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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볼을 기억하라
통권 : 15 / 년월 : 2009년 5월 / 조회수 : 13974
일본만화가 한국만화에 미친 영향

 

한국만화는 인쇄기술의 도입과 근대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점차 성장해 왔다. 한국의 근대미디어 기술이 일제시대에 도입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한국만화에 있어 일본 시각문화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에서 만화의 역사는 근현대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일본만화 『드래곤볼(ドラゴンボ?ル)』을 통해 한국만화에 미친 일본만화의 영향을 생각해 보자.


『드래곤볼』을 아는가. 이 작품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의 슈에이샤(集英社)가 발행하는 <주간소년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 연재한 작품이다. 슈에이샤는 이 작품을 단행본 전42권, 완전판 전34권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7개를 모으면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 주는 구슬 드래곤볼을 중심으로 주인공 손오공의 모험, 우정, 싸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2008년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발행부수는 단행본과 완전판을 합쳐 약 2억부 정도이다. 또한 그것은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TV애니메이션은 세계 각국에 방영되어 일본의 출판만화 세계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프랑스에서는 1980년대 말 80%이상이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할리우드(Hollywood)에선 실사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드래곤볼』은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방식으로 전지구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아이큐점프>의 별책부록 「드래곤볼」ⓒ이광택│2009-


한국에서는 1980년 말 『드래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해적판이 돌았다. 당시 『북두신권(北斗の拳)』 등 일본의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되던 인기 작품들이 해적판으로 발행되었다. 이 손바닥 크기의 소형 해적판들은 문구점이나 잡화점을 중심으로 500원에 판매되었다. 『드래곤의 비밀』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팔렸다. 그러던 중 1988년 말 서울문화사가 한국 최초의 주간소년만화잡지인 <아이큐점프>를 창간한다(현재는 격주간). 이때 서울문화사는 『드래곤볼』 연재를 위해 슈에이샤와 정식 판권계약을 맺고, 1989년 48호(12월 14일 발행)부터 별책부록의 형태로 정식판 『드래곤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별책부록 『드래곤볼』 제1부 1호는 일본만화와 같은 우개폐형(右開閉形)으로 제작되었고, 속표지에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의 이름이 로마자로 적혀있다. 서울문화사의 『드래곤볼』은 처음부터 누가 보더라도 일본만화라고 인식할 수 있게 제작되어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당시 일부 일본만화가 한국에 유통되고 있었지만, 작가명이 없거나 한국작가의 명의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드래곤볼』이 정식으로 일본만화가 한국사회에 유통되기 시작한 첫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초의 대히트작임에는 틀림없다. 정식 단행본만 권당 초판이 30~35만부였고, 5, 6판을 거듭 인쇄했다. 만화가 잘 팔리면서 사회적 관심도 끌었다.

 

-해적판「드래곤볼」ⓒ이광택│2009-


『드래곤볼』은 한국만화시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자주 거론하는 것은, 『드래곤볼』이 한국만화시장에 주간만화잡지를 보급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드래곤볼』을 통해 한국만화시장은 국제화를 추진해 가는 계기를 맞았다. 1989년 『드래곤볼』 발행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판권표기가 없었다. 이후 발행한 『드래곤볼』을 보면, 다양한 형태의 판권표기를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출판사가 베른조약(Berne Convention) 1886년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서, 저작권을 국제적으로 서로 보호할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조약 가맹 전이었던 한국시장에서 정식으로 일본의 출판허락을 얻었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다. 『드래곤볼』은 히트작이었다. 그래서 출판사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이를 통해 판권취득 경위를 정비할 수 있었다.

 


『드래곤볼』은 만화 표현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독해력 신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보다 한국독자들이 어떻게 일본만화 독해방식을 얻었는지가 먼저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평소 익숙하지 않은 만화는 그림, 장면전개 등을 이해하기 힘들어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를 자연스럽게 읽기 위해서는 만화를 매개로 성립한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적 총체가 내면화되어야 한다.

 

『드래곤볼』의 한국독자들 중 상당수가 처음부터 만화를 매개로 한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내면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드래곤볼』 이전에도 한국독자들은 일본만화를 보았지만, 정식 유통과정을 통해 일본만화임을 인식하고 읽기 시작한 것은 『드래곤볼』 이후의 일이다. 어떤 만화의 표현법을 일본적이라든가 한국적이라고 해석하는 감각이 싹트기 위해서는, 독자 자신이 읽고 있는 만화가 일본산인지 한국산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은 모든 것을 한국만화의 표현법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하게 된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표현이 있더라도 그 이유를 작품과 작가 고유의 문제에서 찾는다. 그 배경에 있는 각국의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래곤볼』이후 한국독자들은 일본만화가 일본의 역사 즉, 만화가 낳은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표현법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독자들은 일본만화를 통해 일반적인 만화 표현방식의 독해방식에 익숙해졌다. 동시에 『드래곤볼』에 나타난 만화기법을 일본만화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인식했다.


물론 이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월경 과정에서 다양한 오해와 갈등을 낳았다. 예를 들어 서울YWCA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드래곤볼』의 문제점으로 반복되는 이야기와 이야기의 비일관성, 여자 아이의 몸을 보고 코피가 나는 장면이나 격투 장면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뽑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일본문화의 문제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일본독자들이라면, 『드래곤볼』의 반복되는 싸움과 막장 이야기가 작가의 창작능력이 아닌 주간만화잡지라는 매체와의 관계에서 기인한 것임을 간파할 것이다. 일본독자들은 주간만화잡지가 인기있는 작품 연재를 연장하도록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싸움만화에서 으레 강한 적과의 반복되는 싸움이나 힘센 세력의 괴롭힘이 전개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읽어낼 수 있는 독해방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폭력적인 표현도 독자의 독해방식과 연관이 있다. 만화연구가인 요시무라 카즈마(吉村和?)는 일본만화에 나타난 잔혹 묘사의 리얼리티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일본만화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체는 1960년 이후의 극화나 주간소년만화잡지의 스포츠만화를 거치면서 디즈니애니메이션의 결코 죽지 않는 기호적인 신체에서 피 흘리고 부상도 당하는 신체로 변화했다. 그리고 이런 신체 묘사를 보면서 독자들은 흐르는 피의 양과 반비례하여 오히려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즉 리얼리티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읽고 있는 장면’이 폭력적이라고 설명하는 기호가 된다. 그러나 일본만화에 대한 독해방식을 가지지 못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리얼한 유혈 묘사는 고통을 상상하게 하는 강렬한 도상일지도 모른다. 이상을 근거로 판단해보면, 서울YWCA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의 『드래곤볼』 비판은 일본만화 독해방식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볼」전집-


 

 

혹시 한국독자 중 누군가는 ‘나도 만화에서 피를 흘리는 장면을 봐도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드래곤볼』을 거친 한국만화 독해방식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드래곤볼』 이후 한국만화의 독해방식은 일본만화의 그것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즉 한국독자의 독해방식은 이미 혼종적이다. 한마디로 『드래곤볼』은 한국독자들의 독해방식 국제화, 혼종화의 계기였으며, 만화 표현방식의 다국적성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영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에 대해서이다. ‘영향을 주다, 받다’라는 단어는 수용자에 대한 문화제공자의 지배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영향을 지배/피지배라는 의미에서 파악하지 않았다. 문화수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능동적인 변용과정을 중시하고 싶다. 『드래곤볼』의 경제효과나 한국만화계에서의 영향이 한국만화 혹은 만화시장에 대한 일본만화, 일본출판사의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문화의 우열과도 관계가 없다. 일본만화가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만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 아니다. 문화는 상호적으로 흐르고, 때로는 역류하고, 섞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본만화가 한국만화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의 만화제작자들과 독자들이 선택한 결과인 것이다.


번역_高廷弦 번역가
山中千? 1972년 일본 효고현(兵庫縣)생. 진아이(仁愛)대 인문학부 전임강사. 최근 저서로 『만화 속의 ‘타자’』 등. yamanaka@jindai.ac.jp



글쓴이 : 야마나카 치에
작성일 : 20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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