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각종 언론에서 중국소설 붐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았다. 2006년 일본소설이 총 391권이 출간되어 처음으로 한국소설의 발매 권수를 추월한 데 이어, 중국소설도 만만치 않은 기세로 한국 소설시장을 공략해 오고 있다는 논조였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고전소설, 전기소설, 무협소설, 비중국어로 쓰인 해외 화교소설, 기존 출간본의 개정판 및 재번역판을 제외하고 2006년 국내에 출간된 중국 순문예 소설은 총 8종 10권이었으며 2007년에는 12월 초 현재까지 총 16종 23권이다. 중국소설 붐을 가리켜 ‘한류漢流’, ‘화류華流’ 운운하는 일각의 호들갑을 감안하면 사실 초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일본소설이 현재 매주 교보문고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에 2~3권을 올려놓고 있는 데 반해 중국소설은 순위권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위 화(余華)의『형제(兄弟)』를 제외하면 1만 권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책도 거의 없다. 따라서 ‘중국소설 붐’이라는 말은 어쩌면 실체가 없는 과장된 수사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중국소설과 관련하여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국소설에 대한 출판사들의 시각이 판이하게 바뀌었다. 기존 중국소설들은 주로 소형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대부분 비주력 품목으로서 홀시되었지만 올해부터는 문학동네, 휴머니스트, 웅진, 김영사 등 이른바 메이저출판사들이 전략적, 장기적으로 중국소설 출간기획을 잡고 광고와 마케팅에 상당한 자원을 투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모 옌(莫言), 쑤 퉁(蘇童), 리우 젼윈(劉震雲), 차오 원쉬엔(曹文軒) 등 중국 작가들의 방한과 인터뷰가 줄줄이 이어졌고 쑤 퉁이 위 화에 뒤이어 최근 중국 문학의 한 코드로 출판시장에서 뚜렷한 위치를 확보했다. 베이징올림픽과 중국경제의 활황, 그리고 서구 문학시장에서의 중국문학의 성공 등이 중국소설의 전망에 대한 우리 출판사들의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는 듯하다. 당장의 실익은 크지 않아도 향후 중국소설 시장이 확대되리라는 예상에 근거해 너도 나도 유명 중국소설의 판권 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위와 같은 현상은 지난 몇 년간 중국소설의 기획과 번역에 몰두해온 필자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늘어나는 중국소설 번역의 수요에 기존 번역가의 인원과 질이 따르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혹자는 전국적인 중국어 학습 열풍이 몇 년간 이어져 왔는데 왜 중국어 번역가가 부족한지 의문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5년 KOTRA의 통계 발표에 따르면 전국 120개 대학에 중문과가 개설되어 있고 중국어 학습자가 최소 100만 명에 이르며 중국 유학 출신자도 4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마땅한 중국어 번역자를 구하기 힘든 것일까? 필자는 그 근본 원인을 중국어 번역가들의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이라고 본다. 기타 언어권의 번역가들 중에는 어려서부터 해당 언어권 문학에 심취했거나 일찍부터 문학적 글쓰기의 훈련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중국어 번역가들은 어린 시절 접할 수 있었던 중국문학 텍스트가 극히 적었고 대학에 와서도 대부분 ‘중국학=실용학’이라는 규정에 얽매여 언어훈련 위주의 커리큘럼을 소화해야 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실용 도서를 제외한 인문학 관련 도서를 번역하기가 어렵다. 특히 소설 번역 부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원서의 풍부한 함의를 전달하면서도 한국어다운 유려한 문체를 구사하는 번역자는 겨우 네다섯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에는 다소 상황이 개선되는 듯하다.『나, 제왕의 생애(我的帝王生涯』(쑤 퉁, 1992)를 번역한 문현선,『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故鄕天下黃花)』(리우 젼윈, 1991)을 번역한 김재영 등 우수한 신진 번역가가 발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 사학과 문학에 대한 전문 소양을 갖췄거나 소설가 지망생의 전력을 갖고 있어 기존의 중국어 번역가들에 비해 텍스트에 대한 감식안과 문장력이 뛰어나다. 2008년에는 중국소설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이 출간될 예정이다. 아무쪼록 보다 우수한 중국소설 번역가들이 다수 등장해 그 번역을 책임짐으로써 한국문학에 귀중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