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청소년문학의 봄이다. 출판사마다 청소년문학 시리즈가 기획되어 나오고, 수천만 원의 상금을 내건 공모제가 여럿 등장했으며, 나름대로 비평이 활기를 띠는 등 청소년문학이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서 ‘청소년문학’이라 함은 청소년독자를 염두에 두고 전문작가에 의해 창작된 작품, 주로 ‘청소년소설’을 가리킨다.
본래 청소년문학은 성장기에 있는 미성년독자를 뚜렷이 의식하고 생산된다는 점에서 아동문학의 범주에 속해 있었다. 방정환(方定煥, 1899~1931)의 「만년샤쓰」(1927)나 현덕(玄德, 1909~?)의 「집을 나간 소년」(1939)처럼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일제시대의 소년소설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틈에 아동문학의 독자대상은 초등학생으로 좁혀졌고, 청소년문학은 아동문학과 성인문학 사이에서 공란으로 놓이게 되었다. 청소년 권장도서목록의 대부분은 성인문학의 대표명작으로 채워져 왔으니, 청소년의 눈길을 끄는 출판물이라면 하이틴 로맨스처럼 질 낮은 통속물을 떠올려야 하는 사정이 오래 지속되었다.

최근 청소년문학의 봄은 1990년대 이후 팽창일로에 있던 아동문학이 차고 넘친 결과라는 점을 우선 주목해야 한다. 1990년대 아동문학의 성장을 견인한 작가와 학부모들은 사회 각 부문의 주도층으로 떠오른 이른바 386세대이고, 이들의 자녀는 최근 청소년문학의 주요 독자층이 되었다. 말하자면 ‘생산자-매개자-수요자’를 하나로 묶는 뚜렷한 기반이 마련되면서 청소년문학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문학의 작가는 성인문학 쪽과 아동문학 쪽의 두 방향에서 흘러들어온다. 영역을 넘나들면서 창작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작가층을 이룰 만큼의 자기정체성을 청소년문학이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가의 성장체험을 작품화한 것들이 많았다. 성장기의 문제는 청소년문학의 기본줄기라 하겠으나, ‘지금 여기’의 아이들이 부재하는 한 세대 이상의 과거 혹은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오늘의 청소년이 직면한 현실의 문제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자아냈다. 다행히 이와 같은 문제점을 돌파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차별과 동성애 같은 성정체성 문제라든지 소수자 인권과 민족 문제의 변화 등 현대적인 주제를 성장기의 고민과 결합한 작품들이 선을 보이면서 청소년문학의 문제의식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이금이의 『유진과 유진』(2004), 이경혜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2004), 강미의 『길 위의 책』(2005), 박정애의 『환절기』(2005), 이경화의 『나』(2006), 김중미의 『거대한 뿌리』(2006), 이현의 『우리들의 스캔들』(2007) 등은 그러한 문제성으로 주목받은 것들이다. 한편, 제1회 세계일보 공모 당선작 정유정의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2007), 제1회 창비사 공모 당선작 김려령의 『완득이』(2008) 등은 개성적인 캐릭터와 문체의 힘이 돋보이는 것으로 유머가 빛을 발한다. 이것들은 사회문제를 통찰하는 작가의식도 단단하지만 무엇보다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문학의 앞날을 밝게 해준다.

그렇지만 우리 청소년문학은 작품의 규모나 상상력과 관련해서는 더 나아가야 할 부분이 커 보인다. 판타지보다 리얼리즘의 기풍이 센 탓인지 우리 작가들에겐 ‘변신’의 발상이 부족하다. 이른바 생활동화를 조금 확대한 것 같은 형식상의 진부함이나 내용상의 타협은 경계되어야 한다. 다매체시대의 서사문학은 단조로움을 벗어날 것이 요구되는데, 이는 비단 형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은 관리대상일 수 없고 그렇다고 보호대상인 것만도 아니다. 청소년은 가보지 않은 땅을 딛고자 한다. 시대의 변화를 통찰하는 가운데 낡은 것을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에서도 청소년문학은 문학 본연의 전위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주류사회에 대한 삐딱한 기울기가 없고서는 문학으로서도 문제겠지만, 주변부와 경계의 존재인 청소년들이 먼저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문학의 봄은 도전과 개척을 가리키는 비유인 한에서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