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인문학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국내 유수의 대학들에서 인문학의 꽃인 철학과를 비롯한 인문학 전공들이 사라져가고 있거나 이미 사라졌고, 그와 비슷하게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서는 사람냄새가 사라졌다. <플랫폼> 18호 특집 ‘인문학으로 도시 읽기’는 여러 면에서 흥미로웠다. 비단 수도 서울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도시 모두가 이미 사람 냄새를 잃은 지 오래라고 생각해왔던 나의 생각이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유승희 씨의 「인문도시의 가능성」에서 언급했듯 2006년 이후로 서울이 하나씩 입고 있는 새 옷들이 과연 몸에 꼭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나 역시 항상 고민해오던 부분이었다. 청계천은 아름답다. 또한 그 속에는 정조반차도, 오간수문터, 빨래터 등의 ‘우리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우리 것’들은 형형색색의 현란한 조명으로 ‘알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변해버린다. 광화문 광장은 복원되고, 피맛골은 헐린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뉴요커들이 부러운 이유는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산다는 것만이 아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센트럴파크와 센트럴파크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그 도시를 더욱 사람 냄새 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내가 이번 특집을 보면서 뉴욕에 가장 매료되었던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