 살 무렵의 그가 동생들을 이끌고 “아니 벌써”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 지 30년이 지나는 동안 그는 대략 세 살 정도밖에 더 먹은 것 같지 않다.

그런 그가 젊은 뮤지션들을 대동하고 13년 만에 록 앨범을 냈다. 십여 년을 한해로 농축시키는 능력은 재주일까 천형일까. 김창완 밴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록의 뿌리를 새삼 더듬고 있는 그의 노래는 그 자신의 개인적 고통을 관통해 인간 보편의 씁쓸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진실들을 능청맞게 불러 젖힌다. 초기 산울림 시절로 돌아간 듯한 <제~발 제~발>(2008)엔 ‘멀쩡한 사람들이 남모르게 부르는 이상한 노래’란 부제가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모든 노래가 그랬던 것 같다. 원래 멀쩡한 척하는 사람들이 더 괴이한 일을 저지르지 않던가. 아니, 멀쩡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일수록 그 안에 내장된 고통과 어둠에 더 민감하게 요동치지 않던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멀쩡하게 살고 싶어 하는 법이다. 하지만 삶은 멀쩡하지 않은 일들 투성이고 그것들로 인해 늘 고통 받기 마련이며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노래도 부르고 소리도 지르고 이런저런 사고도 치는 법이다. 30년 동안 김창완은 그 복잡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능란한 온도조절로 노래불러왔다. 그런 사람의 속이 멀쩡하다면 그거야말로 이상하고 웃긴 일이 아닐까.

모두가 그를 피터팬이라 일컫지만, 피터팬은 사실 악마에 가까운 존재다. 그가 순진한 요정이었다면 후크 선장과 맞서 싸우려 들지 않고 그만의 낙원에서 조용히 살기를 바랐을 것이다. 피터팬의 욕망과 싸움은 선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천생 어른이 되기 힘든 사람들의 속은 수시로 교차하는 마음의 기류 탓에 이미 숯 더미이거나 철모르고 피어난 붉은 동백꽃 따위가 난분분하게 얽혀있다. 그것으로 고통 받고 그 때문에 즐거워하며 종국에는 고통도 기쁨도 아닌 모종의 결절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순수만을 부르짖는다. 그 독선적이고도 보편적인 순수가 아니라면 세상의 모든 노래는 거짓에 불과하다.

김창완 밴드

어쨌든, 떠난 사람은 떠났고 남은 사람은 한동안 괴로워하다가 다시 살기 위해 밥을 먹고 잊고 있던 자신의 일을 찾아 몸가짐을 새로이 한다. 삶의 진리나 노래의 진리나 빠져나오고 보면 다 똑같이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것 말고 김창완 밴드의 <더 해피스트The Happiest>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더 이상 없다. 칠흑 같은 고통에서 가장 행복한 노래를 부를 수 있기까지 그 길거나 짧은 시간의 터널을 내 안에서 들추고 혼자 뚫고나가는 수밖에.

姜正 1971년 부산생. 시인. 시집으로 『처형극장』, 산문집으로 『루트와 코드』 등. nietz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