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과 왕립벨기에박물관, 그리고 한국경제신문. 미술전시와 경제신문의 만남이 언뜻 생경하다. 마그리트展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한국경제신문이 쏟아낸 전시 관련기사는 80여 건에 달한다. 이 신문사 주최의 전시임을 감안하더라도 경제신문의 특성상 과도한 지면할애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의 중고생 대상 논술섹션 <생글생글> 덕이 크다. 이 신문사는 에듀한경논술연구소를 설립해 논술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논술학원 전면광고와 「창의력을 키워주는 르네 마그리트展 보러 가요」라는 기사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다. 마그리트의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가 ‘이미지의 배반’이란 주제로 논술시험에 출제된 사실을 기억한다면, 「학원가, 올 논술 마그리트 그림 출제 가능성」란 기사가 버젓이 게재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기업도 빠질 수 없다. 「삼성, 마그리트 사내방송‥현대건설갞T는 사보에 특집」, 「마그리트의 철학을 사원들에게 교육시키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와 같은 기사들이 그 증거다. 이쯤 되면 피카소보다 잘 나가고 있는 마그리트展의 흥행비결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전시는 관람객 25만 명을 돌파하여 2주 연장에 들어갔다. “블록버스터화된 마그리트展이 진정으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은 마그리트가 아니다”란 심상용의 지적에 동의한다. 다만 문화관료들에 대한 문제의식에 덧붙여 거대 논술시장을 미술전과 연계해 활용하는 경제신문의 계산도 지적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