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 1911~ 1980)에 따르면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확장이란 특정 감각의 고유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수단이나 장치를 말한다. 컴퓨터는 두뇌의 확장, 전기는 중추신경의 확장, 자동차는 다리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의 경우는 어떨까.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1397~1468) 활자에서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책은 인간의 ‘눈’을 확장시켜왔다. 책을 시각의 매체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밥바라기별, 촐라체]

최근 인터넷 연재소설의 인기가 한국문학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독자들의 눈이 책에서 ‘인터넷’으로 확장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한 박범신(朴範信)의 『촐라체』와 황석영(黃晳暎)의 『개밥바라기별』은 각각 100만 명과 180만 명이 넘는 독자들과 만났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인기는 단행본으로 이어져 출간 후 상종가를 쳤다. “책이 안 팔려 못 살겠다”는 출판계 곳곳의 아우성과는 상반된 현상이다. 박범신, 황석영을 비롯해 최근 인터넷 교보문고에 새 소설 『너는 모른다』의 연재를 시작한 정이현(鄭梨賢)은 모두 정통문학에서 인지도를 얻어 온 작가들이다. 이들에게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독자와의 만남을 갖고 있는 박범신  

이런 현상을 되짚기 위해선 중앙일간지의 소설연재 상황을 엿볼 필요가 있다. 현재 중앙일간지 중 본격소설을 연재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순수문학을 신문으로 읽던 시절이 ‘종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대체할 연재 공간으로 작가들이 인터넷을 주목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인터넷과 영상미디어에 치인 책의 자리를 작가가 나서서 되찾겠다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촐라체』의 진행을 맡은 도서출판 푸른숲의 이재현 대리는 작가들이 인터넷 소설을 연재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작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설을 연재하는 이유는 작가의 내적인 동기(젊은 독자층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욕구)도 분명 있겠지만, 외적으로는 갈수록 연재 지면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또다른 지면을 확보하고자 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독자와의 만남을 갖고 있는 정이현

새로운 매체는 작가들에게 새로운 지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명 작가들이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는 주요한 이유 또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책이 안 읽히는 시대, 책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시대에 인터넷 연재는 작가 자신에게도 신선한 경험일 수 있다. 『개밥바라기별』의 황석영은 한 인터뷰를 통해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독자들이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덧글이 신기하고, 사람살이를 바로 곁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작가로서 창작에 번거롭고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고무되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독자 중 80%가 20~30대이고, 10대도 13%에 달한다는 사실에 젊은 독자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황석영, 영원한 문학청년이라 불리는 박범신, 젊은 층에게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정이현 모두 인터넷이라는 신(新)매체를 통해 글쓰기의 새로운 경험을 한 셈이다. 당분간 유명 작가들의 인터넷 소설 연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 이미지 제공_ 행복한 상상

金玟影 1975년 서울생. 서평전문가, 독서경영전문회사 행복한상상 이사. 최근 글로 「홍상수―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피상적인 페미니즘 비평을 경계한다」, 「곽재용―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남자만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울라」 등. bookworm@r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