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에서 장샤오강(張曉剛), 위에민쥔(岳敏君), 팡리쥔(方力鈞) 등 중국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벌어지는 중국 작가들의 선전에 힘입어 지금 중국은 예술가의 천국이다. 뉴욕의 소호 같이 베이징에도 공장 지대를 개조한 창작스튜디오가 생기고 문화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화랑들이 몰려들었다. 지금 베이징에는 2003년 ‘798 단지’를 선두로 수십 군데의 화랑가가 새로 생겼다. 동시에 베이징의 미술 시장 규모가 매년 두 배의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중국과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부푼 꿈을 안고 베이징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현대미술의 힘은 정치적 암울에 기초한 실험과 전위에 있다. 천안문사태(1989년)를 계기로 중국현대미술은 정치 풍자와 현실 비판을 바탕으로 마치 빅뱅과 같은 양적 팽창과 사회적 인식의 보편성을 획득하며 단숨에 세계무대로 도약했다. 중국현대미술의 요람과 같은 베이징의 ‘798 단지’ 역시 이러한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다. 높은 벽과 확 트인 공간, 그리고 근대 사회주의의 물질생활에 기초를 제공했던 공장들, 벗겨져 내린 공장 벽면과 먼지 쌓인 벽돌, 육중하고 녹슨 공장 철문, 이제는 유효성을 잃은 생산을 독려하는 마오쩌둥의 붉은 선전 문구. 이러한 정취는 예술가들은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도구로 이용한다. 중국 작가들의 작업이 주목받고 대중과 공감을 이루게 된 특별한 이유는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역사적 아픔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홍위병 출신이거나 문화대혁명을 거쳤던 창신(創), 왕칭송(王慶松), 양즈차오(楊志超) 같은 행위예술가들과 까오시엔(高先), 까오치앙(高强) 쉬용(徐勇) 같은 사진작가들에 의해 주도된 초창기 중국현대미술은 짧은 시간 안에 서양현대미술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정치적 억압 속에서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던 중국현대미술의 이러한 대폭발은 경이로운 것이었고, 중국이라는 거대 문명과 문화의 부흥이라는 그 상징성에 비추어 충분한 소장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중국현대미술은 세계적인 컬렉터들의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품목이 되었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이들의 작품 가격이 높게 형성되자, 중국 작가들은 자본을 겨냥하여 자본주의 시스템을 역이용하기 시작한다. 중국현대미술에 나타난 예술의 자본화 경향을 거칠게 나눠 보면 대략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서양의 전위예술을 모방하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 발전 도식에 대한 서양 컬렉터들의 허영을 만족시켜준다. 서양을 이미 거쳐 간 예술 형식들이 시장 경제로 들어서는 중국에서 이제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서양의 컬렉터들은 자문화의 우월성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하나의 경향은 서양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만리장성이나, 문화대혁명, 마오쩌둥 같은 중국의 아이콘을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서양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철학적 배경을 지닌 아이콘은 철저하게 배제된다. 예를 들면, 평담(平淡) 같이 은유적 사유를 이용한 작품은 중국현대미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현대미술의 이러한 경향은 중국의 현대 작가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것을 발 빠르게 역이용하면서부터 나타나게 되는 새로운 문화적 전술이자 책략이다. 사실 중국적 문화자원의 특색을 이용하는 방식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에 출현했다. 그러나 당시의 미술은 중국적문화자원의 특색과 중국이라는 ‘기호’를 문화 책략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1993년 이전의 중국 작가들은 대규모 국제현대예술박람회에 참가해 본 적이 거의 없었으며, 1980년대의 중국 전위예술조차도 여전히 중국 문화의 내부적인 표현일 뿐이었다. 그러나 2002년을 전후로 중국현대미술은 대외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시장을 겨냥한 것이며, 예술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교환하려는 전술이다. 이러한 현상은 서양현대미술 컬렉터들과 중국현대미술 작가들의 경제적 이익이 만나는 접점에서 이뤄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 것일까? 예술의 참모습은 과연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