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첨예하고 결집력은 경이로웠다. 정치란 게 원래 그런 거라지만-그러거나 말거나, 대선은 끝났고 더불어 팟캐스트(pod cast)의 낭만적 한 시기도 막을 내렸다. 애초에 대선을 골라인으로 삼고 전력 질주했던 지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께서 디 엔드(The end)를 선언하셨고, ‘딴지’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정치토크들이 대거 막을 내리거나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거 참, 숨 돌릴 틈도 없이 소위 진보진영이라는 측에서 국민방송국 논의가 점차 구체화돼 가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언론이라구!
그러니 2011년을 선각자의 해라고 하자. 그 해 초에는 희대의 괴방송 <나꼼수>가 등장하고 같은 해 말에는 한강 둔치에나 출몰할 법한 변종 ‘괴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종편’의 매체는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니 텔레비전이라고 하는 건 <대장금>의 이치다. 그러면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목소리만 듣는―내용이란 게, 별 볼 일 없는 어른 남자 넷이서 경박스럽게 정권 뒷담화하는, <나꼼수>는 정체가 뭐냐? 팟캐스트라는 건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팟캐스트’다. 그런데 이런, 대장금식 추론이 안.먹.힌.다! 팟캐스트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팟캐스트를 찜 쪄 먹는 것도 아닌데 팟캐스트라니-이게 뭐람.
팟캐스트는 아이팟(iPod)과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의 합성어이며, 인터넷을 통해 오디오 파일이나 비디오 파일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용자는 RSS피드를 통해 컴퓨터, 엠피쓰리(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디지털 단말기에서 구독할 수 있.다.더.라-는 식의 정의가 미디어 2.0이라는, 마치 정글처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요령부득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팟캐스트를 이해하는 데-글쎄, 별 도움이 될까나.
그보다는 대선국면이 한창이던 지난 해 말 개최된 ‘한국 팟캐스트 1인 미디어 연합’ 발족식을 떠올려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팟캐스트가 4대 일간지와 지상파 3사를 제치고 이슈 메이커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 때였다. 그야말로 ‘소문’일 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알 게 뭐람.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을 넘고 정치 팟캐스트만도 300개를 상회할 때였으니, 믿거나 말거나. 흥미로운 것은 ‘한국 팟캐스트 1인 미디어 연합’이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팟캐스트를 1인 미디어로 규정했다는 사실인데, 토 달지 말자. 한 사람이 하면 1인 미디어고, 둘이 한다고 2인 미디어겠냐?

개방•참여•공유로 요약되는 웹2.0의 등장과 함께, 관리자가 아닌 이용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 정보를 축적해 가는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확장되어 왔다. 블로그(blog)나 위키피디어(wikipedia),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등 소셜 미디어는 전통 미디어가 지닌 ‘하나에서 다수로’(one to many)의 획일성을 벗어나 ‘다수가 다수에게’(many to many)를 지향하면서 1인 미디어의 길을 열어 주었다. 누구나, 혼자서도, 손쉽게, 미디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동 자스민 혁명이 소셜 네트워크로 촉발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비주류 휴먼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미디어 몽구’가 대표적 1인 미디어이다. 그의 블로그에는 2,500만 이상이 방문했으며 게시물 조회 수는 5,000만 건에 달한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휴대성과 집적성이 결합되면 비로소 미디어 2.0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일찍이 맥루한(Marshall McLuhan) 선생께서 말씀하셨듯이 사회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내용에 따라 형성된다기보다는, 매체 자체의 성질에 따라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매체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매체라구!
그래서인지 몰라도 혹자들은-명망가들은 아니고 그냥 술친구들인데, 용감하게도 지난 대선을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대결로 독단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과시하기도 한다. 기성매체들과 탈 제도권, 탈 객관성, 양방향성, 탈 엘리트주의, 탈 자본을 표방하는 뉴미디어의 대리전이었다는 주장이다. 바꿔 말하면 ‘잘난 놈들의 객관적 논평’인 전통 미디어의 대리인 보수진영과 ‘찌질이들의 편파적 잡담’인, 팟캐스트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대리인 진보진영이 매.체.를.대.신.해. 격돌에서 뉴미디어가 졌더라는 얘긴데-미디어 2.0 시대에 그건 납득하기 어렵고, 대한민국이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미디어 접근성이 낮은 노인층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국민TV가 필요하다나? 듣고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그러거나 말거나, 혹.자.들.의 용감함에 한 표.
혹자들의 논리가 비약이건 아니건, 그들이 지적한 팟캐스트의 탈 제도적, 탈 객관적, 탈 엘리트적, 탈 자본적, 양방향적 성격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공정했다’는 <나꼼수>의 진행자 김어준 총수의 말은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팟캐스트의 ‘탈-’ 성격은 비정치 팟캐스트- 인문•사회•예술•문화•스포츠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대선 정국의 그늘에서도 지속적으로 외연을 확장시켜 온 비정치 콘텐츠들은, 선거 이후 독특한 매력으로 더 많은 청취자들을 끌고 있다.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으니 가벼운 욕설이나 음담패설, 노골적 어휘 사용이 용인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흔한 상담 전문가나 심리학자 하나 안 나오는 ‘야매’ 상담소, 자기편만 응원하는 스포츠 중계,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관한 ‘오타쿠스러운’ 수다 등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콘텐츠들이 청취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치 콘텐츠들이 대선의 급류 속에서 <나꼼수>가 구축해 놓은 기본 포맷을 거의 벗어나지 못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취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비정치 콘텐츠들은 보다 여유롭게 자신들의 색깔을 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하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게임한다고 무시하냐, XX’이라는 이름부터 파격적인 게임 관련업 종사자들의 수다 <게무시>, 라디오 PD들의 영화 이야기 <씨네타운19>, 축구 해설 경력 13년 차의 서형욱 해설위원이 진행하는 <주간 서형욱>, 의사들이 출연해 각종 보건의료 상식을 전달하는 <나는 의사다> 등이 대표적인 비정치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음악 방송들은 저작권 문제로 30초 이상 음원을 내보낼 수 없다는 제약으로 인해 지상파 3사의 라디오 콘텐츠들이 팟케스트로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거야 음악 방송들 사정이고-한 가지 특이한 것은, 정치 콘텐츠와 영어 학습 콘텐츠가 인기도 순위 상위권을 양분하던 와중에도 <컬투쇼>가 항상 톱텐(Top10) 안에 랭크되었다는 점이다. 하기야, 배꼽 빠지게 웃고 싶은 거야 237개국 71억 인구의 한결 같은 소망일 터!
팟캐스트의 외연 확장 과정에서 팟캐스트 전문 사이트 ‘팟빵’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동안에는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OS’ 중심 모바일 운영체제(OS)가 양립함에 따라 팟캐스트를 듣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사용하는 번거로움을 참아내야 했다. 그런데 ‘팟빵’은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제시•관리해 줌으로써 청취자와 사용자의 동.시.다.발.적. 편리함을 제공했다. 이것은 아마도 모바일OS가 앱(app) 중심에서 웹(web) 중심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꼼수>의 등장 이후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이룩한 한국의 팟캐스트는 대선을 거치며 수적 증가뿐 아니라 다양성과 개성을 일정 부분 확보하였다. 그러나 다양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진전되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또한 노령 계층의 접근성 문제와 저작권으로 인한 음악방송의 비활성화는 난제임에 분명하다. 팟캐스트의 경쟁력이 언제까지 디지털 문화 부족(tribe)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쿼바디스!-팟캐스트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아 참, 다 끝난 시점에서 이 글이 왜 3종 세트인지는 굳이 묻지 말자-미안하지만, 그냥 일종의 낚시라고나 할까. 그리고 시간이 나신다면 한 번 생각해 보기를, 죄다 음성파일 천지인 팟캐스트는 라디오일까, 아닐까? 깨달음을 얻은 분께서는 부디 소제(小弟)에게도 일러주시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