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으로 선정된 「누난 너무 이뻐―아이돌에 빠지는 누님들」(이정희)은 이른바 ‘이모족’의 아이돌스타에 대한 열광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점이 돋보인다. 아이돌스타 팬집단 여성들의 삶의 조건과 아이돌스타들의 특성을 적절히 연결하여 인기의 요인을 분석한 것도 깔끔하고 설득력있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짧은 인용구를 배치하고 그에 맞춰 내용을 서술해 가는 등 참신한 구성과 경쾌한 문장도 나무랄 데 없는 편이다.
수상작 외의 작품으로는 다큐멘터리 <유랑북경>을 분석한 「유랑담론의 문화정치학」과 TV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분석한 「리얼버라이어티쇼, 삶과 오락의 행복한 만남」 등이 눈에 띄었으나 전자는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다소 치밀하지 못했고 후자는 내용전개가 다소 산만하게 이루어진 탓에 아쉽게도 수상후보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참신한 주제를 잡아 깊이 있게 분석하고자 하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으나 하나의 관점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힘이 달린다는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평의 대상을 잡게 된 이유에 대해 좀 더 내적인 성찰을 해본다면 이후에는 더 좋은 비평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뚜렷한 메시지, 경쾌한 스타일
조종흡미디어평론가, 동국대 교수
우선 대체적으로 텍스트 선정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을 고르다보니 분석의 대상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 텍스트를 통해 사회적 징후를 읽어내기보다 그것을 묘사하는 데 지면을 많이 할애해 정작 텍스트를 깊이 읽어내는 데에는 실패한 예가 눈에 띄었다. 뿐만 아니다. 텍스트 자체에 대한 비평에 몰두한 나머지 이에 열광하는 관객 등의 의미생산 과정과 이에 따른 문화정치적 함의를 읽어내는 데 많은 부족함이 보였다. 「누난 너무 이뻐―아이돌에 빠지는 누님들」은 비교적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했고 글의 스타일도 매우 경쾌해 심사위원들이 이견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당선소감|
이정희
감사합니다.
비평이란 장르가 하나의 독자적 장르지만 다른 분의 작품에 늘 한 발을 얹는 형세다 보니 항상 더부살이 같단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소위 말해 정규 코스를 통해 비평을 배우지 못한 사람으로서 자격지심이 앞섭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감히 내 주제에 너무 상대방을 마구 ‘씹어대는’ 게 아닌가 하고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저 역시 아이돌에 빠진 누님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이 조심스러웠습니다. 되돌아보니, 연예인에 빠지는 여성이라는 면에서 자아비판의 성격이 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발표 기한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제 글이 폐지로 쑤셔 박히는구나 하면서 가슴 아팠습니다. 그런데 폐지의 운명에서 구해주시고 상까지 주시니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받아야 할 몫을 가로챈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감격을 덮을 순 없습니다. 늘 세상은 완고하고 저는 무기력하여 외로 꼬여가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나처럼 생각해도 되는구나,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라는 자신감이 조금은 붙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