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스타 코리아(Art Star Korea)>1)를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것은 스타성 있는 예술가 혹은 미술을 하는 연예인을 최종 우승자로 선발하겠다는 목표 아래, 경쟁을 통해 매 회마다 탈락자가 나오는 서바이벌 형식의 TV 쇼이다. 열 단계의 미션을 통해 최종 세 명을 선발한 뒤, 전시를 통해 마지막 한 명을 가린다.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되면 특별한 혜택이 있다. 창작지원금 1억 원과 개인전, 해외 레지던시 연수 그리고 2년 동안 장흥 아뜰리에 입주 기회를 제공한다. 이미 2009년 영국 BBC의 <스쿨 오브 사치>와 2010~2011년 미국 브라보 TV의 <워크 오브 아트> 시즌1, 2에서 선보인 포맷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가 아주 생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맷, 선발, 혜택 그리고 텔레비전이 미술을 소재로 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까지 해외 유사 프로그램과 매우 닮았다.

‘이제 예술에 열광하라. 겁 없는 예술가들의 아트 서바이벌!’ <아트 스타 코리아>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소재는 미술이다. 그것도 현대미술이다. 내재적 측면에서 현대미술이 가진 장점들은 충분히 스펙터클하다. 장르의 경계에서 자유롭기에 현대미술가들은 풍부한 재능을 선보일 수 있다. 실제로 참가자 15명은 페인팅, 조각, 설치, 영상,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인터미디어(Intermedia) 예술가이다. 그만큼 시청각적으로 보여주고 들려 줄 소재와 방법이 많다는 의미다. 또한 외재적 측면에서 볼 때, 현대미술에 호의적인 사회적 무드가 무르익었다. 창조시대를 외치며 문화 속에서 창조 열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는 이러한 외적인 긍정 요인을 등에 업고 다양한 시청각 재능을 가진 예술가들의 끼를 프로그램으로 제작했다.

복잡해지는 현대예술에 대한 호기심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마음속 미지의 세계를 유영할 수 있는 입장권이다. 내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마치 오래된 다락방 같아서 뒤지고 뒤져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가 하면, 분명 나의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입장권은 창작자나 감상자 모두에게 필요하다. 창작자는 새로운 창작의 자료를 위해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것이고, 감상자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마음의 문을 열 것이다.

창작자는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성숙과 인식의 확장을 경험한다.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장벽을 어떻게 하면 허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유한한 삶에 희망을 이야기하며 어둠에도 밝음이 있음을 찾아낸다. 결국 생의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 긍정과 아름다움을 찾아내 형태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감상자는 어떤가. 우리의 삶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삶의 겉은 이성의 공간이고, 속은 감성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보통의 날은 이성이 잠을 깨운다. 해가 뜨는 시각에 맞춰 두 눈꺼풀을 밀어 올린다. 하지만 특별한 날이 되면, 예를 들어 생일, 졸업, 결혼, 탄생, 떠남, 헤어짐, 죽음과 같은 순간과 마주하면 감성이 이성보다 먼저 일어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이성과 감성이 위아래로 구분된 물병을 흔들어 섞어 주는 것을 의미한다. 평온했던 사고와 감각을 자극해 일깨우는 일이다. 평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떤 깨달음이 일순간 머릿속을 지나가고 가슴 한복판에 떨어져 파문을 일으킨다.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창작자와 감상자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다. 진지함에 빠져들고 이해의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자발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잘은 몰라도 이해는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대예술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내면을 자극하는 요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온갖 양식과 기술, 재료와 형식, 지역 색이 뚜렷한 갖가지 미학적 견해가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것은 사회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세계는 좁아지고, 도시는 거대해졌다.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알다가도 모를 생각들도 그 늘어난 사람 수만큼 불어나면서 세상은 애매모호, 복잡다단해졌다.

극과 극의 오브제가 미술관을 채우면서 감상자의 뇌리에는 현대미술이라는 단어 앞에 ‘어려운’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이 ‘어려운’이라는 단어는 현대미술에 입문하는 예술가 지망생에게도 마찬가지 숙제이다. 미술대학에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기가 점점 힘들다고 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돌아서서 보면 이미 그와 유사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창조적 작업물을 내놓으려는 예술가들의 경쟁 또한 치열한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작품이 등장하고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그 제작과정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는 예술품 컬렉터나 일반인도 있지만 예술가, 예술가 지망생, 평론가, 예술 전문가 등도 포함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 생겨났다. 현대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보편화되면서 미디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영국 BBC의 <스쿨 오브 사치>와 미국 브라보 TV의 <워크 오브 아트> 같은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흐름이 전해져 스토리온의 <아트 스타 코리아>가 등장했다.

예술과 미디어의 결합이 갖는 기대와 우려

<아트 스타 코리아>에 참가할 예술가를 모집한다는 인터넷 공고가 나가기 무섭게 입소문이 퍼졌다. 15명을 선발하는 데 50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신청했다. 그들은 기꺼이 리스크를 감당하면서라도,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를 원했다고 한다. 그렇다. 그들의 바람만큼이나, 미디어 시대에서 예술이 대중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 대중은 복제를 통해 모든 사물의 일회적 성격을 극복하려 한다. 복제를 통해 작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성향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상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떼어내고 그 분위기(Aura)를 파괴하는 일은 현대 지각작용의 특징이다.” 『예술과 사회』에 언급된 마르크스의 견해도 이와 유사하다. “예술이 대중예술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미디어와 기술의 발달은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의 광범위한 대중 수용을 가능하게 하였다.

텔레비전이 등장한 1950년대 이후 미디어를 둘러싼 기술의 진보는 세계를 하나의 작은 지구촌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는 시대가 되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가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지, 런던 테이트브리튼에서 열리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글로벌 세계에서 방송국 또한 전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해 그 영향력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방송국의 거대한 망은 예술 이야기와 작품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이렇게 강력하고도 영향력 있는 매체가 자신들에게 유익한 대중예술 보급에만 신경 쓴다면 어떻게 될까? 대중예술의 미디어 의존도가 높아지면 누가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인가? 반대로 손해는 누가 보고 추락을 경험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미디어는 과연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빼앗는가? <스쿨 오브 사치>나 <워크 오브아트>처럼 <아트 스타 코리아>도 높은 시청률과 나아가 흥행을 통한 광고 수익을 기대한다. 그 이유는 서바이벌 쇼라는 형식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할 것이다.

<아트 스타 코리아>의 참가자들은 똑같은 미션을 부여받는다. 제작 기간도 같다. 그들이 단기간에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제작하는지를 카메라는 추적한다. 참가자들은 합숙 훈련을 하며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노출된다. 주제 선택에서 작업 공간, 재료의 선택까지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작가들은 최대한 좋은 결과물을 내보이려고 노력한다.

카메라는 시청자를 의식한 듯 작가의 겉모습과 생활 태도도 놓치지 않고 담는다.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 속에서 개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외모, 성격, 태도의 독특함을 동원한다.

카메라를 따라가는 시청자의 시선은 어느새 작품보다 작가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텔레비전 속으로 집중하면 할수록 작품과 작가와 관계, 작가의 성격과 사생활까지 알게 되고 어느 순간 마음 한편에는 호불호를 형성하게 된다. 시청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참가자를 예술가인 동시에 연예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시청자도 마찬가지이다. 예술작품 앞에 있을 때는 감상자가 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앞서면 팬 혹은 안티 팬이 되는 것이다.

제작진이 말했듯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던 것은 현대예술, 예술가, 예술작품이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결국 예술가의 자기 성찰이나 감상자의 심미적 경험, 현대 예술의 재발견이 아닌 새로운 스타 탄생과 신흥 팬덤의 형성, 상업적 흥행에 불과하다. 물론 후자의 획득 역시 어떤 식으로든 성공했을 때의 전리품에 해당할 것이다.

미디어는 처음부터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했다. 예술가들의 쇼잉과 평론가들의 쇼잉을 적절히 편집해 시청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참여한 예술가들과 비평가들이다. <워크 오브 아트>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뉴욕 매거진 수석예술비평가 제리 살츠는 ‘미술 평론이 어떤 것인지 관객들에게 보일 다시없는 기회라 판단하고 심시위원으로 출연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참가들도 ‘자신을 알리고 싶어 참가했다’는 대답이 가장 많다. <아트 스타 코리아>도 마찬가지이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기를 얻고자 참가했다. 그렇다면 평론가나 예술가는 미디어가 이끄는 손을 과감히 뿌리치고 자신만의 기질을 발휘할 때만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예술가는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에도 홀로 반짝이는 별이 아니었던가. 미디어의 손에 이끌려 가면 연예인이 될 것이고, 미디어와 반대편에 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 예술가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방송 동안 참가자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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