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위생정책과에서 펴낸 음식점 소개 책자 『인천 맛 기행』은 인천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음식점 편람이다. 한국의 3대도시로 부상한 인천의 음식점 소개서는 그간 단편적인 수준이었고 전국각지의 다른 음식점 소개서에 비해 규모 또한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간된 총 240여 쪽에 달하는 호화판 안내서는 270만 인구를 가진 인천의 대표적 음식점들을 망라했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인천 맛 기행』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음식점 선정기준이 애매할 뿐더러 선정한 사람들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등급별 음식점 소개책자이자 스테디셀러인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1900~ )를 보면 전문가들이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점들을 소개하며 등급을 매기고 있다. 소비자들은 전문가들에 의해 발굴되고 등급이 매겨진 음식점들을 믿고 찾아간다. 신뢰가 전제된 음식점안내서를 들고 세계 각국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미슐랭 가이드』는 오늘날 유럽 대부분 국가들의 음식점 안내를 도맡고 있다. 책의 특성상 음식평론가들이나 등급전문가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철저하게 암행어사식의 현장점검과 시식(試食)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들이 어떤 수준의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갖춘 사람들인지 독자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소개서의 집필자들을 밝히기 어려운 측면은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소개서 발행 초기단계에는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준다는 뜻에서라도 집필자들의 신분이나 실명을 밝혀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두번째는 음식점을 소개하면서 「외국인 이용이 편리한 음식점」을 따로 분류해 놓은 점이다. 지구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태여 구분하는 것 자체가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모든 비(非)한국인을 외국인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이들의 취향이나 경제적 수준, 특히 음식문화에 대한 자세는 가지각색이다. 어떤 외국인은 한국의 중산층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또 한국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한국인 이상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과 음식점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최고의 관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속간될 안내서에는 내외국인의 구별이 없었으면 한다.
세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소개되는 음식점의 연혁이나 주인에 대한 소개가 포함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유서깊은 유럽 각국은 물론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누가 그 음식점의 주인이며 주방장인지 또한 그 음식점의 연륜은 어떠한가에 대해 소비자들은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음식의 맛과 질은 그 음식점의 연륜과 주방장(또는 주인)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음식점 주인(주방장)의 말 한 마디와 연륜을 좬인천 맛 기행좭에 포함시킨다면 보다 실감나고 생동감 있는 음식점 가이드가 되리라고 믿는다.

무원칙적이고 무절제한 음식점 소개를 각종 매스미디어에서 남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XX에 소개되지 않은 집’이란 간판까지 내다는 음식점이 생기는 형국이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음식점 소개서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모처럼 인천광역시가 의욕적으로 펴낸 좬인천 맛 기행좭이 판을 거듭할수록 권위있고 이용하기 편리한 본격적인 음식점 가이드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