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TV드라마에 대한 최근 논의는 주로 드라마 <궁심계(宮心計)>의 흥행과 성공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궁심계>는 홍콩TVB 개국 40주년 기념 특별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가 홍콩에서 성공했다는 사실은 50% 이상이라는 마지막회 시청률을 통해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 이 수치는 2005년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대장금>(MBC, 2003~2004)의 시청률보다 훨씬 높다. <대장금> 마지막회 시청률은 40% 이상이었다. 신문과 잡지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럼에 게재된 문화비평가들의 비평을 보면 <궁심계>는 <대장금>의 줄거리와 인물들의 성격을 거의 그대로 모방하였고, 역사 연구가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예를 들면, 드라마에 나오는 황제가 드라마 설정 시기보다 훨씬 뒤에 지어진 시를 암송했다), 선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대립 구조를 이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은 수많은 논의와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홍콩의 TV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기에서는 <궁심계>와 <대장금>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그런 다음, 홍콩에서의 TV드라마 제작의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논함으로써 <궁심계>의 대성공이 홍콩의 TV드라마 산업에 대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TVB드라마 <궁심계>

<궁심계>와 <대장금>은 장르 형식과 줄거리가 비슷하다. 장르적으로 보면 두 드라마 모두 코스튬 드라마이다. 또 줄거리 면에서 보면, 두 여인이 궁에서 펼치는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두 여인에게는 자신을 밀어주는 스승이 있다. 다만, <대장금>에는 훌륭한 여자 요리사들이 출연하지만, <궁심계>에는 의복 및 장신구 제작 등 수공예 솜씨가 뛰어난 여성들이 출연한다. <대장금>과 <궁심계>는 매력적인 궁녀들과 후궁들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매혹적인 의상과 우아한 세트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이러한 특성은 <대장금>에 나오는 수수한 조선(朝鮮) 왕실의 복식에서보다 <궁심계>에 나오는 노출이 심한 당(唐) 왕조 복식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점은 피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대장금>은 여러 측면에서 <궁심계>보다 더욱 높은 제작 가치를 보여준다. <대장금>은 TV드라마이긴 하지만 <궁심계>보다 역사를 더욱 중시했다. <대장금>은 드라마의 주요 소재인 웰빙 음식 문화와 한약이라는 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했다. 드라마의 모든 회에서 장금이영애 분은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까다로운 음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반면, <궁심계>는 작가들의 역사적 지식의 결여가 드라마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애청자들조차 불만족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면, <궁심계>에 대한 TVB 게시판에서는 <궁심계>가 역사적 지식이 결여되어 있고 <대장금>을 많이 모방했다는 내용의 글이 자주 보인다.1

그러나 <궁심계> 팬들은 피상적인 유사점 이외의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궁심계>는 상반된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홍콩의 수많은 유명 문화 잡지에서 일찍이 지적했던 바이다. 예를 들면, 마지막회에서는 선한 사람들이 악한 사람들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문화 연구 및 관념적 분석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 제작 가치가 낮다는 사실(예를 들면, 역사 연구의 결여, 비합리적이거나 이분법적인 이야기 내용 등)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수준이 낮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Levi Strauss, 1908~2009)가 신화에서 발견되는 인류보편적인 이분법적 욕구 및 두려움이라 부른 것 즉, ‘선 vs. 악’, ‘결백함 vs. 계산적이거나 간교함’의 대립 구도가 TV드라마에서 구체화되기 때문에 TV드라마가 대중에게 인기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TV드라마의 인물들은 더욱 복잡하고 3차원적이며 주인공은 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예를 들면, <대장금>에서 장금은 끊임없이 배우고 인격적으로 성장하였다. 장금은 훌륭하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시행착오도 겪고 실수도 하지만 그것을 통해 배운다. 반면, <궁심계>의 여주인공은 비현실적이게 빼어난 여인으로, “좋은 일을 하고, 좋은 말을 하며, 좋은 마음을 지녀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처럼 보인다. 즉, 그녀는 자신의 이름 ‘싼하오(三好)’세 가지 좋은 것이라는 뜻를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것 같다.

<궁심계>여주인공

과연 홍콩 시청자의 문화적 취향이 한국 시청자에 비해 세련되지 못하기 때문에 <궁심계>가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궁심계>를 받아들였던 것일까? <궁심계>의 제작진에 대한 질타는 좀 심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했던 홍콩의 TV드라마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것은 홍콩에서의 TV드라마 산업에 대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기보다는 우려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홍콩에는 TV방송국이 TVB와 ATV아시아 TV 두 개 밖에 없다. 최근 ATV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TV드라마 제작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 대륙과 타이완에서 수입한 TV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결국 TVB는 홍콩에서 유일무이한 TV드라마 제작사가 되었다. 홍콩의 시장이 좁고 홍콩 내 경쟁 상대가 없어졌기 때문에 TVB는 높은 수준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압박을 덜 받게 되었다.

홍콩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는 TV드라마 제작의 황금기였다. 이 시기에는 무료 TV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케이블 TV와 유료 TV 시장이 매우 좁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더욱 세련된 드라마나 수준 높은 드라마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유료 TV 시장과 DVD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즉, 일본, 한국, 미국드라마의 팬이 되고 있다. 현재, TVB의 드라마를 ‘습관적으로 보는 애청자’ 대부분은 무료 TV드라마만 보는 저소득층이다. 시청자가 다양하지 않을수록 TV드라마의 수준을 높게 유지해야 할 압력을 덜 받게 된다. 한 TVB 드라마 제작팀 직원은 “시청자는 우리가 어떤 우유를 주든 기꺼이 마실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홍콩사회는 1997년 이후 빈부 격차가 급속하게 심해지고 있다. 이 사실은 특히 저소득 노동 계층에 의해 민감하게 인식되고 있다. 유명 잡지 및 신문에서는 부유한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삶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 계층은 대중문화와 <궁심계>와 같은 무료 TV를 통해 기운을 북돋아주는 메시지를 받고 싶어한다. 즉, 세상에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존재하는데, 결국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이긴다는 메시지를 원한다. <대장금>에서 장금은 결국 상대편을 이기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시골로 도피한다. 이러한 결말은 <궁심계>의 결말과 판이하게 다르다. <궁심계> 작가는 마지막회가 방송된 다음날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그러한 결말은 홍콩인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요컨대, <궁심계>의 홍콩에서의 대성공과 함께 홍콩의 TV드라마 산업의 수준은 하락하고 말았다.

번역_柳美成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