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치 만박(愛知万博)을 보면 볼수록, 이야기하면 이야기할수록 1970년 오오사카에서 열린 오오사카 만박(大阪万博)-EXPO’70이 더욱 빛이 난다. 그렇다, 만국박람회사상 최대의 동원수를 자랑했던 이 괴물박람회에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1970년 오오사카의 센리큐우릉(千里丘陵)에서 치러진 오오사카 만박은 입장자수 총 6,422만 명으로, 당시 일본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보러 갔다니, 일본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상 최대 문화제전이었다.”(1)

 위의 글은 2005년 아이치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오히려 오오사카 만국박람회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만국박람회사상 최고 입장자수를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개최기간동안 발생한 미아만도 22만 명에 달했던 이 박람회는 1970년 3월14일부터 9월 13일까지 183일간 개최되었다. 박람회가 열리기 바로 전 해인 1969년에 인간의 달 착륙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있어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도 달에서 가져온 월석과 달착륙선을 전시한 미국관이었다. 국가별 전시관 중에서 가장 높게 세워진 소련관이 미국관 다음으로 인기가 있었다. 냉전시대를 반영하듯이 미국관과 소련관은 서로 인기를 다투었지만, 사실 그 전시물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소련관도 마찬가지로 우주개발이 주요 전시소재였던 것이다.
 미국관과 소련관만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람회장에서는 한국의 부채춤부터 뉴질랜드의 양털깎기, 코끼리와 인간의 줄다리기 시합, 그리고 일본 각 지방의 고유한 축제경연 등 문화행사가 계속해서 열렸다. 또한 핸드폰의 원조로 보이는 와이어리스 폰(wireless phone), 5,000년 후에 개봉된다는 타임캡슐,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원형통속에 들어가 자동으로 목욕이 되는 것을 실연해 보여주는 ‘인간세탁기’, 유창한 일본어로 전시품들을 설명해주는 금발의 백인여성들, 그리고 박람회장을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전시관은 당시 일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반파쿠(万博)’ 열풍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냉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국가간에 세워져 있었고 비디오?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만국박람회는 일상과 다른 세계를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박람회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과 환상을 인정하면서도, 요시미 슌야(吉見俊哉)는 ‘반파쿠’열풍이 매스미디어에 의한 ‘일상의식 레벨에서의 자발적인 동원’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도 경제성장을 통한 대중소비 사회의 등장으로, 박람회장은 기업들의 거대한 광고전시장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2) 요시미의 연구는 박람회라는 인류의 독특한 행위를 분석하는데 하나의 큰 시각을 제시해주기는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는 오오사카만국박람회가 갖는 독특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박람회가 갖는 독특성이라는 것은 개개의 사항을 따지면 모두 독특성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박람회장건설 기공식에서 쌀과 소금으로 건설현장을 정화하는 신토오(神道)일본의 민속적 신앙체계, 일본 고유의 다신교 식 지진제(地鎭祭)토목공사를 할 때 지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지낸 것도 독특한 사건이다. 그것도 부지가 너무 넓어 신관(神官)이 헬리콥터에 타고 쌀과 소금을 뿌렸다는 에피소드는 오오사카만국박람회만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3)

이보다도 박람회의 명칭부터가 특이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통 오오사카만국박람회로 불리는 이 박람회의 공식명칭은 ‘일본만국박람회’이다. 대부분의 박람회의 명칭에 국가명보다 도시명을 붙이는 것과는 달리, 이 박람회는 독특하게 일본이라는 국가명을 내세웠다. 1964년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렸으므로 칸사이(關西)지방에 대한 배려로 오오사카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오오사카에서 열렸다는 것은 박람회 자체에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본이라는 국가적 이벤트로서 준비되었다. 따라서 오오사카만국박람회는 도쿄올림픽과 같이 이야기될 때가 많다. 일본만국박람회를 찍은 공식기록영화는 1971년 전국의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173분이라는 매우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412만 명을 동원하여 그 해 일본영화 흥행성적 1위를 기록했다.(4) 이는 170분짜리 도쿄올림픽 공식기록영화가 올림픽 다음해인 1965년에 개봉되었고, 1,9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흥행성적 1위를 기록한 것과 너무나 흡사하다.(5)

사실 올림픽과 만국박람회는 일본 역사상 깊은 관계가 있다. 올림픽과 만국박람회는 황기(皇紀) 2,600년을 기념하여 1940년에 도쿄에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것이 전쟁으로 무산되자 그 염원이 64년과 70년에 나누어 이루어졌다. 게다가 당시 미리 팔았던 1940년 만국박람회의 입장권을 가지고 오면, 1970년의 만국박람회 특별입장권으로 교환해주는 행사를 하기도 하였다. 30년이나 지난 입장권을 누가 가지고 와서 바꾸겠는가라는 의문이 들지만, 실제 2,000장 이상의 특별입장권이 교부되었다고 한다.(6)

 공식기록영화는 기업들이 세운 전시관보다 세계 각국의 전시관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박람회 자체가 하나의 자연사박물관 또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비추어진다. 또한 매우 평화스러운 일본 속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1970년은 70년 안보투쟁1960년 미일상호방위조약 개정 반대시위의 정점이었던 해로써, 영상 속에서 그리고 박람회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평화롭지만은 않은 시기였다. 이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아이잭 사건’이 박람회장에서 일어났으나 공식기록영화에서는 잠깐 비추어줄 뿐 아무런 설명 없이 스쳐지나간다. 박람회 심볼로 제작된 높이 70미터의 ‘태양의 탑(太陽の塔)’에는 얼굴이 세 개가 있다. 등 뒤의 검은 얼굴은 과거를, 앞면 가운데 하얀 얼굴은 현재, 그리고 맨 위의 황금 얼굴이 미래를 의미한다. 바로 이 황금 얼굴에 한 남자가 올라가서 ‘적군(赤軍)'신좌익계 게릴라 무장 테러조직이라 쓰인 붉은 헬멧을 쓰고 박람회 반대를 외치며 8일간 농성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을 ‘태양의 탑’ 눈 부위에서 벌어졌다고 하여 하이잭을 빗대어 ‘아이잭 사건’이라 불렀다. 일본만국박람회장을 찾은 사람 중 이 농성자만이 매스미디어의 ‘동원’에 저항한 유일한 이였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박람회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각 전시관에서 전시되었던 것들에 대해서, 그 시대를 표상하는 의미를 파헤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반파쿠’ 열풍의 또 다른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