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대중음악평론가들끼리 만난다고 해도 어지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현재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에 글을 쓰고 얼마쯤의 원고료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업계 사정이 빤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음악평론가들 중에서도 제법 괜찮은 수입을 올리는 평론가가 있고, 그렇지 못한 평론가가 있다. 하지만 온전히 글을 쓰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평론가는 거의 없다. 대중음악 전문 잡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즈나 팝 쪽을 제외하면 대중음악 전문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고, 잡지나 매체에 글을 쓰는 것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원고를 쓰는 것 이외에 방송에 출연하거나 각종 심사를 맡거나 강의를 하는 등의 연관된 일들을 들어오는 대로 하거나 생계를 위한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버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음악웹진의 변화에 대해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고 대중음악평론가들의 생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현재의 음악웹진이 놓인 상황과 대중음악평론가들의 삶이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유지되거나 남아있는 대중음악 웹진들, 보다(http://bo-da.net/), 백비트(http://100beat.com/), 웨이브(http://www.weiv.co.kr/), 음악취향Y(http://cafe.naver.com/musicy/), 이즘(http://www.izm.co.kr/) 같은 웹진들이 수년째 명맥을 잇고 있지만 이렇게 유지하고 있는 웹진들을 통해 평론가들이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을 쌓지 못하고 있으며, 생활의 재생산을 위한 기반은 고사하고 웹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조차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현실은 대중음악웹진이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되짚어보게 한다.

그렇다고 한국 대중음악웹진의 시초격인 가슴(http://www.gaseum.com/), 웨이브, 이즘 등이 생겨나고 유지되고 있을 때 이 웹진들에 참여한 대중음악평론가들의 생활이 유지되고 웹진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맨땅에 헤딩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전에는 대중음악웹진을 통해 새로운 필자들이 계속 발굴되고 충원되고 연마되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음반 리뷰와 칼럼 같은 기본적인 대중음악평론은 더 안정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옛날이 좋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상대적으로라도 예전의 대중음악웹진들이 지금보다 더 활발했으며 음악팬들의 관심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는 얘기다. 가령 지금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 다수는 주요한 웹진들을 통해 성장한 이들이다. 또한 과거에는 새 음반이 나오면 주요 웹진들에서 어떻게 평가를 하는지 찾아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웹진들을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이 지금보다 많았다. 물론 그 숫자는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다. 객관적인 페이지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과거 대중음악 웹진의 페이지뷰라고 엄청나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는 더 관심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1990년대 중·후반에 각광을 받았던 대중문화전문지들의 역할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고, 한때는 음악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냈던 웹진들이 왜 최근 들어서는 없던 영향력이 더 떨어졌을까? 그것은 대중음악웹진들이 현재의 대중들과의 접점을 만들지 못했거나, 현재의 대중음악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들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음악 글을 통해 현재의 음악을 정확히 비평, 분석하고 새로운 변화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는 의제들에 대해 응답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자족적이고 고답적인 글쓰기에 머물렀기 때문일 수 있다. 비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 하나. 갈수록 대중들이 음악에 대한 진지한 비평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예전에도 대중음악평론을 진지하게 읽는 이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일군의 대중음악평론가들이 제시하는 진지한 음악적, 사회적 접근을 원하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어서일지도 모른다. 음악을 귀 기울여 듣고, 음악을 분석하고, 사회적 예술적 의미를 따지는 이들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대략 3,000여 명 이외에는 독자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대중음악웹진들 역시 대답 없는 자신들만의 진지함에 스스로 지쳐버린 것일 수도 있고 이렇게 수요가 적으니 대중음악웹진의 컨텐츠를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이제는 어지간한 정보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을 통해 해결하고, 평론가들의 관점보다는 자신만의 느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흐름도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음악관련 컨텐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비평가들과 함께 리뷰 등의 비평적 컨텐츠를 계속 축적하면서 대중음악웹진들이 담당했던 역할을 일정부분 흡수해 버린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대중음악웹진의 영향력은 더욱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비평가적 의무감과 소통의 만족감, 자기 성장의 즐거움 등으로 대중음악웹진에 참여했던 비평가들 역시 대중음악웹진을 떠나거나 웹진 활동에 소홀해지고 웹진들은 명맥만 유지하는 현실에 이르게 된 것일지 모른다. 대중음악웹진들이 자신들이 축적한 컨텐츠를 활용해서 광고를 따오거나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못해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다만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대중음악웹진들의 활동이 예전에 비해 미약해진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음악웹진의 활동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가령 웨이브는 워드 프레스 기반의 새로운 홈페이지를 통해 음반 리뷰와 싱글 소개, 인터뷰 이외에도 음악 산업과 창작의 다양한 변화를 발 빠르게 기록하는 칼럼과 기획 등을 계속 연재하며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현재를 담론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웹진 이외의 강의 프로그램도 병행되고 있다. 웨이브는 컨텐츠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웨이브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반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장 많은 대중음악평론가가 속해 있는 백비트의 경우에는 포털 사이트등과의 협력에 기반을 둔 컨텐츠 위주로 작업하며 안정적으로 원고료를 받고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포털 사이트 쪽의 입장에 따라 컨텐츠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이지 못한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음악 매니아들과 함께 운영된 음악취향은 네이버 카페에서 벗어나 새로운 홈페이지 개설을 앞두고 있고,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보다 역시 새로운 홈페이지 개설을 앞두고 있어 어떠한 컨텐츠와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새로운 담론과 새로운 웹진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최근 아이돌 음악에 집중한 대중음악웹진 아이돌로지(http://idology.kr/)는 그런 점에서 형식적인 차이는 적지만 내용적인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제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대중의 정보 취득과 소통 방식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어쩌면 웹진이 인터넷과 데스트탑에 기반을 둔 비평 방식이라고 한다면 이제 스마트폰은 또 다른 비평 방식을 요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작품이라는 텍스트 비평에 국한하지 않고, 현재의 대중문화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분량이 짧은 단문을 계속 선보이고 있는 아이즈 같은 웹매거진이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지금의 대중음악 웹진에게 요구되는 것은 음반 리뷰와 인터뷰 같은 고전적인 비평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은 산업적으로, 지역적으로, 장르적으로, 기술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대중음악평론은 대중음악연구와 함께 이러한 변화를 발 빠르게 의제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좋은 프레임과 분석, 비평을 생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같은 비평적 결과물을 현재의 대중들이 잘 읽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역할까지 함께 해내야 할 상황이다. 웹진이라는 미디어의 형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중음악평론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주어진 숙제 가운데 하나이다. 대중들이 진지한 음악 담론을 이전만큼 선호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의 발전은 대중들과 대중음악웹진을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선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새로운 아이템과 언어로 컨텐츠도 잘 만들어내고, 새로운 소통방법도 찾고, 수익구조도 찾으면 되는 것일까? 이러한 역할을 스스로의 의지와 열의로 나섰지만 음악 외에는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대중음악평론가들이 모두 해낼 수 있을까? 그들에게 이 모든 역할을 맡기고 잘 해내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아직은 질문뿐,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