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버스커(Busker Busker)의 1집 음반을 비평하기 전에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이 우선되어야겠다. 물론 버스커 버스커의 팬이라면 그들의 태생에 시비걸기보다는 오로지 결과물로만 판단해 주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그들의 존재 자체가 탐탁지 않은 분들도 계신다.(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면 당장이라도 www.nobelprize.org로 접속해 불만을 토로할 분들.) 그리고 나 역시 상반되는 평가의 기준들을 놓고 욕먹지 않을 중도 노선을 탈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 쪽의 열렬한 수호자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한 데뷔는 자신이 가진 패를 모두 보여주고 시작하는 포커판과 같다. 대중에게 더 이상 포커페이스를 펼칠 수 없게 된다. 음악으로 인정받고 숨겨두었던 패를 찬찬히 꺼내놓던 방식은 이제 구식이 된 셈이다. 대중은 빅 브라더가 되고 싶어 한다. 자기가 응원하는 도전자와 동일시되거나 반대로 심사위원 석에 앉아있기도 한다. 그런 욕망 충족의 사이클 속에서 음악은 잠시 안드로메다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자들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 비평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싱어송라이터로의 재능과 연주 실력까지 입증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에 대해 나 역시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장범준의 매력적인 음색(하지만 부족한 성량과 연주에 묻히는 보컬이라고 이승철 심사위원이 지적했던)과 1년 6개월 된 실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베이스와 딱히 뭐라 흠잡을 곳 없는 드럼 연주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수상 팀 장기하와 얼굴들과의 음악성을 비교하라면 쉽게 버스커 버스커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밥 딜런(Bob Dylan)은 떨어지고 본 조비(Bon Jovi)는 붙을 것이라던 배철수의 <나는 가수다>에 대한 코멘트가 두 밴드의 ‘보이지 않는 차이’를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과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렇고 그런 사이>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등장했다고 치자. 당신이 심사위원이라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겠는가. 그리고 누구에게 문자 투표를 하겠는가? 나라면 분명 버스커 버스커다. 반면 진흙밭의 록페스티벌 무대에서는 아무래도 장기하와 얼굴들을 만나고 싶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이 우승해도 사실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또한 록페스티벌 무대에 버스커 버스커가 등장한다고 해도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대중가요라는 우리나라의 메이저 팝 음악 씬과 ‘인디’라 지칭되는 마이너 음악 씬과의 대척 구도는 이제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편집자 측에서 부각해주길 요구한 ‘음악성’이라는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잣대 역시 예전에 유행하던 게임의 룰이다. 인디는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고 대중가요는 ‘음악성’을 침범하고 있다. (밥 딜런의 멜로디는 충분히 대중적이었고 본 조비의 가사는 종종 시적이었던 것처럼) 더 이상 대중들의 수준을 무시한 발언은 그게 누가라도 삼가야 하겠다.(개인적으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의 안목에도 꽤 자주 감탄한다.) 악마의 편집이라는 ‘조작’의 손길은 이제 나이 드신 부모님도 “저게 다 작가가 써 주는 거라면서.”라고 눈치 챌 정도니까. 대중의 지성과 감식안에 대해 끊임없이 태클을 거는 논객들이 요즘에는 못나게 보일 때가 많은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 같은 봄날의 드라이브에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 만큼 어울리는 노래는 찾아보기 힘들다. <골목길 어귀에서>는 송창식의 대학가요제 시절을 되새기게 하는 장범준의 보컬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상형>의 가사가 전달해 주는 쾌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버스커 버스커라는 밴드가 풍기는 선한 이미지 역시 희소가치가 있다. 다만 며칠 전 트위터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너무 카페베네 같다는 점”이라는 언급이 자꾸 아른거린다. 버스커 버스커는 리치몬드제과점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검증받은’ 프랜차이즈를 선택한 것이다.
 커피에 대한 본인의 예민함은 반경 50km 안에서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카페베네의 커피를 가려낼 수 있노라고 자신 못하겠다. 다만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커피라는 기호식품에 대한 신념의 확고함이다. 되도록 공정무역 원두를 핸드 밀로 갈아서 차분하게 드립으로 내려준 커피가 내 취향이라는 신념이다. 그리고 그 신념이 나라는 사람을 말해준다. 지금의 버스커 버스커가 싫다는 소리가 아니라 그들의 재능과 열정이라면 ‘나’라는 삼류 음악비평가가 음악에 대해 갖고 있는 신념을 만족시켜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음악 그대로 어느 허름한 공연장에서 만났으면 ‘나’는 그들을 보다 오래 음미할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지금보다 약간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겪어야 했겠다. 물론 번듯한 음반 역시 미지수였겠다. 동네에 어느 날 카페베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한들 전혀 아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리치몬드제과점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음미를 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버스커 버스커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도 없거니와 비평적인 강요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트레이드 마크가 슬슬 싫증날 시기에 도달했다는 점이 아닐까? 미션으로 수행했던 도전자들의 음원까지 챙겨 솔찬한 수익을 가져가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얄밉지 않은가? 거듭되는 <슈퍼스타K>의 우승자들은 어떻게 서로의 상권을 침범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데도 프랜차이즈 치킨의 유혹을 끊을 수 없는 새벽이 우리에게는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버스커 버스커가 공략하는 고객층이 이런 모습의 우리들이라면 그들은 음악성을 넘어서 분명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반값 치킨이 등장할 것을 예감한다, 우리의 대중음악 씬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